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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하늘에 계신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하루하루의 그리움을 담아

by 시니어더크

2024.11.22(금) 맑음


정숙 씨,

오늘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일상이 그리워서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당신에게 이야기하듯 글을 써 내려갑니다.


조금 일찍 일어나 율정동에 새로 생긴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로 갔어요. 우리가 함께 타던 자동차가 종합검사를 받을 차례였죠. 비용은 예상보다 많이 들었지만, 당신과 내 이름이 함께 등록된 덕에 30% 할인을 받았습니다. 당신과 함께한 차라서 더욱 특별한 혜택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당신 이름이 빠질지도 몰라요. 이름만 바꾸는 일이지만, 차도 서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이 없는 걸 자동차도 알아챌까요?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고민입니다.


센터로 가는 길, 옆자리가 텅 비어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차가운 바람 때문인지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 당신이 없어서였어요. 앞으로 차를 탈 때마다 당신 생각이 날 텐데, 그 허전함을 어떻게 다스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해요. 걷는 게 운동도 될 테니까요.


집에 돌아와 냉이로 된장찌개를 끓였습니다. 아들, 딸과 함께 식탁에 앉았는데, 당신의 자리가 비어 있으니 그 빈자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딸은 카페에 책을 보러 나갔고, 나는 당신의 옷을 정리했습니다. 하나하나 손에 닿을 때마다 눈물이 났습니다. 당신의 향기가 남아 있는 옷들은 도저히 버릴 수 없었습니다. 박스에 차곡차곡 접어 넣으며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부활하는 날까지 잘 간직하겠다고요. 시간이 지나 색이 바래더라도, 꿈속에서라도 당신이 다시 입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녁에는 빨래를 하고, 말린 옷가지와 수건, 양말을 접으며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나를 집안일에 익숙해지게 해 준 것이 얼마나 큰 배려였는지요. 요리와 청소, 빨래를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당신이 마치 모든 걸 준비시켜 준 것 같아 참 고맙습니다.


정숙 씨, 이제는 천국에서 아들과 딸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늘 지켜봐 주세요. 하나님과 함께 계시니 그분께도 아이들을 부탁드려요. 이번 주일에는 당신과 함께 다니던 교회에 가서 목사님과 성도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앞으로는 주일마다 예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당신의 영생과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할게요.


정숙 씨, 오늘 밤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꿈속에서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만 줄입니다.


늘 사랑합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는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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