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겁이 없는 나여도 특별히 두려운 게 있다면 바로 사랑이다. 사랑, 사랑, 노래를 부르며 사랑이 하고 싶다지만 사실 두려움에 강한 척 허세를 내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가항력에 의한 사랑에 빠지는 때가 있다. 당신의 아프다 한마디면 식은 죽이 되기도 하고 구겨진 약봉지나 주머니 속 손난로가 되기도 한다. 이기적인 내가 당신을 생각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랑에 겁먹은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좋아해' 한마디를 도로 삼켜낸다. 돌아선 뒷모습의 두려움보다 되려 당신의 미소가 더 두렵기 때문에. 미미한 내 온기가 사랑 앞엔 초라해 보여, 언젠가 익숙할 이 온도에 춥다 할까 봐. 나는 그게 두려웠다.
'눈치가 없어. 그럼 평생 혼자 살아야 해.' 하는 어느 아이에게 나는 좋아한다 한마디를 또 삼켜냈다. 비겁한 이가 할 수 있던 건, 궁금해하던 (나도 처음 듣는) 노래 제목을 가장 먼저 몰래 찾아주고 원래 아는 노래였다며 속이는 것, 속이 쓰리다면 일부러 밖에 나가 작은 우유하나 건네주고 내 것 사는 김에 같이 샀다는 것 따위가 고작이었다. 좋아하는 표정이 확연한데 그 앞에 좋아한다 하지 못하는 겁쟁이가 나였다.
좋아하는 재즈 팝의 알아듣지 못하는 노랫말을 번역해보고 그것을 크게 따라 부르지는 못하면서 홀로 흥얼대는 것처럼, 좋아하는 당신의 알 수 없는 마음을 함부로 헤아려보고 그 이름 크게 불러 외치지는 못하면서 남몰래 속삭이는 미련함. 답답한 겁쟁이가 죽도록 밉다. 다 식은 죽이나 뜯지 않은 약봉지, 굳어버린 손난로처럼 외면당할 사랑에 속이 끓는다.
실은, 많이 좋아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