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눈이 많이도 내렸다. 이번 겨울 제대로 된 눈 구경을 못해봤다고 아쉬운 소리를 내뱉곤 했는데 이제 곧 봄이려나 하니 뭘 잔뜩이나 내려줬다. 하필 오늘은 외투안에 티셔츠 한 장 달랑 입고 나갔는데, 추위에 약한 나를 놀리는 것이 하늘은 꽤나 재밌나 보다.
마침 집 근처로 외근을 나왔다가 내리는 눈에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 일찌감치 퇴근을 했다. 눈 오는 날은 포근하다는데 이놈의 방구석은 왜 이리도 온기 없이 추운지. 난방 온도를 높이자. 할 일도 없는데 낮잠을 잘까.
자고 일어나니 네게 톡이 하나 와있었다. 술 마시자는 말인가 보다. 역시 날이 추울 땐 몸에 열을 내야 한다. 그래, 좋아. 전부터 네가 가자던 집은 오늘 문을 닫았단다. 내가 먹고 싶다던 양꼬치를 먹기로 했다. 오랜만의 술자리에 괜히 설렜다.
술을 마시면서 너는 언젠가 내게 꺼내 보이던 우울함에 대해 얘기했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나 역시 같은 고민을 앓는 중인걸. 네 표정이 밝아진다. 그럼 나도.
술이 조금 올랐나. 유독 네가 준 술에는 왜 이리도 약한지 두 뺨에 열이 난다고 했다. 반면 너는 왜 얼굴색 하나 변하지도 않냐고 따졌다. 전에도 이러다 나만 곯아떨어졌는데, 아직도 놀려대는 너는 그것을 꽤나 재밌어했다. 그러다 문득 내게 그랬다.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고. 무슨 말이냐고 물으면 그냥 알다가도 모른단다. 나는 네가 그런데.
너는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너를 집 앞에 데려다주고 가려는데 네 주머니에 있던 손난로를 건네받았다. 아까 잠시 붙잡았던 내 손이 조금 차가웠나.
온기가 채워진다.
다음 주, 대보름에도 뭐가 또 내린단다. 포근하려는지 모르겠는데, 겨우 채운 온기를 잃긴 싫은데. 미리서 난방을 틀어둘까, 손난로를 지닐까.
더운 것을 좋아한다는, 유독 온기 없어 보이는 요즘의 네게, 미미하게 온기를 머금은 내 속을 열어 보이자면 너도 과연 따뜻하다 답할까. 네게도 온기가 전해진다 할까. 손난로 하나 건네면 다시 밝아질까. 그럼 좋을 텐데.
거울을 보니 두 뺨이 붉다. 나 이렇게 알기 쉬운 사람인데. 변화없이 창백한 네 온도가 나는 궁금한데. 그 속을 나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