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TF가 만나러 갑니다
[더함 컬처 탐구] ‘더함에서 일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더함다운 것’은 무엇일까요? 나누고 싶은 더함의 문화와 제도를 소개하고, 그 안의 잘 보이지 않는 노력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서점 코너에는 온통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그만큼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일이 많아서이겠죠. 자존감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부심’을 갖기란 더 어려운 일일 테고요.
문득 더함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자존감과 자부심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오래 함께하고 싶은 동료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지도 고민되었습니다.
이런 물음을 품고 만나 본 청신호팀과의 대화 속에서, 어쩌면 ‘연결감’이 힌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누군가 혹은 어딘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일상 속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수영 보조 장비, 일명 ‘헬퍼’가 수영 초심자의 손끝에서부터 마음속 깊은 곳까지 안정감을 주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겠지요.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입니다. 작은 것에 손끝 하나 의지했다고 몸 전체가 떠오를 리 없지만,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드는 건 왜일까요?
어딘가에 의지하지 않아도 능숙하게 수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헬퍼’의 존재와 부단한 연습은 필수적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존감, 자부심이 내 안에 단단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주변 동료들의 도움, 그리고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쌓여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잘 살고’ 싶은 청년들의 커뮤니티 공간> 청신호명동을 운영하고 있는 더함의 청신호팀은 1년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일과 일상의 균형,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문화를 실험해 오고 있는 팀입니다. 그간의 좌충우돌 팀워크 스토리를 들려줄, 이건동 팀장(팀 총괄), 정해민(교육프로그램 담당), 김은지(SNS 운영 및 ‘정시퇴근’ 담당), 김혜수(문화프로그램 담당 ‘새내기’), 송시명(카페 운영총괄), 이용석(‘수석’ 바리스타) 매니저를 만나 보았습니다.
● 은지: 제 생각엔 어떤 고정된 방식의 문화가 있는 것 같진 않아요. cheer up의 방식이 각자 다를 수 있잖아요. 대신 그런 각자의 방식들을 용인하고 지켜 주는 문화가 있어요. 이 작은 팀 안에서도 산책이 필요한 사람, 다과 타임이 필요한 사람, 음악이 필요한 사람 등 정말 가지각색이에요. 만약 이 중 어떤 한 가지 방식만이 팀 문화로 자리 잡아 버리면 그건 곤란할 것 같아요.
● 시명: 같이 모여 맛있는 걸 함께 먹거나 수다를 나누며 털어 버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전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많다 보니, 의견 충돌이나 그런 일이 빈번히 있었거든요. 그럴 때 암묵적인 의식 같은 게 있었어요. ‘같이 피자 시켜 먹자’고 하는 거죠. 같이 일하면서 부딪치지 않을 순 없잖아요. 그런 사소한 일들을 가볍게 털어 버릴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소한 일들이 자꾸 쌓여서 터지지 않도록요.
● 은지: 일단, 하루 중 제일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는데, 그러다 보니 일과 자아를 완전히 분리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어떤 이유로 자존감이 무너지거나,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찾지 못하게 되면 하루하루가 비극일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사람마다 자존감이 지켜지는 요인은 다른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일의 성과가 잘 나왔을 때 자아존중감이 생기는 반면, 어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생길 수도 있겠죠. 저 같은 사람은 제 일상이 존중될 때 자존감이 지켜지거든요. 이 모든 걸 회사가 획일적으로 다 맞춰 주기란 어려울 것 같아요.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역할은, 어느 하나가 너무 균형에 어긋나지 않도록 밸런스를 지켜 주는 일일 듯해요. 쉽게 말하면, 평균치만 잘 맞춰 줘도 개인이 알아서 잘 살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혜수: 회사 생활에서 ‘소통’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잘 되려면 구성원들 각자가 자존감을 잘 지키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가령 누군가 저에게 “혜수 씨, 이거 왜 이렇게 했어?”라고 물었을 때, 정말 단순한 질문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내 자존감이 바닥일 때는 질문이 아니라 비난처럼 들리는 거죠. 심지어는 그렇게 꼬여 버린 관계를 풀 수 있는 것도, 각자 건강한 자존감을 갖고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조직 차원에서 칭찬을 자주 해주거나, 업무 이야기 시 감정을 섞지 않게 주의한다거나, 존대말을 쓴다거나 하는 문화가 이런 자존감을 지켜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곳에선 적어도 감정적으로 공격받지는 않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긴다면, 그때부터는 일이 좀 더 수월해질 것 같아요.
● 시명: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손님을 만나게 돼요. 기존에 자존감이 높은 사람도 기분 상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유연하게 잘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더 적극성을 발휘할 때도 있고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잖아요. 그런 손님들에게 한 번 더 말 걸어 드리고, 한 번 더 챙겨 드리면 오히려 자기 자신을 돌아보시는 것 같더라고요.
● 해민: ‘자존감’에 대해 고민되기 시작한다면, 내 자존감을 해치고 있는 요인을 찾아내고, 힘들더라도 꺼내어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꾸 ‘내 문제’라고만 해버리면 위험한 것 같아요.
● 혜수: 일에서의 자존감은 인간 관계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상대에게 내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일까를 의심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그 관계에 집착하게 되잖아요. 일터에서도 그런 듯해요. “나는 다른 회사에 가서도 이 포지션을 맡을 수 없고, 이 업무를 할 수 없을 것이고,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여기에 묶여 있는 거야”라고 위축이 들면, 정말 안 좋은 영향을 받게 돼요. “나는 어딜 가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고, 이 사람들도 나를 분명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거야”라고 스스로 자존감을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 칭찬 문화가 나를 건강하게 해주고, 회사와 나의 관계 또한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 해민: 칭찬이란 게 한 번이 어렵지 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저희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웃음)
● 건동: 저희는 독립된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아무래도 더 편하게 많은 것들을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건동: 저희 담당자들이 기획한 프로그램들이 나 개인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을 때인 것 같아요. 이게 그냥 일이어서만 하고 있는 건 아니구나,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있구나 하는 걸 느낄 때요.
● 시명: 카페에 찾아오시는 분들께 칭찬을 받았을 때죠. ‘맛있다’, ‘고생이 많으시다’고 얘길 들으면, 자존감이 확 올라가고, 힘이 나곤 해요.
● 용석: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동료들이랑 잘 지낼 때 올라가는 것 같아요. 뭔가 내 편이 생긴 듯한 느낌이 들어요. 소속감도 더 생기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존감, 자부심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 은지: 가끔 본인은 잘 못 보고 지나치는 부분을 팀원들이 발견해서 얘기해 줄 때가 참 좋아요. 저는 SNS를 운영 관리하니까,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도를 DM이나 댓글로 바로 볼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바로 공유해 주려고 노력해요. 다른 팀원들도 제가 하는 이벤트나 콘텐츠들에 대한 반응을 전해 주시기도 하고요. 그게 뭔가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자존감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 해민: 늘 그랬던 건 아닌 것 같고요. (웃음) 일의 맥락을 알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되면 그때부터 일이 재미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룹 워크숍, 그리고 실 전체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혼부부 근손실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다른 구성원들과 협업하고 있고, 연결되어 있단 느낌을 조금씩 더 받기 시작했어요.
● 혜수: 신기하게도 다른 구성원분들이 제 근황을 알고 계실 때가 있어요. “주사 맞고 앓아 누우셨다면서요?” (웃음)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한테 관심을 갖고 계시고, 또 말을 건네주시는구나… 이런 걸 느낄 때 소속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 시명: 다른 업무 공간에 계신 직원분들이 음료를 사러 오시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놀러 오시는 경우도 있어요. 오셔서 ‘아, 졸려요’ 이렇게 말 한마디 걸어 주시는 게 고맙더라고요.
● 건동: 적당한 관심에 기반을 둔 소통이 좋은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말이죠.
● 은지: 모든 상황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좋은 소통’이란 없는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면 위에서 결정되어 탑다운으로 내려와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소통방식이 채택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 혜수: 성향을 존중하는 게 좋은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보통의 회사에서는 능동적이고 활발한 인재상을 당연히 원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존재하잖아요. 우리는 주거, 사람,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회사이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소통방식에 대해서도 존중해 주었으면 해요.
● 시명: 일단 저는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용석: 티키타카가 되는 소통이 좋은 소통인 것 같아요. 한쪽만 말하고, 한쪽만 듣게 되면 나쁜 소통인 것 같아요.
● 은지: 저희의 인터뷰가 굉장히 화기애애하게 담길 것 같은데, 보시는 분들이 혹시라도 현재 본인의 업무나 팀의 분위기에 아쉬움을 더 느끼게 되진 않을까 조금 걱정이 들기도 해요. 문화라는 건, 각 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의 성격과 조건에 따라 굉장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의 경우 사업비가 일정 정도 정해져 있고, 그 사업비를 좋은 프로그램으로 잘 실행하면 되는 팀이다 보니, 매출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긴장도가 낮고, 수평적인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다는 생각도 한편 들어요.
● 건동: 네,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큰 액수의 돈이 왔다갔다 하는 사업에서는 분명 수직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할 것이고요.
● 해민: 리더의 역할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더함이란 팀을 하나의 자동차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떤 길로 접어들 건지 미리 알려 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어느 시점에 맞춰서 깜빡이를 켜고 들어가야 할지 예측하는 능력이 생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여정에서 내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미리 알려 주면 더 좋겠죠? 이유, 목적 없이, ‘해야 하는 일’만 덩그러니 있을 때, 자존감을 해치는 상황이 벌어지는 듯해서요.
● 혜수: 모든 일에 조금씩은 가벼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가벼워졌을 때, 시야도 넓어지고, 무언가 꼬인 부분들을 수월하게 잘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책임감이나 열정은 각자가 당연히 준비해야 하는 덕목이라고 생각하고요.
● 은지: 자기 삶에서 ‘더함’과 ‘일’을 지워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상태면 좋을 것 같아요. 단순히 ‘퇴근을 빨리 해서 놀 수 있다’가 아니라, ‘충분히 나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에너지가 다시 일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