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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함 Jun 28. 2021

숨겨진 노포와 힙함이 공존하는 곳, 명동의 이면-2

[CUT] 나이스숍/카페코인/맷차


찰나를 스치는 개별적인 컷들이 모여 영화를 살아 움직이게 하듯, 명동을 구성하고 있는 점포들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생동하는 명동을 느껴봅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모해온 노포들의 기억과 이야기를 살펴보고, 명동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미래의 노포'들을 소개합니다. 



01 나이스숍




나이스숍은 여성 창작자들이 만든 물건을 소개하는 아트/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다. 평소 쉽게 볼 수 없었던, 경계를 오가는 다양한 분야의 창작물을 소개한다. 좀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아 아트/디자인 페어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창작자들의 작업물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 따분한 일상에 방점을 찍어줄 창작자들의 물건을 구경하면서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확장된다.





나이스숍을 운영하는 김은하 대표는 여성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느꼈던 어려움을 바탕으로 여성 창작자들을 엮어내는 인터뷰집, <<스프레드>>를 출간하고, 입점한 작가들과 ‘나이스 유니온’이라는 기획으로 협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목표는 나이스숍이 여성 창작자들이 교류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세계를 확장해갈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 ‘모두가 조금 더 대담하게,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숍을 채우고 있는 귀여운 물건들과 창작자들을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 나이스숍 :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99-1 301호 




 02 카페 코인




한국과 일본에서 호텔관광을 수학한 ‘호텔 맨’ 출신의 김석수 대표는 경주의 호텔 현대에서 88올림픽을 경험하고 퇴사해 코인을 창업했다. 유럽산 가구와 집기, 쇠 브러시로 갈아 모양을 낸 고재를 공수해 내부를 앤티크하게 꾸몄다. 드립 커피와 십전대보탕, 오미자차 등 자가 생산한 전통차, 와플과 자체 개발한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녹차 빙수가 이곳의 대표 메뉴. 빙수 프랜차이즈가 출몰하기 전에는 이곳의 녹차 빙수를 맛보기 위해 줄을 설 정도였다고. 초록색 눈꽃 얼음을 소복하게 쌓고 고명으로 찹쌀떡과 딸기를 곁들이는데, 녹차의 진한 맛이 상쾌한 여운을 남기고 사라진다. 20년 전부터 선보인 와플은 이곳의 효자 메뉴. 김대표의 말마따나 ‘프로들의 세계에서도 먹고 먹히는’ 명동에서 경쟁하며 살아남은 메뉴들이다.





같은 자리에서 29년째, 코인 1호점은 서른을 앞두고 있다. 무엇이 되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안정과 불안을 오가는 나이. 서른이 되면 많은 고민을 한다. 기약 없는 팬데믹이라는 재난 속, 코인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김석수 대표는 코인을 찾는 사람들을 보며 소명의식을 느낀다. ‘분위기가 좋다’, ‘맛있다’, ‘친절하다’… 호두 알같이 작지만 속이 찬 말들이 그를 지탱한다. 그는 고객 감동이 ‘하이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고객과 사소한 것들을 교감하며 생겨나는 것이라 말한다. 한마디로 만족이란 단순히 맛의 문제가 아니라 카페와 고객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는 것. 그 ‘호스피탈리티’ 정신이 코인 곳곳에 스며있다.


▮ 카페 코인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6길 10




 03 맷차




눈과 입이 심심한 날이면 맷차에 가야 한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온갖 찻잎과 커피콩이 맷돌에 들어가 고운 가루가 되는 광경을 지켜본다. 흰 바탕의 단정한 매장에 놓인 맷돌이 정겹고 색다르다. 하지만 보기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그라인더를 사용하면 기계의 열 때문에 재료의 향미가 날아가지만, 찬 성질의 맷돌을 사용하면 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열 발생이 적은 맷돌은 재료가 가진 풍미를 보존해 준다. 여기엔 10여 년간 바리스타와 로스터로 역량을 쌓은 조재용 대표의 노련함이 묻어 있다.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소문이 퍼져 연희동에서 명동으로 입성하게 된 맷차. 코로나 여파로 그 매력을 널리 알리는 것은 당분간 요원해졌을지 모르지만, 주말에도 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그 공백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주문한 음료를 받아들고 위층의 홀에 들어서면 복작한 명동과 을지로에서는 만나기 힘든 젠(zen) 한 분위기를 마주할 수 있다. 맷돌이 주는 한국적인 미감을 살려 내부에는 전통 가구 등이 배치되어 있는데, 낮은 테이블 위에 적당한 높이의 소반을 두어 잔을 든 팔이 그 위로 편안하게 포개진다. 여름이면 통유리 너머로 마음을 건드리는 가로수를 보며 사색하기 좋다.


▮ 맷차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9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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