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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nis Kim Jan 27. 2020

일취월장, 신영준 큐레이션인가 표절인가?

소셜 시대 큐레이션과 오리지날리티 사이 갈등하는 시대

일취월장

신영준, 고영성 저


피키 캐스트가 시대의 대세가 되었을 때, 나는 그 근방에 잠시 있었다. 피키 캐스트는 가벼운 스낵 콘텐츠를 만들면서 여러 소스에서 소유자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고 콘텐츠를 가지고 와서 재편집했다. 세상의 얕은 재미를 채우기 위해 콘텐츠는 많아야 했다. 그리고 표절과 콘텐츠 도둑질 논란이 있었다. 


결국 피키 캐스트는 큐레이션의 범주에서 벗어나 세간의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여러 제도적 장치를 준비했다. 영상 중심의 콘텐츠 회사였던 몬캐스트도 이와 유사한 성장통을 겪었다. 페이스북 채널 바이럴을 위해 펌질하거나 출처 없이 업로딩한 콘텐츠는 내렸고 오리지날 콘텐츠 중심으로 사업의 중심을 잡았다. 메이크어스, 이 회사는 리브랜딩을 하면서 '딩고'가 되었고 오리지날 콘텐츠 중심으로 옮겨갔다. 


현재 스코어를 보자면, 피키 캐스트는 실패했다. 


소위 MCN 회사들이 뜨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만들었던 페이스북 채널, 유튜브 채널 전략은 대소동이하다. 다양한 채널을 만들고 바이럴을 통해 확산 시키고 적절한 수준의 컨트롤 가능한 노이즈를 만든다. 소셜 플랫폼에 기생하는 MCN의 숙명처럼 like와 댓글, 공유가 가치의 척도였던 시대였다.


큐레이션 콘텐츠, 마이크로 트렌드를 어떻게 이용해야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이 관련 회사에 임원으로 있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리지날 콘텐츠를 추구했던 딩고(Dingo)는 살아 남았다. 


일취월장

일취월장


이 책은 페이스북과 소셜 미디어에서 여러 방식으로 홍보를 진행했다. 마치 MCN 업체들이 바이럴을 하는 방식처럼 차근차근 인지도와 반응, 소셜 A/B 테스를 하는 듯 했다.


책이라는 전통적인 시장에서 소셜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이와 유사하면서 좀 다른 채널은 '열정의 기름붓기'이다. 이들은 우선 책의 저자가 아니였고, 다양한 책을 일고 카드 뉴스 방식으로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든 팀이었다. 


재미있게도 이들은 책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폰트 하나 텍스트 하나 하나가 고민하고 만들었다. 


같은 자기 계발 분야에서도 다르게 사업을 펼친 것이다. 최근 체인지그라운드, 일취월장 팀 역시 책을 큐레이션하여 소개하는 형태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일취월장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예전에 일취월장을 읽은 적이 있다. 결혼식 주례사 영상을 본 뒤에 서점에서 책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서점에서 오랜 시간 망설이다가 책을 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자기 계발서를 비롯하여 어떤 책이던 저자가 말하는 주장, 의견, 정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몇 페이지의 지혜를 존중하여 책을 구매한다. 


책을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어디서 본 내용이었고, 내가 읽었던 책에서 비슷한 대목이 눈에 거슬리듯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윤리포털'에서 표절의 정의를 간단하게 말한다.


원문 복사

아이디어 표절

말 바꿔쓰기

출처 표기하지 않기


일취월장은 특정 서적의 정수에서 큐레이션하여 문장을 적절히 말 바꿔쓰고 편집한 책일뿐이다. 표절의 정의에서는 '일취월장'은 표절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 시대, MCN 시대에서 볼 때 북 큐레이션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동양 사회에서 표절은 엄중히 비난 받았다. 출처의 윤리(신기용 저)에서 보면 당나라 시인 장구령의 시 照鏡見白髮(조경견백발)을 느낌적 느낌으로 풀어 쓴 시 이야기가 나온다. 신기용 님은 이 경우 동양 문학에서 표절로 간주한다고 엄중히 지적했다.


글을 많이 읽다보면 좋은 문장에 대한 욕심이 생겨난다. 그런 욕망이 부지불식하게 글을 도둑질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라면 이런 문제는 스크리닝하고 이런 쪽팔린 행위를 피해야한다. 그러나 계획적으로 문장의 틀을 유지하고 단어를 바꾸고 조사를 좀 추가했다면 이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최근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표절을 찾기 쉬워졌다. 기존의 표절 판정하는 소프트웨어가 기계적으로 일정 문장 이상이 동일하면 표절이라고 판정했지만, 머신러닝, 딥러닝은 한 단계를 더 나갔다. 문장의 사용 빈도, 언어의 표현력 등을 비교하여 입체적을 표절하고 문장을 '말 바꿔쓰기'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소셜 미디어 발전에 따라 '열정의 기름붓기'와 같은 북 콘텐츠는 책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마케팅 관점에서 '일취월장'은 MCN 회사가 하는 소셜 마케팅을 적절하고 다층적으로 이용한 좋은 예이다. 


하지만, 전통적 글쓰기 입장에서 큐레이션은 아직 논쟁이 많은 분야이다. 신영준씨가 강연에서 욕설을 하던, 여성 비하를 하던에 대해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없기 때문에 평가할 수 없다.


서적 시장의 새로운 바이럴 마케팅 도입

큐레이션을 통한 자기계발서 출간


이 두가지는 평가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 포스팅은 '일취월장' 팀이 마케팅한 것처럼 동일한 방식으로 바이럴할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이 문장을 어떻게 다루는 가이드라인, 큐레이션의 정의, 한계를 규정하고 어떤 담론과 논쟁을 이끌지 자못 궁금하기 때문이다. 


나는 문자 중독이 있어 다량의 책을 읽고 책을 치열하게 읽는 편이다. 그리고 최근들어 나의 감상과 내가 일한 사업 필드의 경험을 녹이면서 서평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나 정확하게 내가 지키는 것은 '남의 문장'에 출처와 인용 부호를 넣는 것이다. 그것이 다른 저자의 지혜를 빌린 것에 예의와 경의를 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취월장'을 다 읽고 구매하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는 큐레이션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아슬아슬 줄타듯 슬갑짓을 해서 다른 저자에 대해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이 눈에 걸렸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표절에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찝찝함은 남아 있다. 아직 큐레이션은 출판업계에서 한계와 리스크, 법적 책임등이 정의되지 않았기에 그 판단과 담론의 확장은 전문가들이 할 것이라 믿는다. 


끝나는 말. 


한국어에는 슬갑(膝甲)도둑이라는 말이 있다. 

'슬갑도둑'이란 남의 시문의 글귀를 몰래 훔쳐서 잘못 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시와 문장을 쓰는 사람에게 슬갑도둑이라는 말은 가장 모욕적이였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한 것이 조선 문인들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조선 문인들은 치열했고 문장만큼은 오리지날리티를 추구했던 것이다. 




참고

표절의 정의 http://edu.copykiller.com/edu-source/faq/?mod=document&uid=29

표절 저격 기사: http://www.ziksir.com/ziksir/view/8320


관련 기사: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624010006


교육부 표절 가이드: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080222/8547106/1

슬갑도둑(오픈 사전): https://ko.dict.naver.com/#/userEntry/koko/d589021765c8394f693500c8aeb3c946


열정의 기름붓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1xeNTeUICAwTVIt4dGcR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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