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블랭크 건축사사무소 문승규 대표
블랭크(Blank)는 지역의 유휴 공간을 찾아 동네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바꾸어 내는 건축사사무소다. 단순히 건물을 설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쌓아 갈 수 있도록 운영까지 도맡기도 한다. 내부에 건축사를 비롯해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현재 상도동 주민들의 커뮤니티 바 ‘공집합’과 지방 소도시의 빈집을 큐레이션하는 ‘유휴하우스’, 로컬을 만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포트타운’을 설계, 운영하고 있다.
눈에 띄는 감각적인 공간을 찾아 모두가 동네를 떠날 때, 블랭크는 동네에서의 더 나은 일상을 고민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경험’이었다. 지역에서 일일 호스트로 바를 운영해 보기도 하고, 현지 주민과 관계를 맺으며 지방살이의 꿈을 키우기도 한다. 문승규 대표는 이렇게 지역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동네는 지속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로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우리의 물음에 문승규 대표는 ‘지역의 이면에 쌓인 다양한 삶의 방식’이라는 답을 남겼다. 강한 여운을 남기는 말이었다.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들이 한 곳에 모이고, 그렇게 교차하며 쌓아 가는 관계의 경험은 얼마나 풍부하고 촉촉할까. 상도동에서 문승규 대표를 만났다.
Q. 처음 뵙겠습니다. 블랭크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블랭크(Blank)는 빈 집이나 사무실 등 버려지거나 방치된 공간을 사람들이 모여 활기를 띠는 공간으로 재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비어 있는 공간에 관심이 많은데요. 단순히 공간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도 관심이 많아요.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공유 스튜디오 ‘청춘파크’를 시작으로 다양한 공유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영역을 확장해 왔고요. 최근에는 지방 소도시에 관심을 갖고 남해나 제주, 여수 같은 지역에서 그곳에 필요한 공간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Q. 비어 있는 공간뿐 아니라 사람과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블랭크는 건축사사무소인데, 건물과 공간을 설계하는 일을 넘어 사람과 관계에 집중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상도동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해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지역에 정말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어요. 그 경험으로 건축이란 단순히 좋은 공간을 만들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함께 운영해 나가는 것이라는 인사이트를 얻게 됐죠. 보통 건축이라고 하면 건물을 짓는 것만 생각하지만, 블랭크는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과 지속 가능한 운영방식을 고려하며 건물을 설계하고 있어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빈 공간을 찾는 것보다, 그곳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건데요. 저희가 만든 공간의 이면에는 그런 곳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렇게 완성된 공간이 동네에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도록 고민했던 과정이 있었어요. 그러기 위해서 시공에서 공간 운영까지,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Q. 그동안 맡아 오신 프로젝트들을 보면, 도심보다는 동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도보 생활권, 그러니까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반경 500m 정도의 거리 안에 우리가 좋아하는 공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주민 혹은 일하는 사람으로서 ‘거주하거나 일하는 동네에 이런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회사가 위치한 상도동의 근거리 내에서 일을 벌여 왔던 것 같고요. 여기에 동네에서 관계 맺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니즈들이 더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회사 동료 중에는 상도동으로 이사를 오거나 결혼 후 아예 정착을 하신 분도 생겨났어요. 다른 지역에서 벌이는 프로젝트들도 이렇게 거주지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Q. 말씀하신 ‘다른 지역’으로 남해와 제주의 ‘유휴하우스’, 여수의 ‘포트타운’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블랭크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그 반경을 넓혀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지방’의 공간들에 주목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상도동에서의 처음 3~4년은 지역 주민들과 맺은 관계가 계속 이어졌어요. 동네 생태계도 조금씩 조성되고 있었고, 가게 사장님들 간의 네트워크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기도 했죠. 그런데 4~5년 전부터 저희와 관계된 분들이 하나 둘 지방살이에 대한 꿈을 품고 지방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블랭크와 연결되어 있던 관계들이 점점 상도동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블랭크 내부에서도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면서 누군가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고 해도 우리가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게 유휴하우스 프로젝트였죠.
서울에서는 빈 공간을 공유 오피스나 상업 공간으로 조성해 운영했었는데요. 막상 지방으로 이주하는 분들의 니즈는 공유 오피스보다는 주거 공간에 있더라고요. 그분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집 구하기’였어요. 지방 소도시로 내려갈수록 건물이 노후되고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 괜찮은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 주거 문제를 유휴 주택을 통해 풀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빈 집을 개조해 ‘중/장기로 거주하며 지역을 경험할 수 있는 주택’으로 전환해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저희 내부에서는 저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언젠가는 지방으로 내려가 살 거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거주지를 옮기기에 앞서 한 번 지방으로 내려가 거주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배경도 있어요. 그런 분들을 위한 공간을 고민하면서 남해에서 처음 유휴하우스 프로젝트를 선보였죠.
Q. 서울과 지방, 여러 면에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차이가 공간을 만들면서도 느껴지셨을 것 같아요.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에 비해 지방은 선택의 폭이 좁다고 느껴졌어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다 문득 ‘관계인구’라는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관광인구 혹은 정주인구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 지역에 느슨하나마 귀속의식과 관계성, 그리고 애착을 느끼는 인구를 의미해요. 함께 대화하거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관계들이 느슨하더라도 지역 곳곳에 있다면 분명 경험의 폭은 달라질 것이고, 지방에서도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Q. 그렇다면 블랭크가 지방에서 만들거나 전하고 싶은 경험은 어떤 것인가요?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지역,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공간을 찾은 다음에는 근처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를 봤어요. 남해를 택한 이유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는데요. 농업과 관련된 스타트업인 ‘팜프라’, 문화/예술 팀인 ‘플랜포히어’라는 팀이 있었고, 공립 대안학교가 있어 교육에 대한 커뮤니티도 잘 형성되어 있었죠. 그렇게 이곳 커뮤니티도 만나 보고, 지역 스타트업들과 소통하면서 이분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에 집중했어요. 그분들의 스토리를 담은 인터뷰를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기도 했고요.
단순히 맛집 정보나 가볼 만한 곳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거기에 있어요. 방문객들은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함으로써 동네에 대해 알게 되고, 나아가 함께 일을 할 수도 있겠죠. 적어도 이곳에 거주하는 동안에는 그런 접점을 차근차근 만나도록 하고 있어요. 팬데믹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는 동네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보고 있어요.
Q. 문득 여행지의 낯선 만남에서 느꼈던 설렘이 떠오르네요. 유휴하우스에 머물렀던 분들 중, 지속적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분들도 있나요?
유휴하우스 방문객 중에는 도시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져 쉬러 오셨다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어떻게든 세상과 단절되어 고립되고 싶은 마음이었을 테죠. 그런데 그런 마음을 가지고 오신 분들 중 정말 고립 상태로만 머물다 가는 분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루, 이틀이 지나면 지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산책을 하다가 가게 사장님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심지어 이곳에 오셨다가 창업을 하신 분도 있어요. 온라인으로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분이었는데, 아예 옆집을 구하셨더라고요. 유휴하우스에 방문하셨던 분들이 하나 둘 지역에서 새로운 것들을 하려고 하는 걸 보면서 이런 공간을 통해 지역에 계속해서 관계인구를 만들어 나가는 게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던 것 같아요.
유휴하우스가 다른 숙박시설과 차별되는 지점 중 하나는 지역에 실제로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분들이 커뮤니티 매니저로 참여하신다는 거예요. 그분들이 공간을 관리하고, 방문객들에게 지역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세요. 지역 사람이 직접 매니저로 참여하는 방법은 저희가 먼저 제안드린 건데요. 흔쾌히 그런 것들을 해주시는 걸 보면, 오히려 지역에 계신 분들이야말로 어떤 공간이 생겼을 때 관심도 크고, 거기서 관계를 맺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요. 나아가 지방살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방문객도 계실 것 같아, 커뮤니티 매니저님들께 지방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진솔하게 전해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있어요.
Q.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지역에서, 매니저님들의 존재가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 주시는 것 같네요. 한편으로 지방에서 벌이는 또 다른 프로젝트, ‘포트타운’은 유휴하우스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데요. 포트타운은 어떻게 구상하시게 되었나요?
유휴하우스가 소도시에서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라면, 포트타운은 다양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생산물과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에요. 포트타운이 위치한 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여수의 이미지와는 다른 분위기의 도시인데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지역을 경험할 수 있게 할지를 고민했어요. 결과적으로는 로컬 콘텐츠를 결합해 로컬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죠. 차 없이는 오기 힘든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알고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로컬 상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해 주시는 걸 보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로컬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느꼈죠.
180평 정도 되는 공간에는 카페, 편집숍, 식당 등 다양한 성격을 가진 곳들이 복합적으로 이어져 있는데요. 공간 곳곳에는 저희와 교류하거나 협업하는 팀들의 상품을 두었어요. 카페에서는 공주에 있는 로스터리에서 로스팅한 커피를 소개하고 있고요. 옆의 마켓에서는 저희 이웃인 ‘지구숍’의 제로웨이스트 제품과 부여의 ‘세간’이라는 리빙라이프회사에서 큐레이션하는 지역 공예품들, 로컬 브루어리에서 만드는 술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식당에서는 지역 농가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메뉴를 개발하고 있고요. 포트타운에서 만들어지거나 제공되는 모든 것들이 지역과 연계된 것이라 할 수 있죠.
Q. 앞으로 계획 중인 프로젝트나 공간이 더 있을까요?
건축 설계 방면에서는 공유 공간들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에요. 기획이나 운영에서는 유휴하우스나 포트타운을 확장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포트타운 내부의 카페나 식당, 편집숍 등 모든 공간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유휴하우스나 포트타운이 결합된 ‘타운’의 형태를 어떤 지역에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구상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지역 소도시에 주거, 업무, 상업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타운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도보생활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지방에 내려가서는 그 중요성을 더욱 체감하고 있고요. 차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지만, 내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정도의 동네 안에 좋아하는 카페와 식당이 있고, 일하는 장소가 있을 때 동네가 지속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공간들이 모여 있는 동네를 계속 만들어 가고 싶어요.
Q. 그런 동네가 생긴다면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즐거울 것 같아요. 말씀하신 동네의 모습에서 요즘 많이 언급되곤 하는 ‘로컬’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로컬’이란 무엇인가요?
건축을 공부하면서 ‘지역성을 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사실 ‘지역성’이라는 말에 항상 의문을 느끼는 편이에요. 그 의문이란, 가령 기와 지붕을 사용하는 것이 한국성을 드러내는 건축물일지, 혹은 현무암을 사용하는 게 제주의 지역성을 담아내는 방식일지에 대한 것이죠. 물론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역이 가진 것을 일차원적으로 직역하는 방식을 로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로컬이라는 말에는 복합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로컬은 지역의 이면에 쌓인 다양한 삶의 방식이에요. 지역에서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블랭크의 고민도 로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걸어 다니고 생활하는 반경 안에서 어떤 관계나 접점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상도동도 로컬이고, 명동도 로컬이죠. 로컬이 아닌 곳은 없다고 봐요.
Q. <이면도로> 기획 배경에는 명동이 다시금 내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기도 해요. 여러 동네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조성해 오시면서 경험하고 느끼신 바가 많으실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사랑받는 동네의 특징이 있을까요?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역과 계속 연결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바꾸어 말하자면 애착이라고 할까요. 사람들을 계속 머물게 하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명동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일을 해왔거나, 여가를 즐기러 오면서 추억을 쌓은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이곳에 사람들을 모아낸다고 하면,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느슨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Q. <이면도로>를 통해 벌써 서른 세 개의 가게, 전문가들을 만났더라고요. 저에게 명동은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모든 것들이 재빠르게 소비되는 피로한 도시였는데, 그 안의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이곳이 정말 동네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로컬을 담아낸다’고 하면, 지역의 일상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이면도로>에서 하고 계신,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담아내는 활동이 그런 면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요. 지역에 애착을 가지고 이곳의 성격을 만들어 가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사람도 분명 많을 거예요. 다만 그걸 함께 나눌 사람들이나 장이 없는 거죠. 이런 잡지나 인터뷰, 모임을 통해 그런 것들을 계속 끄집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지역 사람들의 생각이 모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저희가 일을 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도 바로 그런 부분이에요.
Q. 앞으로의 명동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혹 참고해 볼 만한 사례를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역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할 공간이나 집도 필요하지만, 그러한 기초 위에 결국 생산자들이 많아져야 지역이 풍성해진다고 생각해요. 명동에도 창작, 생산을 하는 사람들이 더 유입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모로 중심지이기도 하기에 메이커 스페이스 같은 시설이 생긴다면 창작자, 생산자들에게 적합한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명동을 보면서 저는 포틀랜드가 떠올랐어요. 사실 두 지역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포틀랜드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자기다운 일을 해 나가고 있는, 다양성이 넘치는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메이커 스페이스나 재활용 센터, 수제 맥주 브루어리 등, 다양한 생산자들이 모여 느슨하게 연대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명동 또한 그런 다양성이 폭발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명동에는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진다면 좀 더 매력적인 지역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관광지로서 작동하다 보니 팬데믹으로 인해 취약해지기는 했지만, 지속 가능한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또 다른 모습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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