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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함 Jul 14. 2021

숨겨진 노포와 힙함이 공존하는 곳, 명동의 이면-3

[CUT] 명동솥뚜껑/노말에이/내림손삼계탕


찰나를 스치는 개별적인 컷들이 모여 영화를 살아 움직이게 하듯, 명동을 구성하고 있는 점포들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생동하는 명동을 느껴봅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모해온 노포들의 기억과 이야기를 살펴보고, 명동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미래의 노포'들을 소개합니다. 



01 명동솥뚜껑




명동솥뚜껑은 낮에는 김치찌개, 두루치기를 비롯한 백반을, 저녁에는 삼겹살, 목살, 갈빗살 등의 고기류를 낸다. 물론 모든 메뉴에 낮과 밤의 구분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게 굳어진 것뿐이다. 이곳의 숨은 강자는 가게 안주인의 손맛이 밴 반찬인데, 매번 손수 만들기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성품과 다르다.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이어서 그런지 내부는 단출하지만, 이들이 내는 음식에서는 세월을 버텨낸 단단한 내공이 느껴진다.


뜨내기보다 단골이 많은 이곳, 그것은 업무지구와 밀접한 블록에 위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골들과의 추억을 털어놓으며 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주인의 태도를 보면 이들이 켜켜이 쌓아올린 시간이 단순히 위치 때문은 아닌 것 같다. 타지역으로 발령 난 단골들은 의식처럼 명동솥뚜껑에서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며 그에게 마지막 안부 인사를 전했다고. 근처 업무 지구의 개발로 단골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지만 점심시간의 명동솥뚜껑은 여전히 왁자하다.




▮ 명동솥뚜껑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7길 14-4 




02 노말에이




노말에이는 디자인 스튜디오 131WATT를 운영하는 세 디자이너가 합심해 문을 연 책방이다. 2015년 장충동에서 시작해 두 번의 이사를 거쳐 지금의 위치에 왔다. 일러스트 기반의 지류와 도서를 비롯해 매거진, 단행본 등 폭넓고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취급한다. 책은 디자이너의 취향과 대중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들여온다고. 올 2월부터 매달 주제에 맞는 책을 큐레이션 하는 ‘추천도서’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이사해 행사는 거의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팝업, 전시 등의 이벤트를 꾸준히 벌일 예정이다.





쉬운 단어 두 개를 조합해보자는 데서 나온 노말에이. 원래는 노멀이라고 발음해야 맞지만, 조금 열려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말이라 부른다. 과연 그 이름대로 책방의 분위기는 거부감 없이 편안한데, 맑은 날이면 포실한 햇살이 내부를 비춘다. 책방을 지키는 서지애 디자이너는 이곳이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드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에게 문의하면 각자의 취향에 맞춰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책방에 방문하는 이들 중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한 번 방문해 보면 모두에게 그 포근한 기분을 잔향처럼 남기는 곳이다.


▮ 노말에이 : 서울별시 중구 마른내로 12 4층 




03 내림손삼계탕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음식의 손맛’이라는 뜻을 가진 내림손삼계탕은 1990년, 지금은 없어진 명동중앙극장 뒤편에서 ‘정통 삼계탕’이라는 상호로 개업했다. 23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오다 부지가 재개발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근처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형제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매일 갓 잡은 닭을 공수해 숙성한 후 찹쌀, 인삼, 대추, 은행 등으로 속을 채워 끓여낸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은 금산에서 공수해온다고. 메밀가루나 감자가루, 쌀가루를 첨가하지 않고 육수를 내는 과정에서 표면의 기름을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걸쭉하거나 텁텁하지 않은 담백한 국물이 부담 없이 넘어간다.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이나 양이 적은 이들을 위한 반계탕, 전복을 넣어 영양을 더한 전복 삼계탕 등, 상황과 철에 맞게 삼계탕을 변주해 낸다.





내림손삼계탕 손흥민 대표는 30년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이 명동에서 장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로 ‘삼박자’를 꼽는다. 그 ‘삼박자’란 맛있고, 친절하고, 위생이 깨끗한 것을 의미하는데, 셋 중 하나라도 없거나 부족하면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는 게 그의 철학. 그러니까 ‘삼박자’만 맞아떨어진다면 손님은 계속 늘어날 거라는 생각이다. 그런 ‘삼박자’ 정신으로 자리를 지킨 지 32년. 단골들은 해외에서, 서울 바깥에서도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 담백한 소문이 일본까지 퍼져 일본인 관광객들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고.


▮ 내림손삼계탕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9길 16 명동 센트럴빌딩 지하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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