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테이지축 마을공동체의 첫 플리마켓 ‘지축__해보장’
유난히 포근한 날씨를 자랑했던 지난 토요일(4/23),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지축’에서 입주 후 첫 플리마켓이 열렸습니다. 이름하여 ‘지축___해보장’! 말 그대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며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보자’라는 의미와,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열린 ‘장터’란 의미가 동시에 담긴 정겨운 행사였습니다.
마침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가 된 후 맞는 첫 주말이라, 정말 많은 이웃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요. 장터에 필요한 물품들을 나르고, 부스를 설치하고, 깔끔하게 정리하여 마무리하는 일까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입주자분들이 자원해 주신 덕분에 첫 번째 플리마켓을 수월히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만들어 나갈 마을 공동체에 대해 더 큰 기대감을 품게 했던 따뜻포근한 현장을 스케치해 보았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마을을 깨끗하게 정비하는 플로깅*이 진행되었는데요. 플리마켓이 열렸던 이날 오전에는 마지막 회차(3회차) 플로깅이 있었습니다.
* 조깅이나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caka upp; 줍다)’과 영어 ‘조깅(jogging; 가벼운 달리기)’의 합성어.
모처럼만의 단잠으로 일어나기 힘든 주말 아침, 감사하게도 매 회차마다 50여 가족(누적 150가족)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50L 대용량 쓰레기봉투를 다섯 개 가득 채워야 할 정도로 쓰레기가 많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양이 점차 줄어 마지막 날엔 쓰레기봉투 1개 반도 다 못 채울 정도였다고 하네요.
내 손으로 직접 마을을 깨끗하게 만든다는 보람도 얻고, 플로깅 후에는 추첨을 통해 사은품까지 받아갈 수 있는 여러모로 뿌듯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사를 하다 보면 정리하고 싶은 가구나 소품, 혹은 쓰임이 다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좋은 물건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축___해보장’은 이런 물품들을 입주민들이 직접 판매하고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주었는데요. 4월 11일부터 약 5일간 셀러를 모집하여, 총 28팀의 셀러가 모집되었습니다. ‘뽀송마켓’, ‘몽땅사가게’, ‘아이들세상’, ‘콩콩이네 잡화상’ 등 셀러 참여자들이 직접 지은 귀엽고 정감가는 상점 이름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셀러로 신청하신 분들을 주축으로 캐노피와 테이블을 설치하고, 상점명이 적힌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여럿이 힘을 합치니, 비어 있던 단지 내 공터가 순식간에 장터로 변하는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카페 이음’에서는 입주자들이 직접 마을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들을 적는 이벤트가 진행되었는데요. ‘여름 물놀이’, ‘체육대회’, ‘함께 김장 담그기’, ‘눈썰매장 열기’, ‘체육관에 모여 영화 보기’ 등 재미있고 즐거운 상상들이 게시판 벽면을 빼곡히 채워 가고 있었습니다. 이곳 마을에서 여러 계절을 함께 지내다 보면, 이 같은 상상들을 하나씩 이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플리마켓에서는 물품을 나누고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동아리를 소개하고, 십시일반 모은 쌀로 만든 떡과 막걸리를 나누는 등 아기자기한 행사들도 같이 진행되었는데요. 소중한 이웃이기도 한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고민해 보는 ‘멍냥토크회’라는 부스명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존재가 어우러져 살아갈 마을 공동체 모습을 미리 상상해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단연 인기가 많았던 곳은 무료로 솜사탕을 나누는 부스였는데요. 지축의 어린이 입주민들의 손마다 흰색, 분홍색 솜사탕이 쥐어진 모습이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풍경이었습니다.
이번 ‘지축___해보장’을 통해 얻어진 판매금액의 일부(10%)는 머나먼 나라의 이웃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힘을 보태는 의미로, ‘위스테이지축’ 이름으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후원금을 보낼 예정입니다.
오후 4시부터 동네 다목적체육관인 ‘다함께 이음’ 공간에서는 <DJ, 음악을 멈추지 마>라는 제목의 음악감상 클래스가 열렸는데요. <랩으로 인문학하기>의 저자인 박하재홍 선생님이 이웃들과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하며 대중음악 감상에 대한 강연을 잘 진행해 주셨습니다. 낯설고 어색한 자리였음에도, 저마다의 ‘인생음악’과 여기에 얽힌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참석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후 5시부터 ‘공방 이음’에서는 오픈 이래 가장 인기가 많은 목공교실도 열렸습니다. 집 혹은 사무실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모니터 받침대를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는데요. 목공 동아리 신청자만 이미 100명을 훌쩍 넘겼다는 소식을 들으며, 날로 커져 가는 ‘목공’의 인기를 아주 가까이에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급 목공 장비와 자원활동가를 갖춘 ‘공방 이음’에 앞으로도 많은 예비 목공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터 준비와 마찬가지로,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로 순식간에 장터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실로 오랜만의 야외 활동으로 여운이 진하게 남았던지, 밤 늦은 시간까지 많은 입주민분들이 오래도록 대화를 나누는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요. ‘지축___해보장’에 참여한 모두가 적정한 일광욕과 적정한 노동으로 꿀잠을 주무시지 않았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어린이들의 고사리손까지, 모두가 함께 준비한 첫 ‘지축___해보장’. ‘세상 즐거운 아파트’를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있는 위스테이지축의 다음 계절들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입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위스테이지축 마을공동체의 활동들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