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했던 코로나 시기의 추억
2024.11.23(토) 맑음
정숙 씨,
오늘은 문득 당신이 그리워지는 하루였어요. 요즘 날씨가 쌀쌀해져서인지, 아니면 당신을 떠나보낸 후 긴장이 풀려서인지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집 건너편의 병원에 다녀왔는데, 기침이 심해서 걱정이 됐습니다. 며칠 전부터 목이 따끔거리고 가래가 조금 나와서 혹시 코로나가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더군요. 당신이 곁에 있었다면 이런 걱정도 반으로 줄었을 텐데요.
코로나 이야기를 하니 당신과 함께 겪었던 그 시간이 떠오릅니다. 우리 가족 모두 걸렸을 때, 가장 걱정스러웠던 당신이 제일 가볍게 지나간 거 기억하시죠? 오한이 두 번 있었을 뿐 별다른 증상이 없었습니다. 당신은 원래도 참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1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그 무서운 병과 싸울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당신의 강인함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면서도 자랑스럽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38년은 참 길면서도 짧았습니다. 2년만 더 있었더라면 40주년을 맞았을 텐데, 그게 못내 아쉽네요. 우리 삶이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그 긴 세월 동안 서로 다툰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당신과 나는 참 마음이 잘 맞았고, 당신의 고운 성품 덕분에 늘 평화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사랑은 남들보다 더 깊었고, 당신이 떠난 지금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요즘은 동네마다 김장을 하느라 분주합니다. 당신도 기억나죠? 올해는 30일에 김장하자고 했던 약속입니다. 그때 당신도 “같이 하자”고 했었는데, 이제는 제가 혼자 해야 하네요. 매년 당신 언니가 와서 도와줬던 것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와 준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딸과 함께 언니네 김장을 도와주러 다녀왔습니다. 절임배추 3박스를 준비했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다 같이 도와서 두 시간도 안 돼서 끝났습니다. 언니가 미리 속 양념을 준비해 둔 덕분에 일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김장이 끝난 뒤 돼지수육과 배추 전을 만들어 다 같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배추가 조금 덜 절여져서 버무리기가 쉽진 않았지만, 수육과 함께 먹으니 참 맛있더군요. 당신이 옆에 있었다면 내가 수육 한 점을 크게 잘라 당신 입에 넣어줬을 텐데, 그 순간이 참 그리웠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언니가 싸 준 수육과 배추 전을 아들에게 주고, 저는 내일 교회에 가기 위해 양복과 와이셔츠를 다렸습니다. 몇 년 만에 입어보는 양복이라 어색할 것 같지만, 당신이 좋아했던 교회로 가서 목사님과 성도들에게 인사드리고 예배를 드릴 예정입니다. 아들과 딸도 함께 갈 것입니다.
당신이 누워 있을 때, 주일마다 교회에 가자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당신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미뤄야 했던 게 마음에 걸립니다. 대신 박 권사님이 주보와 영상예배를 보내주셔서 함께 기도하고 찬송했었습니다. 그 시간을 떠올리니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그리워집니다. 당신이 늘 “몸이 나아지면 꼭 교회에 가자”라고 했던 말도 잊히지 않습니다.
정숙 씨, 오늘 밤도 당신이 편안하길 바랍니다. 내일 교회에 다녀와 당신께 다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지금도 내 마음 한가운데에는 당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정숙 씨,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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