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by 이정석

사진_ 국립수목원(경기도 남양주 광릉)


첫눈이 오던 지난밤, 바람은 무수한 변신을 시도한 것 같다. 온전히 놓인 것이 없다. 네발 달린 의자가 쓰러져 있고, 파라솔이 굴러 다른데 놓여 눈을 맞았다. 미처 거두어 놓지 못한 타프도 많은 눈을 이겨내지 못하고 폴대가 휘면서 주저앉았다.

눈은 발목까지 묻고, 빗자루만으로 치우기가 버겁다. 이런 첫눈은 처음이다. 낭만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첫눈이다. 감정만 격양된다. 어떤 이에겐 아름다웠을 성싶은 설경이 나에겐 만목처량한 일이다. 어찌하든 무결하게 방비했다 해서 이런 일이 없었을까 싶다. 눈이 녹는다고 어질러진 모습이 초기화되는 게 아닐 거다.

겨우내 이럴까 싶어 마음은 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불행한 일이다. 나는 사람이다. 낭만도 감정도 없이 느닷없이 몰린 일은 고난이다. 내일 아침은 바람 한 점 없이 지극히 고요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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