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깍이 배우도 힘들도 늦깍이 창업도 힘들다.
한국은 유독 많은 직종에서 명시적 혹은 암묵적 나이 제한이 존재한다. 영화 배우, 공무원 시험, 대기업 신입 채용, 심지어 스타트업 인턴십 지원에도 '만 29세 이하' 혹은 '졸업 후 2년 이내' 같은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이는 법적 차별 금지와는 별개로, 현실 속 채용 문턱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예시: 한 35세 구직자가 IT 분야로의 커리어 전환을 결심하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실제로 입사지원 과정에서 "팀 평균 연령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수차례 탈락을 경험한 사례는 흔하다.
한국의 조직 문화는 아직도 강한 연공서열과 위계 중심의 선후배 문화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나이 많은 후배나, 나이 어린 상사가 등장할 경우, 관계가 불편해지고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시: 스타트업에서 40대 초반의 신입 개발자가 20대 리더 밑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양측 모두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어려움을 느끼고, 팀워크 형성에 장애물이 생기곤 한다.
나이 들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한국 사회는 흔히 "왜 이제 와서?"라는 시선을 보낸다. 도전보다는 안정과 순응을 장려하는 분위기, 그리고 실패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강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도전은 개인의 용기 이상을 필요로 한다.
예시: 50대에 창업을 시도한 한 직장인은, 투자자와 파트너에게 "젊은 대표가 아니면 시장성과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를 겪었다.
젊은 세대는 소셜미디어, 스타트업 생태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기회를 얻지만, 중장년층은 이러한 네트워크에 접근하거나 적응하는 데 장벽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동일한 능력이 있어도 노출되는 기회의 양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예시: 한 디자이너가 40대 후반에 SNS를 통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홍보하려 했지만, 플랫폼 운영 방식과 유행하는 콘텐츠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주목받기 어려웠다.
결국 한국에서 나이 들어서 성공하기 어려운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와 문화, 제도적 장치들이 나이에 따른 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데 본질이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경력 단절 후 재진입이나 인생 2막에 대한 고민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는 나이를 능력의 장애물로 여기는 사회가 아니라,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시작'이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서도 현실이 되려면, 그 시작을 가로막는 장벽부터 허무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