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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 Oct 29. 2015

다시 혼자

(5)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다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났다.


아빠가 집 밖으로 나간 것 같았다.


마저 집을 찾아보았다.


내 방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왔다.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억지로 앉아 엄마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역겨웠다.


어떻게 눈 하나 깜빡 안 하면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잠깐의 실수라고 했다.

-그 잠깐의 실수가 내가 안 것만 해도 거의 5년째였다.


자긴 아빠한테 용서를 빌고 아빠가 어떤 말을 해도 얌전히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럼 방금 전에 소리치며 싸우고 아빠를 때린 건?


다시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시절 또한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오래전이었다.


엄마, 아빠가 이런 걸로 이혼하면 나중에 내가 결혼하기 힘들 거라고 했다.

-그걸 아는 사람이 왜 그랬을까? 이젠 그 이유로 날 협박하기까지 했다.


내가 이혼하였다고 상관없다고 하자 

아빠랑 이미 입을 다 맞추고 자길 쫓아낼 작정이냐고 몰아세웠다.

-먼저 집을 나가겠다고 습관처럼 말하던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인데, 자식 된 도리로 봐달라고 했다.

-내가 언제 자식이었을까?


엄마에게

내가 몇 번이나 말했고, 그때마다 오히려 나를 꾸짖으며 몰아세운 건 엄마라고 하니깐

그땐 몰랐고, 지금은 잘못을 알았으니 용서해달라고 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내가 몇 년 동안 몇 번이나 말했는데...... 그땐 잘못한 게 없다고 그러더니.


쫓겨나면 갈데가 없다고 했다.

-그걸 생각했으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갈데가 없으니 나가 죽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이 협박이라는 건 이제 잘 알았다.


내가 마음이 바뀔 생각이 없다고 하자

엄마는 다시 내게 욕을 했다.

아무 말 안 하고 얌전히 있겠다는 거 다 거짓말인 걸 알았다.

어차피 재판을 할 거 본인 몫을 좀 더 챙겨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난 더 이상 기회를 줄 마음도... 기분도... 힘도... 없다고 했다.

그냥 더 이상 보기 싫었다. 보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그 주에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해 바로 주말에 이사를 했다.

간단히 짐을 챙겨와 짐을 옮기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집은 낡고 텅 비어있었다.


마음은 무거워졌지만

어깨는 가벼워졌다.


이 생활을 다시는 뺏기지 않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견뎌야 했다.

눈물이 났다.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걱정을 하면서 이래야 하는지.

왜 이런 걸로 힘들어야 하는지.

정말로 전생이 있어서 내가 전생에서 잘못해서

지금 벌을 받는 거라면

전생을 기억이라도 하면

덜 억울했을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무조건 견뎌야만 했다.


이 상황을

이 감정을

이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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