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커피스니퍼/마이시크릿덴/술술상점
나에게 몰두할 수 있는 휴식(break)의 시간,
그리고 일상을 틈입하는(break) 사유의 순간을 선사하는 가게들을 소개합니다.
서민들에게 커피를 금했던 18세기에는 몰래 로스팅하는 이들을 수색해 내는 직업이 있었다. 카페 ‘커피스니퍼’의 이름은 이처럼 재미난 역사 속 이야기에서 착안했다. 이름에 걸맞게, 고소하고 쌉쌀한 커피 향을 따라 작은 골목을 오르다 보면 비밀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향미가 뛰어난 에티오피아, 브라질의 원두를 블렌딩한 ‘인센스 블렌드’와 적은 산미에 묵직한 로스팅 정도를 가진 ‘스니퍼 블렌드’ 이렇게 두 가지 스타일의 원두가 있는데, 에스프레소뿐 아니라 철마다 다른 원두를 선보이는 필터 커피도 함께 내고 있다. 첫 방문이라면 커스터드 우유 베이스에 에스프레소 크림을 올린 커스터드 라떼를 추천한다. 부드럽게 입에 감기는 맛이 좋다.
미국의 금주령 시기에 성행하던 스피크 이지(speak-easy) 바의 분위기를 표방하는 이곳은 몇십 년은 족히 되었을 북창동 뒷골목에 비밀스러운 매력을 더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를 향해 난 좌석을 볼 수 있는데, 바리스타들이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아니라 한 명의 ‘퍼포먼서’로 느껴질 수 있게 함이라고. 단서를 모아 놓은 듯한 벽면의 장식과 어우러진 이들의 움직임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는 탐정의 기민함을 닮았다.
▮ 커피스니퍼 : 서울 중구 세종대로16길 27 1층
마이시크릿덴의 첫인상은 어릴 적 읽은 동화 속 한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열려라 참깨!’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며 암막을 걷어 내면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바로 옆 덕수궁과 돌담길의 모습을 최대한 담아 내기 위해 내부의 조도를 낮게 조절한 것이 특징. 낮에는 휴식과 몰입을 찾는 이들을 위해 공유 서재로 운영되는데, 은은한 차경(借景)이 사색과 여유를 돕는다. 저녁이면 와인바로 운영되며 커버 차지를 내면 외부 음식을 반입할 수 있는데, 근사한 플레이트에 배달 음식을 담아 와인과 페어링할 수 있다.
기민하게 흘러가는 도심 한가운데, 비밀기지 같은 이곳에서는 바깥세상의 근심 걱정 따위는 침입하지 못할 것 같은 안온한 느낌이 든다. 긴장이 풀어질 즈음에는 내부에 비치된 책들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디자인을 비롯해 개인의 성장을 돕는 다양한 서적이 비치되어 있는데, 내부에는 책에 대한 소개를 적어 놓은 북카드가 있어 이해를 돕는다.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싶거나, 사색을 이어가고 싶다면 바로 위층으로 연결되는 직장인들의 성장 커뮤니티, HFK 프로그램을 신청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마이시크릿덴 : 서울 중구 덕수궁길 9 401호
술술상점은 약 200여 종의 우리 술을 전시, 판매하는 ‘우리 술 보틀숍’이다. 공간 내부에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집에서 빚은 술)부터 유행을 앞서가는 패셔너블한 막걸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류가 진열되어 있다. 최근 전통주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 술을 취급하는 가게가 늘어났지만, 술술상점의 레퍼토리는 막걸리에 특히 강점이 있다. 매장에는 각종 지역 특산 막걸리, 제철 과일을 넣어 만드는 막걸리 등이 구비되어 있다.
술술상점은 넓은 스펙트럼의 우리 술을 소개한다. 여기서 우리 술이란 전통주뿐 아니라 와인, 위스키 등 우리나라에서 제조된 모든 술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의 목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종류의 술을 가게에서 만나 볼 수 있게 하는 거라고. 물론 좋은 술이라고 엄선한 술에 한해서만이다. 술술상점에는 술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어 선호하는 맛이나 취향, 곁들일 음식을 알려 주면 그에 맞는 술을 추천해 준다. 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이들도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그야말로 ‘실패 없는’ 보틀숍이다.
▮ 술술상점ㅣ서울 중구 퇴계로 30길 1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