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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함 Jun 14. 2021

숨겨진 노포와 힙함이 공존하는 곳, 명동의 이면-1

[CUT] 명동화원/더스팟패뷸러스/서울전기철물


찰나를 스치는 개별적인 컷들이 모여 영화를 살아 움직이게 하듯, 명동을 구성하고 있는 점포들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생동하는 명동을 느껴봅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모해온 노포들의 기억과 이야기를 살펴보고, 명동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미래의 노포'들을 소개합니다. 



01 명동화원




명동화원 박성광 대표는 꽃을 '토탈'이라고 말한다. 생화에서부터 조화, 드라이플라워, 화분 관리와 조경까지 모든 것들이 '꽃'이다. 그는 원예과를 졸업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조경 일을 하다 서른이 갓 넘은 1990년, 한국YWCA연합회관(지금의 ‘페이지 명동’ 자리)에 명동화원을 냈다. 꽃, 식물 판매를 비롯해 명동 근처의 호텔, 기업의 꽃꽂이를 담당하고 영전이나 승진을 축하하는 난을 만들기도 한다. 스스로를 ‘꽃 욕심’이 많다고 표현하는 그는 일주일에 두, 세 번 시장에 방문해 가능한 한 많은 꽃을 사 온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말처럼, 명동의 성격이 변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화원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만개하는 순간이 정해져 있는 꽃의 특성상 먼 길을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꽃집을 찾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갈수록 꽃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바로 그게 명동화원의 강점이기도 하다. 30년 넘게 꽃을 만져온 사람의 웃음은 투명하고 선하다. 건물의 리모델링과 코로나19의 여파로 운영은 녹록지 않지만 그 살가움 때문인지 젊은 고객들이 늘었다.


▮ 명동화원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길 73




02 더 스팟 패뷸러스




올해로 5주년을 맞이한 '더 스팟 패뷸러스'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수준 높은 디저트와 음료를 선보인다. 세계 각지에서 유명 제과학교를 졸업한 파티시에들이 매일 재료를 엄선해 만드는 디저트가 특히 눈에 띈다. 재료나 음료에 따라 그 디테일이 계속 달라지는데, 이를테면 좋은 딸기가 들어온 날에는 딸기와 잘 맞는 재료를 배합해 디저트를 만들고, 음료의 개성에 따라 그에 맞는 디저트를 만드는 식이다. 여기엔 재료의 맛을 끌어올려 그것이 가진 최대치의 감동을 전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재료를 대하는 이들의 철학은 내부 공간에도 스며든 것 같다. 1950년대, 중국 국민당의 외교활동을 위해 건립된 건물 내부를 덮어버리거나 해체하지 않고 자신들의 색을 더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건물이 지탱하고 있는 시간의 흔적을 최대한 드러내 보여주고자 마감을 최소화하고 이에 걸맞은 목재를 사용했다. 70년 전, 이곳이 처음 지어졌을 때 명동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꾹꾹 눌러 담긴 명동의 시간이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꿀떡 넘어간다. 


▮ 더 스팟 패뷸러스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2길 22




03 서울전기철물




정중섭 대표는 1986년, 명동 일대의 전기회사에서 경력을 쌓아 꼭 10년 만인 1996년에 서울전기철물을 열었다. 각종 전기 재료를 비롯해 공구, 인테리어에 관련된 여러 가지 철물을 취급하고, 주특기인 전기와 인테리어에 대한 강점을 살려 주변으로 출장을 나가기도 한다. ‘오진하지 말자’는 신념으로 묵묵히 일해온 결과, 명동에 남은 유일한 철물점이 됐다.





서울전기철물이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쉽지 않다. 그건 바로 ‘고객 감동’이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다양한 방법 중에 그는 ‘신뢰’에 집중했다. 수리를 요청한 고객에게 문제의 원인이나 수리비를 부풀려 말하는 등, 고객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 얼핏 가볍고 손쉽게 들리는 말일지 모르지만, 그것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신용이란 오랜 시간 작은 행동이 쌓여 만들어지지만, 그만큼 작은 거짓말 하나에 무너지기도 하는 거니까. 그는 요즘 말로 ‘깜놀’할만한 것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건 바로 수천 개에 달하는 그의 핸드폰 주소록이다. 그러면서 상대를 먼저 기억해 주는 것이 자신의 고객 관리 비법이라 말한다.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쪼개듯, 바위 같은 정직과 성실이 지금의 서울전기철물을 만들었다.


▮ 서울전기철물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10길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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