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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분이네 Oct 24. 2024

발야구

익숙하고도 어려운 발야구

축구를 가르칠 때 공에 아예 발도 못 대는 아이가 있었다. 나름 설명도 잘했고 따라 하기만 하면 됐을 텐데 번번이 공을 놓치고 손으로 공을 주워왔다. 아이가 답답했다. '왜 발로 공을 못 잡니?' 타이르듯 부추기니 곁에 있던 다른 아이가 '선생님, 쟤는 오늘 처음 공을 차 봐요. 배운 적이 없어서 할 줄 몰라요. 제가 아주 어릴 적부터 친구였는데 공 차는 모습 처음 봐요.'라며 알려준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다. 내가 쌓아온 20여 년의 세월과 처음 배우는 아이들과 경험의 간격을 무시했던 걸 혼나고 말았다. 모든 게 처음인 초등학교인데 선생님이 혼자 멀리 나가버리다니, 어쩔 줄 몰랐을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으리! 스포츠를 가르칠 때는 더 차근히, 천천히 함께해야지. 두 시간 동안 기능, 간이 게임, 실전 게임으로 진행했다.


활동 시작 전, 약속을 했다. 남녀 두 줄씩 세워 앉히고 체육시간이 어떤 시간인지 묻는다. 

'재밌는 거 하는 시간이요!' 

'운동하는 시간입니다.'

여러 대답이 들려오지만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배우는 시간입니다. 싸우고 속상하기보다는 격려하고 이해하는 걸 배우는 기회입니다.'하고 일러둔다. 

'이겼다고 해서 다른 팀을 얕보거나 졌다고 해서 울거나, 우리 팀을 탓하거나 다른 팀을 욕하거나 그 외 등등 모두의 행복을 해치는 행동을 하면 바로 게임 중단할 겁니다.' 갈등에 대한 페널티를 약속한다. 평소에 경쟁형 활동을 거의 안 해서 목말라 있는 아이들은 제안을 마다하기 어렵다. 물론 지키지 않는 아이들은 있다. 처음은 경고를 주고 두 번째부터는 퇴장하는 규칙을 적용한다. 모두가 즐겁자고 하는 게임활동인데 싸워서 얻는 게 뭐 있나.  


1차시, 기본 기능과 간이 게임

첫 번째 활동은 공 주고받기다. 한 손으로 던지고 양손으로 끌어안으며 받는다. 공을 던지고 바로 반대편으로 뛰어들어가며 8자를 그리듯 왕복하며 주고받는다. 피구 하듯 던지는 게 아니라 포물선을 그리며 부드럽고 빠르게 던진다. 공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맞아도 안 죽어. 공보다 네가 세다.' 하며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무섭다고 제대로 안 보고 대충 잡으면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익숙해지면 거리를 더 늘린다.

두 번째 활동은 공 멀리차기. 벽 보고 남자 한 줄, 여자 한 줄 세워서 진행한다. 누군가 공을 주으러 갈 때는 공을 차지 않도록 한다. 공을 너무 많이 두게 되면 마구잡이로 공을 차게 되어 통제가 안 된다. 도움닫기를 하며 멀리, 강하게 찰 수 있도록 한다. 슈팅보다는 킥, 벽의 초록색 부분을 넘겨 찰 수 있도록 한다. 생각보다 모든 아이들이 규칙을 잘 따르며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조심해서 기다렸다.

세 번째 활도는 공 차고 콘 돌아오기 게임이다. 자세한 규칙은 유튜브 기백선생님 체육교실의 필드형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비수들은 정식 경기를 하는 것처럼 필드 안에 있고 홈 위치에 수비수 루, 공격수 루 두 개를 마련한다. 공격수들은 공을 차서 가까이 있는 콘이나 노란색 콘을 돌아와야 한다. 이때 콘을 돌지 않거나 공격수 루를 제대로 밟지 않으면 득점인정되지 않는다. 공격수 아이들이 너무 욕심부리지 않게 하려고 나는 3점을 내려고 2점콘 돌고 1점 콘을 도는 도중에 공이 돌아오면 그대로 0점 처리를 했다.

공 차고 콘 돌아오기 게임의 홈의 배치다. 이렇게 하니 충돌이 적어서 좋았다.


2차시, 발야구 정식 게임

지난 시간 주의사항은 한 번 더 안내했다. 수준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팀은 파란 조끼, 이긴 팀은 빨간 조끼를 입게 한다. 팀끼리 줄을 세울 때, 타순대로 서라고 한다. 앉음 번호를 외쳐 자신의 타순이 어디인지 확인하고 이닝이 끝날 때마다 몇 번 타자 차례인지 스스로 알도록 한다. 이때, 제일 잘 차는 사람이 보통 4번째 순서를 한다고 알려주면 알아서 정한다.

 공중볼을 찰 수 있게 접시콘 위에 공을 올려뒀으나 그 효과가 미미해서 맨땅에 올려두고 차는 걸로 했다. 원마커로 그어둔 선은 수비수가 지나치게 가까이 오지 않게 하는 안내선 역할을 하고 공차기 기능이 부족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게 반드시 띄워 차야하는 규칙을 없앴다. 격한 플레이가 안 나오게 두 가지 규칙을 정했다. 하나는 슬라이딩은 곧 아웃, 심판의 판단 하에 잘 못 넘어진 건 아웃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주자의 진로 방해 시 파우로 보고 진루를 허용한다. 덕분에 영역형 게임에서 많이 나오는 신체 접촉은 많지 않았다.

둥근 원마커는 1,2,3루수가 서있도록 했고 네모난 루는 주자가 밟는 용으로 썼다. 


발야구 지도는 3차시에 끝냈다. 사실 더 해보고 싶은데 평소에 프로 야구에 과몰입하는 아이들이라 발야구에도 난리가 난다. 결과에 목 매지 말라해도 잘 안된다. 인성 교육이 중점이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해 줘야겠다. 발야구 끝!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처음 만나는 게임은 게임 방법 영상보다는 활동 장면을 담은 영상을 본다.

어떻게 경기하는지 영상으로 보고 온다면 실제로 해 볼 때 덜 헤맬 수 있다. 게임 방법 설명 영상을 사용했는데 내가 이 규칙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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