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과 배신의 인연을 넘어선 가족의 품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가난한 청년 허삼관이 12번에 걸쳐 피를 팔며 가족을 지켜내는 이야기입니다. 1950~6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허삼관은 첫사랑 허옥란과의 결혼을 위해 피를 팔아 돈을 마련하고, 이후 아들들의 병원비, 가뭄 극복, 문화혁명기의 고난까지 피 한 방울을 짜내 생계를 이어갑니다. 특히 첫째 아들 일락이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피를 팔아 그의 병을 치료하는 모습은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라는 주제를 극명히 드러냅니다.
"피를 팔아 얻은 돈은 목숨값이야. 피가 섞이지 않은 일락에겐 그 돈을 줄 수 없어."
하지만 결국 허삼관은 일락을 업고 국수집으로 가며 화해하는 장면에서 가족애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영화 배우인 하정우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하정우 감독의 영화 『허삼관』은 원작의 무거운 사회비판 대신 유머와 휴먼 드라마를 강조합니다. 1950~60년대 한국의 가난한 마을을 배경으로, 허삼관(하정우 분)은 미모의 허옥란을 유혹해 결혼하고 세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가장으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첫째 일락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소문에 허삼관은 혈액형 검사로 증명하려 하지만, 오히려 의문만 깊어집니다.
결혼 과정의 유쾌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소설 허삼관 매혈기보다 한국적 각색은 코메디와 신파입니다.
허옥란에게 음식을 사주며 "음식값은 결혼으로 갚아라"는 터무니없는 프러포즈.
장인에게 "같은 성씨라면 대가 끊기지 않는다"는 황당한 논리로 결혼 승낙을 이끌어냄
이런 코미디적 장면들은 원작과 달리 가볍지만, 가족의 유대감을 강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허삼관은 일락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을 때 치사한 방법으로 분풀이를 하기도 하지만, 결국 아들의 뇌염 치료를 위해 죽을 각오로 피를 팔아 병원비를 마련합니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허삼관이 "진정한 아버지"로 성장하는 모습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묘사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서울 병원에서 쓰러진 아들을 발견한 허삼관은 피를 팔아 병원비를 마련하지만, 이미 아내가 신장을 팔아 해결한 뒤임을 알고 가족과 함께 고기 왕만두를 먹으며 행복을 찾습니다.
이 장면은 "가족이란 혈연이 아니라 함께 맞닥뜨린 시련을 이겨내는 관계"임을 역설합니다.
원작 독자들은 사회비판적 요소가 생략된 점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지만, 영화는 "가난했지만 웃었던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한국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허삼관은 복잡한 인연 속에서도 사랑으로 가족을 선택한 남자입니다. 핏줄의 진위를 넘어, 함께 고통과 기쁨을 나눈 시간이 진정한 유대임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가족 관계에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허삼관이 아들들과 개울가에서 고기를 잡며 웃는 모습은 모든 갈등을 잠재우는 순수한 행복을 상징합니다.
"가족이란 함께 먹고, 웃고, 아파하는 것" — 허삼관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