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나치는 집 앞 편의점의 사장님은 늘 늦은 시간에 나와계신다. 최근에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쓰는 대신 본인께서 직접 나와 일을 하시는 모양이다.
늦은 새벽인데도 잠을 잘 못 이루는 나는 눕지도 않고 멀뚱히 의자에 앉아있다가 괜스레 허기가 져서 편의점으로 향했다. 적당히 먹을 것과 술 한 병을 집어 들어 계산대로 향했고 오랜만에 마주한 사장님은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셨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아직 이곳에 지내셨네요. 예전 이 동네 입주하실 때, 여기서 빗자루랑 빌려가시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2년은 더 되었지요? 전에 공항에서 일하신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아직 여기 지내시는 걸 보면 계속 다니시는가 봐요?"
나도 잊어버린 것들을 다 기억하시다니. 놀란 나는 지갑을 꺼내는 것조차 잊은 채 말했다.
"낮에는 자주 오는데 오늘은 잠도 안 오고 출출해서요. 전에는 늘 새벽에만 왔는데요. 아, 그 일은 그만뒀어요. 몸이 좀 안 좋았거든요. 그래도 동네가 좋아서 이사 생각은 없었어요. 근데 제가 빗자루 빌린걸 다 기억하시네요? 정말 2년도 더 된 일인데요."
여전하게 친절하시고 여전히 수다를 좋아하시고. 다른 손님이 없으니 잠시 말동무라도 해드릴까. 잠도 깨워드릴 겸, 내 것도 덜어낼 겸. 그런데 정말 여전하셔라.
그는 봉투에 물건을 담아주며 내게 왜 혼자 술을 마시냐며 물었고 저기 진열된 것들 중 무엇이 맛있다며 안주를 골라줬다. 전에 만나던 사람이 있었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묻기도 했고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며 덕담을 해주었다. 적적했던 마음이 소란스러워졌다. 계산대 앞에 선채로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너무 오래 서있었나 조금 민망한걸.'
그도 내 눈치를 살핀 모양인지 인심 좋은 웃음으로 이제 청소를 해보신단다. 자주 찾아와 달라는 말에 늦은 새해인사를 건넸다.
흔쾌히 빗자루를 빌려주고 피로한 새벽에 고생한다 말 건네주던 사람. 지나간 그 많은 사람 중 특별히 기억해주는 사람.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사람.
나조차 잊고 있던 나를 좋게 기억해준다는 건 무료한 삶에 따듯한 의미를 더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소함만으로 보통의 내가 특별해지는 기분. 기억되는 사람이 되어야지. 기억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술이 달다. 고작 몇 모금 술에 취하는 것 같이 기분이 좋다.
이 동네가 좋을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
이 밤이 두어 시간 남았나. 단 잠을 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