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론 배우의 죽음을 애도하며

기술이 예지하고 막을 수 있었던 비극

by Dennis Kim

전자신문 칼럼 - 김새론 배우의 죽음을 애도하며: 기술이 예지하고 막을 수 있었던 비극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젊고 재능 넘치던 배우 김새론 씨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그녀의 죽음 뒤에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병든 구조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시절 성인 남자 배우와의 연애설, 거액의 채무 압박,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부추긴 악성 기사와 사이버 폭력.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술은 이 비극을 막을 수 없었을까?"


"트래픽을 위한 잔혹극": 저질 언론과 유튜버들의 먹잇감

김새론 씨의 죽음은 단순히 개인의 연애사나 경제적 문제로 환원될 수 없습니다. 그녀가 가장 취약했던 순간, 일부 언론과 '사이버 레카'라고 불리는 유튜버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된 헤드라인으로 트래픽을 쫓았습니다. 한 기사는 "미성년 스타의 스캔들"이라며 19금 제목을 달았고, 다른 채널은 그녀의 SNS 게시글을 맥락 없이 편집해 조회수를 끌어올렸습니다. 이들은 마치 디지털 시대의 어둠에 굶주린 흡혈귀처럼, 한 인간의 고통을 트래픽으로 전환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사의 DNA를 추적하는 디지털 각인

만약 모든 뉴스 기사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면? 기사의 출처, 수정 이력, 심지어 기자와의 소통 기록까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블록체인은 기사의 변조 불가능한 역사를 남깁니다. 가령 김새론 씨 관련 기사가 "미성년자와 성인 남성 배우 동반 투숙"이라는 허위 내용으로 작성되었다면, 해당 기사의 초안 작성자, 편집자가 수정한 부분, 심지어 클릭 유도를 위해 의도적으로 강조한 키워드까지 모두 드러납니다. 독자는 기사 한 편의 '디지털 발자국'을 추적하며, 어떤 목적에서 쓰인 글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AI 감시자: 악플이 태어나기 전에 차단하는 디지털 수호천사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죽음 직전까지 "채무를 갚지 못할 바엔 죽어라"는 악성 댓글이 쇄도했습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실시간 언어 패턴 분석을 통해 유해 콘텐츠를 사전 차단했다면? AI는 "자살", "빚", "죽어" 같은 키워드 단순 필터링을 넘어, 문맥을 읽는 감정 분석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힘들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라는 문장에서 '위로'와 '조롱'을 구분해, 후자의 경우 작성자에게 경고 창을 띄우거나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일시적 이용 제한을 걸 수 있습니다. 마치 디지털 세계의 면역 체계처럼, 유해 요소가 확산되기 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입니다.


기술의 윤리: 도구가 아닌 생명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플랫폼을 만들자

하지만 기술은 양날의 검입니다. 블록체인 기반 뉴스 플랫폼 '시빌'(Civil)이 2018년 실패한 것처럼, 기술만으로 언론의 윤리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기술적 해결책'을 넘어 사회적 합의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가상머신(Virtual Machine)처럼 기사를 작성하는 AI, 기자와 독자가 공동으로 기사 신뢰도에 평점을 매기는 DAO(분산자율조직), 악플 작성자가 법적 조치 전에 사회적 책임을 지는 리퍼레이션(Reparation) 시스템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술을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윤리적 안전망으로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익명에 숨겨진 악마들은 젊은 배우의 미래를 예지할 수 없는 어둠으로 이끌었습니다. 김새론 씨의 죽음은 단순한 오보정정 기사 몇 편으로 덮을 문제가 아닙니다. 그녀가 마지막까지 들었을 디지털 공간의 악성 언어 폭풍우,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한 영혼을 기억해야 합니다. 블록체인과 AI가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지 않을 디지털 문명의 백신이 되길 바라며,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묻습니다.


"당신의 댓글과 클릭이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0/0003293627?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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