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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함 Sep 23. 2021

우리가 몰랐던 명동·을지로 - 3

[CUT] 엘피러브/에이스포클럽/블루노트


흡사 빌딩숲처럼 보이는 을지로, 명동의 지하에서 분주한 직장인들을 맞이하는 작은 가게들,

관광객들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골목에 위치한 내실있는 가게들을 소개합니다.



01 엘피러브




엘피러브는 90년대 초반까지 제작되었던 오리지널 레코드를 전문으로 소개한다. ‘라스트 레코드 스토어’를 표방하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된 음반들을 알리고 지켜 내는 것이 가게 주인의 소망. 한국 가수들의 레코드를 비롯해 미국이나 유럽에서 제작되었던 오리지널 레코드를 취급한다. 가게에 있는 것은 그의 컬렉션에서도 10% 남짓이라고 하니 주인의 수집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해외 음반들은 모두 2~30개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신중하게 들여온 것들이라고.





사랑을 정의하는 제각기 다른 시선들이 있겠지만, 엘피러브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단연코 존재적 사랑 그 자체다. 판을 한 장 집어 들 때마다 주인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단순히 음악에 대한 것뿐 아니라 음악을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을 소개해 준다. 그러니까 커버아트나 뮤지션, 레코드가 발매됐던 시기의 시대상에 대한 것들까지 말이다. 단순히 무언가를 오랜 시간 팔았기 때문에 쌓인 것이라고는 설명하기 힘든 깊이와 온도다. 현재 자신이 수집해 온 레코드를 시대와 문화의 흐름별로 소개하는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 엘피러브 : 서울 중구 소공로 58




02 에이스포클럽




시간조차 나른하게 흐를 것 같은 에이스포클럽.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의 형태로 운영된다. 빈티지한 느낌을 풍기는 바에서는 김렛, 올드패션드 등의 클래식한 칵테일과 하이볼 같은 위스키 베이스의 주류를 낸다. 6~70년대 런던에서 처음으로 흑인 음악을 연주했으며 밥 말리, 지미 클리프가 즐겨 찾았던 ‘포 에이시스 클럽’에서 이름을 따온 이곳. 은은한 촛불과 묵직한 가구가 편안한 조도를 만들어 내는 이곳에는 20대 힙스터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에이스포클럽의 이름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는데, 바로 주인의 태몽이다. 그의 아버지는 꿈에서도 평소 좋아하던 훌라를 쳤고, 거기서 에이스 포 카드를 뽑았다는 것. 어쩌면 그가 카드를 치던 공간은 과거 이화다방이었던 이곳이 아니었을까.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바깥의 빌딩숲, 그와 대조되는 이곳의 분위기는 과연 꿈같다. 뜨거운 태양의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여름밤, 바 테이블에 앉아 바텐더의 안목에 몸을 맡겨 보는 것은 어떨까. 시간을 잊은 이 공간에서 나 또한 시간을 잊은 채 거나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 에이스포클럽 : 서울 중구 을지로 105 2층




03 블루노트




조금은 투박하고 설익은 인상을 주곤 하는 여느 지하상가와는 달리, 블루노트의 음료와 공간은 세련되고 정갈하다. SCA(스페셜티커피 협회)의 큐 그레이더들이 높은 점수를 매긴 좋은 품질의 원두를 사용하는데, 조금 느리더라도 정해진 용량과 방법을 지켜 커피의 맛을 유지한다고. 맛있는 아메리카노와 라떼에 구름같이 몽실몽실한 크림과 짭조름한 소금을 올린 솔트아메리카노와 솔트라떼는 이곳의 효자메뉴다. 가게 한켠에는 주인의 안목으로 엄선한 액세서리 굿즈가 있어 기다리는 시간을 심심하지 않게 해준다.





이들이 내건 블루노트라는 이름은 장음계에서 3음과 7음을 플랫(반음 낮춤)해 연주하는 재즈/블루스만의 음계에서 따왔다. 여기에는 노동자들의 애환을 달래 주던 블루스 음악처럼, 바삐 흘러가는 직장인들의 삶이 커피를 통해 ‘플랫’되었으면 하는 주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과연 그의 의도처럼, 우회로 없는 지하상가에서 블루노트는 긍정과 각성이 필요한 직장인들의 혼곤한 오후에 달달한 위로가 되어 준다.


▮ 블루노트 : 서울 중구 을지로 88 을지스타몰 2구역 지하2층 을특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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