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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 Sep 30. 2015

결심

2.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하다.

엄마가 왜 나한테 그랬을까? 생각보다 금방 답이 생각났다. 


그냥 기분이 안 좋다는 것. 그래서 화를 풀 상대가 필요했던 것. 그 상대가 나로 당첨된 것.

단지 그뿐이었다.


아마 곁에 있었으면 전처럼 똑같이 맞았을 것이다. 곁에 있지 않아서 말로만 맞았다. 맞은 대가로 연락이 끊겼다. 대가가 과분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로 더 심한 자괴감에 빠지게 되었다. 


'부모도 사랑해주지 않는 날 누가 사랑해줄까?'


계속 그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항상 갖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잘해주려고 노력했고, 상대가 연인이라면 더 노력을 했다.  그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연애를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며 최대한 잘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그 애는 변해갔다.


'나니까 너 같은 애랑 사귀어주는 거야.'


평소엔 다정했지만 가끔 그 애는 나에게 비수를 꽂았다. 그리고 저 말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 애 마저도 나를 있는 대로 짓밟았다. 나 같은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듯이. 어느 순간 부모님과 겹쳐 보였다. 


결국은 내가 견디지 못하고 이별을 고했다.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생각만 많아졌다. 과연 누가 사랑해줄까?라는 물음은


'그래, 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아무 짓을 안 해도 부모도 싫어하잖아. 그래 그냥 처음부터 다  부질없었던 거야... 내가 했던 건. 그냥 처음부터 안됐던 거야. 안되는데 매달린 거야.  바보같이...... 난 절대 행복해질 수 없어.'


라는 확실을 바뀌었다. 부모님이 계기였지만 연애경험이 확신을 줬다. 생각이 정리되니 무덤덤해졌다. '아, 그렇구나. 그냥 그런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차피 이런 일만 반복되는데 굳이 힘겹게 버텨야 할까?'


'이젠 쉬고 싶다......'


그냥 쉬고 싶었다. 이 세상을 벗어나서 쉬고 싶었다. 어릴 때도 항상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시도를 하려고 하면 무서웠다. 살고 싶었다. 커터칼을 꺼내 들었다가도 칼날만 보면 바들바들 손이 떨리며 무서웠다. 죽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살고 싶어서 죽음을 무서워하는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그럴 때마다 항상 조금만 더 노력하면 괜찮을 거라고 내 자신을 다독였다. 억지로 다독이며 힘겹게 버텨내었다.



하지만 살고 싶은 이유가 사라졌다. 행복해지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힘겹게 버티느니 한 번쯤은 무책임하게 다 놓고 싶었다. 그저 주저 앉아 쉬고 싶었다. 그냥 쉰다고 생각하니 죽음이 무섭지 않았다. 그냥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지 모르는 곳을 가는 것뿐이었다. 여행 계획을 세우듯 마음이 가벼웠다. 오히려 설레기까지 했다. 어떤 길로 여행을 갈지를 생각하듯 머릿속으로 죽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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