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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함 Jul 27. 2021

숨겨진 노포와 힙함이 공존하는 곳, 명동의 이면-4

[CUT] 크림시크/비꼴로

찰나를 스치는 개별적인 컷들이 모여 영화를 살아 움직이게 하듯, 명동을 구성하고 있는 점포들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생동하는 명동을 느껴봅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모해온 노포들의 기억과 이야기를 살펴보고, 명동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미래의 노포'들을 소개합니다.


01 크림시크




크림시크는 명동의 침체기에 문제의식을 느낀 바리스타, 파티시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내/외부 전문가 집단과 협업해 완성한 카페다. 공간은 2020년 인테리어 명가명인상을 수상한 라보토리에서 맡았다. 나무와 쇠, 플라스틱과 돌 등,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소재들이 맞닿으며 세련되고 특유한 매력을 뿜는다. 유명 제과학교 출신의 전문성 있는 파티시에 팀을 필두로 매일 까눌레, 마들렌 등의 구움 과자를 만들고, 이들이 만든 크림은 음료 위에 올려 낸다. 쫀쫀한 크림이 올라간 카라멜 버터크림 라떼와 까눌레의 고소하고 달콤한 조합이 즐겁다. 제철 재료 등을 사용해 디저트 라인업은 계속 바뀔 예정이라고.





몽글몽글한 크림과 차가운 느낌의 시크, 생각해 보면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하지만 한 번 소리 내 읽어보면 입에 달라붙는 묘한 중독성을 느낀다. 그 이름처럼 크림시크는 온갖 소재와 식재료, 사람을 한데 모아 흡입력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우선 각자 구별되는 업력을 가지고 모인 크림시크 팀부터가 그러하다. 이들은 외부의 전문가 그룹과도 유연하게 뭉쳤다 흩어지며 명동을 을지로 같은, 힙함이 용해된 로컬로 풀어내려 하고 있다. 지역을 향한 그들만의 문제의식은 관광지로 포지셔닝 되어 온 명동의 물성과 충돌해 크림시크라는 틈을 만들어 냈고, 그 틈은 신선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 크림시크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10길 7-3 



02 비꼴로




이탈리아어로 골목길을 뜻하는 비꼴로는 ‘환대의 테이블’이라는 컨셉으로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을 낸다. 최창진 대표가 직접 이탈리아 지방의 와이너리를 돌며 엄선한, 지역의 개성이 살아있는 50여 종의 와인부터 식전에 나가는 치아바타, 직접 반죽한 생면, 디저트로 즐길 수 있는 아이스크림과 커피까지, 만드는 이의 손을 거치지 않은 음식이 없지만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음식과 사람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다. 최창진 대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관계 맺음으로써 둘 사이에 놓인 단절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메뉴델로셰프’는 그런 그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메뉴로 고객의 기호나 상황, 예산을 듣고 그에 맞는 음식과 와인을 제안하는, 일식으로 따지면 ‘오마카세’와 비슷한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알게 된다는, 간단하고 명료한 진실이 식탁을 바꾼다. 그리고 그 식탁은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한다. 친구가 됨으로써 요리사는 정성을 담은 요리를 만들어내고, 소비자는 친구가 내온 음식을 상품으로 대하거나 쉽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음식과 와인을 음미하며 각자의 시간을 즐길 뿐이다. 이에 더해 비꼴로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매개자 역할을 자청하며 이탈리아 와이너리의 주인들과 고객들을 초대하는 ‘메이커스 테이블’을 기획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그 반경을 넓혀 보다 많은 생산자들을 고객들과 만나게 할 계획이다.


▮ 비꼴로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10길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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