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해야 하나 봐
색을 잃어버린 우리는 어느새 웃는 법도 잊었나. 뿌연 하늘은 진작에 파란빛을 잃었고 우리는 숨 쉬는 것조차 버겁대. 얼지 않는 바다는 변함없이 파랄까 하면 흑백의 하늘을 비춰 덩달아 까맸어. "세상이 우울해, 사랑을 해야 하나 봐." 술에 취한 네가 내게 한 말. 그래. 네 말이 맞아. 우린 사랑을 해야 해. 하얗고 검기만 한 시선에 초록이나 분홍의 색이 필요해. 어젠 내 좁은 방에 노란 꽃을 두었더니 기분이 썩 괜찮더라고. 색을 한가지 찾았지 뭐야. 그래서 아깐 주렁주렁 달린 지하철 노란 손잡이만 보이더라니까. 보랏빛 꽃을 더 둘까 했는데 머지않아 시들 꽃에 또 색을 잃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 이제는 사랑을 하자. 각자의 분홍이 더 예쁘다고 하고 다시 가본 바다는 파랬다고 하자. 무심결에 그날의 빛깔을 떠올리고 바래지 않을 색을 찾았다고 해보자. 그럼 다시 웃는 법을 익힐 테니 그땐 같이 웃으며 초록의 병을 서로 건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