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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함 Aug 18. 2021

다양한 삶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회적 부동산의 상상력

<월간국토> 2021년 8월호 시론, 더함 양동수 대표




‘패닉바잉’ 이후 부동산의 미래



사회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열광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노리는 이 같은 흐름을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보는 이들도 많지만, 노동소득만으로는 안정적 거주가 가능하지 않은 사회 구조 자체가 오히려 비합리성에 기대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평균매매가가 11억 원에 달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부동산과 주식 투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절망을 실감하기도 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사는 것이 가장 싸게 사는 것이라는 학습이 반복되면서, 그야말로 ‘패닉바잉’이 증가하고 있다. 패닉, 즉 공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해 해석하는 힘을 키우는 것’, ‘주변과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되는데, 이번 호의 주제인 ‘사회적 부동산’에 대한 논의가 이런 사회적 패닉을 완화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최근의 과열 양상에 한몫하고 있는 언론기사들을 보면, 부동산과 주식에 올인하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 같지만, 안정된 삶의 기반으로서 부동산을 조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정책연구자와 행정가들, 현장의 활동가들) 또한 많다. 토지 공개념의 회복, 건축물 수명 증대와 장기공공주택의 확산, 시민자산화 모델 실험, 주거 기반의 커뮤니티 조성 등 다양한 층위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 모두가 ‘사회적 부동산’ 담론의 일원이다. 이들은 (하드웨어) 공급과 가격 중심으로만 논의되고 있는 양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거를 둘러싼 삶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부동산’은 민간의 부동산 조성과 어떤 점에서 차별점을 가지며, 어떤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사회적 부동산은 어떻게 다른가



첫째, 개발 과정에서의 차별점을 들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시공’과 ‘시행’이 분리되지 않고 대형 건설사에 의해 동시에 수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건설비가 상승하게 되고 이러한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또한, 공급의 과정이 철저히 소비자 그룹과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니즈를 개발 과정에 반영시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는 ‘사회적 부동산’ 방식은 개발 과정에 소비자들을 참여시켜, 이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가격 거품을 대폭 낮추어 낼 수 있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부터 입주자들이 지분에 참여한 협동조합형 아파트 위스테이의 경우,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과정을 통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커뮤니티 시설의 설계에 반영하였다. 장애인, 노인, 영유아 등 다양한 신체의 조건을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단지 전체에 구현해 낼 수 있었던 것도, 부동산 조성 과정의 맨 앞 단계서부터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소유 구조에서의 차별점을 들 수 있다. 기존 부동산 시장에서는 거주의 방식이 ‘사거나 빌리거나’로 양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안정적 거주를 위해 개인들은 많은 부담을 지며 ‘개별 구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적 부동산’ 방식의 개발은 공동소유모델을 통해 개인이 져야 하는 리스크와 부담을 줄여낸다. 민과 관이 공동소유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시민자산화 모델은 소유 구조에서의 혁신을 이뤄내고, 집값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운영에서의 차별점을 들 수 있다. 사실 그간 민간의 부동산 개발 영역에서는 빠르게 지어 빠르게 분양하는 전략이 우세할 뿐 ‘운영’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을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부동산’ 관점에서는 ‘운영’에 대한 고민이 가장 우선시된다. 공용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주민들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제 이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노력들이 바로 그 일환이다.


입주민들을 운영에 적극 참여시킨다는 점도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운영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단지 내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처우 개선 효과도 기대되는데, 아파트 단지 내에서 벌어지는 ‘갑질’ 문제는 시설관리 등 영역을 외주화하고 비용 절감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상상해 보는 사회적 부동산의 미래



이 지면에 다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적 부동산이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은 실로 방대하다. 그만큼 부동산 문제는 우리 삶 전반의 문제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회적 부동산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 것인가?


우선,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되어 왔던 소비자들의 주도권을 되찾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다른 시장 영역과 달리, 유독 부동산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협상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그만큼 대형 건설사들이 오랜 기간 주도권을 독점했던 까닭이다. 부동산 개발, 소유, 운영에서의 주도권을 ‘조직화된’ 소비자들이 되찾아 오는 여러 시도들은 부동산 업계의 근본적 패러다임 변화를 추동할 것이라 기대된다.


무엇보다, 제도적 복지의 다양한 사각지대를 커뮤니티의 방식으로 보완하며,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이 되어 줄 것이다. 1~2인 가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각종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볍고 느슨한 커뮤니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크고 작은 삶의 필요들이 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 모이고 이를 해결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공동체의 역량은 더 커져 갈 것이다.


최근에는 주거, 돌봄, 문화, 교육 등 삶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회적 부동산’이 곳곳에 확산되면, 수도권 중심의 과밀 양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고 있다. 또한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복지 정책과 제도적 지원을 ‘주거 커뮤니티 지원’으로 통합해 본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물음을 던져 보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적 부동산의 상상력은 기존의 정책적 틀과 사고방식으로는 닿을 수 없는 다양한 지점에 우리를 데려가 주기도 한다. 사회적 부동산의 다양한 사례와 시사점들이 현재의 제도적, 정책적 한계를 뛰어넘어 ‘새 판’을 짤 수 있도록 상상력을 촉발하고, 현장 곳곳에 구체적으로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란다.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해당 글은 국토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월간국토> 2021년 8월호에 게재된 시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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