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얻어맞은 후에도 다음 계획을 세우는 것, 그게 찐이고 진정성입니다!
1. 뉴욕 시티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을 때,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한 덕분에 대단한 기록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골인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라고 말할 만큼 감격적인 말을 책의 맨 뒤에 넣고, 웅장한 <록키>의 테마곡과 함께 화려한 저녁 노을 속으로 멋지게 걸으며 사라지고 싶었다.
2. 그것이 나의 첫 번째 계획이었고, 아주 멋진 계획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솔직히 말해서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3. (이처럼) 실제 인생에 있어서 만사는 자기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필요에 쫓겨 어떠한 명쾌한 결론을 구할 때, 우리의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하는 것은 대부분 나쁜 소식인 경우가 많다.
4. ‘언제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무언가를 기대했을 때) 그것보다는 우울한 소식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5. 우울한 소식을 전하는 배달부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지만, 그게 배탈부 탓은 아니다. 그래서 배달부를 책망할 수는 없다.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 수도 없다. (그런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지는 않으니까)
6. 불쌍한 배달부는 그저 자신에게 부여받은 일을 충실하게 수행할 뿐이다. 그게 그에게 주어진 일이고, 이게 현실이다.
7. 이런 이유로 우리에게는 (항상) 두 번째 계획이 필요하다. (즉, 첫 번째 계획이 어그러지고 망가져도, 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도전하는 사람이 찐이고, 그걸 사람들은 진정성이라고 부른다는 말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