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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함 Jun 23. 2021

잠든 도시를 깨우는, 현장형-뉴타입 연구자들의 이야기

[INTERVIEW] 군산 '거인의 잠' 프로젝트 팀


군산과 명동은 다른 듯 닮은 도시다. 항구도시인 군산은 오래전부터 새로운 물자와 사람이 모여들던 곳이다. 명동은 바다와는 거리가 멀지만, 새로운 유행이 먼저 실험되는 공간, 관광객들이 서울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정박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항구를 연상케 한다. 분위기나 밀도 면에서 똑 닮았다고 하긴 어렵지만, 여러 문화권의 영향으로 이국적인 듯 다채로운 풍경을 이룬다는 점에서 두 곳은 묘하게 겹쳐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소 복작거렸던 두 도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잠시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먼저 변화의 소식을 전해 온 건 군산이었다. 2016년부터 시나브로 진행된 크고 작은 도시재생의 경험, 그리고 그 안에서 조용히 잔뼈를 키워온 사람들이 변화의 자산이었다. 이 자산들을 바탕으로, 군산 시민문화회관을 재생하는 사업이 지난 해 첫 발을 내딛었다. 이름하여 ‘거인의 잠’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AURI(건축공간연구원) 소속의 ‘현장형-뉴타입 연구자’ 세 명은 군산 나운동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시민문화회관의 모습에서 오랜 시간 잠들어 있는 거인을 보았다고 했다. 8년간 방치되어 있었기에 철거를 요청하는 주민도 많았지만, 이곳은 한때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아지트인 공간이었다. 연구자들은 시민문화회관이란 공간을 통해, 군산의 빛바랜 추억과 스토리, 잠재력을 길어올리는 중이다. 거인의 잠을 깨우는 이들의 손길에서 명동의 잠을 깨울 힌트를 무언가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 초여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5월, 군산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준 이들을 이곳 명동에서 만나 보았다.





Q. 건축공간연구원이 있는 세종시와 ‘거인의 잠’ 프로젝트 현장인 군산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를 위해 명동까지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김보미](이하 ‘보미’) 프로젝트 팀에서 커뮤니티 파트를 맡고 있습니다. 지역조사 차원에서 주민분들을 인터뷰하고, 이분들과 연계해서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채아람](이하 ‘아람’) 프로젝트 팀에서 미디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재생 사업, 연구의 스토리를 시민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윤주선](이하 ‘주선’)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현장형 연구와 뉴타입 연구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은데요. ‘보존’, ‘재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대임에도, 연구 방식은 여전히 개발 바람이 불던 때에 머물러 있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시대 변화에 조응하는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거인의 잠’ 프로젝트 안에서도 계속 고민 중에 있습니다.



Q. 8년간 폐쇄돼 있던 군산 시민문화회관의 ‘재생’을 '거인의 잠을 깨운다'고 비유한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젝트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합니다.


[주선] ‘거인의 잠’은 사실 임재범 4집에 수록된 노래 제목이에요. 개인적으로 임재범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웃음) 시민문화회관 건물을 처음 봤을 때 웅장함에 압도되더라고요. 정말이지 거인이 잠들어 있는 형상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이 노래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8년간 폐쇄되어 있던 군산시민문화회관. 웅장한 모습이 마치 '거인' 같았다고. (사진 제공: 거인의 잠 프로젝트)



Q.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 계기가 궁금합니다.


[주선] 사실 2017년도에 첫 제안을 받았는데, 정중히 거절했어요. 건물 규모 면에서나 예산 면에서 너무 큰 사업이다 보니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2019년에 ‘도시재생 인정사업’ 일환의, 같은 제안을 받게 된 거죠. 이때도 자신이 없어서 6개월 정도 도망을 다녔습니다. (웃음)


한번은 시민문화회관 건물 곳곳을 자세히 들여다볼 일이 있었는데요, 지하층에서 아주 우연히 건물의 도면 원본을 발견했습니다. 그전까지 ‘(한국 근대건축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이 정말 맞냐’는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이때 찾은 도면 위에 ‘김중업 approve’란 도장이 딱 찍혀 있더라고요. 현장에서 도면을 발견한 모두가 흥분에 휩싸였죠. 저는 의외로 충동적이고 운명을 잘 믿는 편이에요. 6개월 동안 심사숙고하면서 도망 다니기 바빴는데, 그 사건 하나로 갑자기 마음이 움직여 버린 거죠.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기존에도 민관협력형(PPP) 도시재생 사업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사업 기회는 많지 않았거든요. ‘거인의 잠’ 프로젝트가 로컬씬의 크리에이터들에게 좋은 스케일업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공공, 지자체에는 이런 중대형 건물이 꽤 많은데요. 지역의 청년들에게 싼 임대료로 장기간 임대를 주면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했어요. 그래서 직접 유의미한 선례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고요.



Q. 파일럿 형태로 회관 옥상에 스케이트보드 파크와 야외 상영관을 조성하셨던데, 앞으로 이 건물에 어떤 기능과 프로그램을 덧입힐 예정일지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주선] 시민문화회관의 기능을 대체할 예술의전당이 이미 들어서 있다 보니, 이전처럼 똑같이 쓰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천천히 써보면서 잠재력을 확인하듯, 시민문화회관이 이렇게도 쓰일 수 있다는 스펙트럼을 확 펼쳐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옥상이나 주차장을 기존과는 다르게, 새롭게 써보는 기획을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는데요. 여기서 방향을 좀 더 디테일하게 좁히는 것은 운영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문화회관의 방향성을 논할 때, ‘시민’, ‘문화’, ‘회관’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얘기를 나누곤 하는데요. ‘시민’ 차원에서는 행정이 정한 공연을 관람만 하던 수동적 시민에서, 누구나 무대 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적극적 시민으로 변화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문화’ 차원에서는 일상과 괴리된 고급문화에서, 접근성을 높이고 무대의 문턱을 낮추는 생활예술로 변화할 수 있길 바라고요. 마지막으로 ‘회관’ 차원에서는 대형건물로 관람객을 모으는 일극 중심 회(會, 모일 회)관에서, 동네 기반의 생활예술자들을 소개하여 동네로 사람을 퍼뜨리는 회(回, 돌 회)관으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백화점'처럼 동네의 자원을 여기로 다 빨아들이는 게 아니라, 동네의 생활예술인들과 지역주민들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기능했으면 하는 것이죠.



도시의 일부분을 직접 바꾸어 보는 DIT FESTA 현장 (사진 제공: 거인의 잠 프로젝트)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한 주차장, 꿈틀꿈틀 놀이터 (사진 제공: 거인의 잠 프로젝트)



Q. 아직 변화를 논하기에 좀 이른 시점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변화의 조짐이 있을까요?


[아람] 행사를 한 번 할 때마다 다양한 사람이 소환되고 연결되는 것 같아요. 같은 지역 안에 살고 있지만 교류는 없던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화학적인 스파크가 튀기도 하는 거죠. 지역민들 입장에서 ‘동네를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많이 얻게 되는 것 같아요.



Q. 동네를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얻게 된다면 소소하나마 일상에 활력이 생길 것 같네요.
요즘 여기저기서 얘기되는 ‘로컬’이란 주제로 넘어가 볼게요. 몇 년 전부터 '로컬'이라는 단어를 빈번히 마주치는데, 정의는 명확치 않은 느낌이 들어요. 연구원님들은 이 단어에 대해 어떻게 정의 또는 설명하고 계신가요?


[보미] 로컬이라는 단어가 명확하게 정의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 간에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내용은 있는 듯해요. 재미있는 사람들이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는 지역적 공간을 콕 집어 ‘로컬’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아람] 결국 ‘고유함’ 아닐까 싶어요. 사실 국내든 해외든 대도시를 가면 대개 비슷한 풍경들을 만나고, 비슷한 소비 취향을 공유하는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가면 이런 게 있어’라는 걸 기대하면서 ‘로컬’이란 단어를 쓰는 것 같습니다.


[주선] 저도 기본적으론 두 분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요. 여기서 더 나아가 ‘건강한 로컬’이란 걸 떠올렸을 때, ‘생태계’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물리적 공간에 초점을 맞추던 이전의 도시재생과 달리, 요즘엔 점차 사람으로 포커스가 옮겨 가고 있는데요. 좋은 방향의 변화라고 생각하지만, 다소 걱정이 되는 지점은 동네 안의 관계망을 만들기보다 스타플레이어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에요. 지역 내에 생태계를 만들어서, 서로 일감, 자재도 주고받고, 아이디어도 주고받고 하면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기존의 강연과 인터뷰에서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 있고 열정 있는 운영자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요. 이런 주체들을 발굴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작업이 있을까요?


[보미] ‘지역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이런 지역조사를 프로젝트 초반에만 진행하는 프로세스라고 생각하는데요. 오히려 프로젝트의 끝까지 이어져야 하는 작업이라고 봅니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흥미로운 사람들과 스토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아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사람과 이 사람을 매치시키면 굉장한 시너지가 나겠다’는 게 보이기도 해요. 그런 걸 잘 기억하고 캐치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주선] 이렇게 만난 분들과 신뢰 관계를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저 사람과 무언가 도모해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거죠. 인간적인 교류도 하고, 또 동시에 실력적으로도 보여 드리면서 점차 신뢰를 쌓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도시재생'이라는 것이 지역 거점 위에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덧칠하는 게 아니라, 지역의 색깔을 찾아내고, 그것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드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매거진 주제이기도 한 '헤리티지'가 떠오르는데요. 군산의 헤리티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보미] 지역조사를 하면서 시민문화회관이란 무대가 주민들에게 굉장히 친밀한, 추억이 많은 공간이었단 걸 알게 됐어요. 선큰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비보이 댄스를 추었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스트릿문화가 융성했던 일종의 아지트였던 거죠. 이런 스토리와 기억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람] 좀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자발성’, ‘자발적인 창조성’이 군산의 헤리티지란 생각이 들어요. 군산에는 생업과 별개로, 자발성에 기댄 활동을 하는 분들이 참 많아요. 그리고 이런 분들 중에 미대 출신이 많아서, 우스갯소리로 ‘군산에서 미대생의 역할은 무엇인지’ 연구해 보아야 한다고 할 정도예요. (웃음) 근대 문화역사 자원만큼이나,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자발성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헤리티지이지 않을까요.


[주선] 비슷한 맥락에서 ‘개방성’도 중요한 헤리티지라고 생각해요. 예전부터 여러 문화가 섞여 들던 항구도시였기에, 개방성은 군산을 상징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죠. 중국 문화, 일본 문화, 미국 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어요. 그러다 보니 군산은 토박이도 없고, 텃새도 없는 동네라고 하더라고요. 로컬라이즈군산(청년들의 로컬 창업을 지원한 SK E&S와 언더독스의 협력 프로젝트) 창업팀들이 군산에 정착하게 된 과정만 봐도 그렇고요. 바로 맞은편 ‘영화타운’에 창업을 먼저 한 청년들이 있었는데, 이분들이 외지인인 로컬라이즈군산 팀들을 배척하지 않고 잘 보듬어 주더라고요. 로컬라이즈팀은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영화타운에서 술을 마시며 위로받고, 영화타운은 또 매출로 이어지고… (웃음) 군산 ‘영화동’의 이름에는 ‘영원할 영’, ‘조화로울 화’가 들어가요. 이름부터가 멀티컬처 타운인 거죠. 그런 개방성 있는 문화가 군산에서 계속 이어져야 할 정신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Q. 명동도 국제적인 도시이고, 또 여러 문화가 섞여 있는 동네라는 점에서 군산과 닮은 듯합니다. '명동'에 자주 방문하는 편이신가요? 명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편하게 들려주세요.


[아람] 기본적으로는 ‘터질 듯한 상업지구’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요. 이곳을 방문할 때면, 쇼핑을 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 모두 계속 서 있어야 하는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빼곡한 간판들을 보며, 정말 다양한 산업과 문화가 뭉쳐 있는 동네구나 싶었고요.


[보미] 10년 전쯤엔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는 지역으로 들렀고, 최근에는 명동성당에 결혼식이 있으면 오는 정도였어요. 제 필요로 방문한 적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주선] 듣다 보니, 세대의 차이도 느껴지네요. (웃음) 저 같은 경우, 예전에 옷을 사러 명동에 자주 왔어요. 명동에 오면 명동교자라든가 영양센터에 들렀는데요. 새로 만들어진 가게들에 비하면 세련되진 않지만, 그만의 내공이 느껴져 좋아했던 것 같아요. 기술력과 자본이 응축되어 있는 공간에서 버티며 쌓아 온 헤리티지가 이런 오래된 가게들에 깃들어 있다고 봐요.



Q. 연구원님들의 관점에서 명동의 '로컬리티'를 찾아본다면 어떤 것일까요?


[아람] 좁다란 골목들이 명동의 로컬리티란 생각이 들어요. 이 골목과 저 골목을 되게 헷갈려 하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도 되게 재밌는 특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 층으로 뒤섞인 간판을 보며, 가게들을 탐색하는 일도 참 재밌었어요. 이런 추억들이 뭔가 힌트가 될 수 있을 듯하네요.


[주선] 명동의 길거리 문화에는 강남과는 다른 무언가 분명 있었어요. 노점들이 일반 상점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인 느낌이랄까요. 회오리 감자 같은, 지금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길거리 대표음식들도 명동에서 처음 만들어진 걸로 기억하고요. 캐릭터 양말도 여기서 처음 선보였던 것 같아요. ‘파머스 마켓’, ‘푸드트럭’과 같이 스트릿문화, 팝업적 요소를 재밌게 확장한다면, 그게 명동의 로컬리티를 잘 잇는 것이겠단 생각도 듭니다.


[보미] 명동은 정말 오랜 상업지구이잖아요. 명동에서 오래 장사를 하시며, 이 지역의 장소성을 만들어 오신 분들을 발굴, 연결하고, 그분들이 드러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그 안에서 의외의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코로나 이후, 명동의 활력은 되찾아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조금은 다른 성격의 활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명동 같은 굉장히 큰 도심과 다른 로컬들이 공존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혹시 참고해 볼 만한 사례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주선] 일본 시부야역에 인접한 ‘히카리에 빌딩’이란 곳이 있어요. 이 빌딩에 디앤디파트먼트에서 운영하는 d47이란 식당 겸 셀렉트숍이 있는데요. 47개 지자체에서 나오는 특산물들을 큐레이션하여 경험해 볼 수 있게 하는 곳이에요. 시부야는 트래픽이 워낙 많이 발생하는 지역인데, 여기서 다양한 지역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에요. 각 동네별 오렌지로 주스를 만들어 와인처럼 테이스팅해 볼 수 있게 한다거나, 각 지역에서 나오는 식자재로 요리 쇼를 하죠. 이런 시도들이 굉장히 다채로워서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들르곤 했습니다. 명동이 이 사례를 참고해 보아도 좋겠네요.


‘명동’ 하면 일본 ‘긴자’가 떠올라요. 긴자는 신흥상권인 시부야, 신주쿠 때문에 한때 주춤했다가, 최근 다시 부흥하는 추세인데요. ‘오랜 내공이 있는 도시’, ‘품격 있는 도시’로 리브랜딩을 했는데, 그게 성공적으로 잘 자리 잡은 덕이죠. 양갱 하나를 먹더라도 시부야 양갱이 아니라 긴자 양갱을 먹는다는 풍조가 생기기 시작했달까요. 명동도 이런 식의 내공 있는 도시로서 리브랜딩해 본다면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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