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휴가 후유증 그리고 번아웃

미친 듯이 일하다 떠난 휴가, 휴가 후유증과 함께 찾아온 번아웃

by DEO


2022년, IT 회사들은 앞다퉈 내부 시스템을 개편하거나 코로나19로 변화된 문화에 대응하기라도 하듯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거나 확장하는 분위기였다.


대기업에서는 유능한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억대 연봉을 제시하기도 하며 10년 차 기준, 연봉 1억은 결코 높은 연봉이 아니었다.


정규직 연봉뿐만이 아니라 프리랜서 투입 단가도 상향되었다. 높은 단가를 제시하더라도 실력 있는 실무자를 충원하기 어려웠으며 이러한 분위기를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실무 경험이 부족한 프리랜서는 프로젝트 투입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핑계를 대고 철수하거나 도망을 가기도 한다. 이 경우, 실무자 출신 경영진이 빈자리를 대신해 2~3개의 업무를 땜빵으로 처리하다 보면 경영은 뒷전으로 하게 되고 본의 아니게 매출 대비 순이익만 높아진다.


연말에 매출을 따져보니 매출은 2/3로 줄었지만 순이익이 2배 이상 높아졌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가중되고 건강도 악화되었다. 책임감 하나로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저녁 시간과 주말까지 반납하고 1년을 보낸 것 같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건강이 악화되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목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시기였던 것 같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문의 들어오는 프로젝트를 모두 거절했다.


말레이시아 출장 및 휴가 계획


22년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 법인 설립 현장 답사 겸 휴가를 계획했다. 한국의 IT 분야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시장 답사 계획을 세웠다. 말레이시아 현지 개발사 및 개발자, 그리고 싱가포르 현지 법인 설립 컨설팅 회사와 미팅 일정을 잡았다.


업무상 해외 출장을 가는 김에 가족들과 휴가 계획을 함께 세웠다. 법인 설립 후 5년 9개월 만의 첫 휴가라 가족들이 들떠 있었지만 첫 번째 목적은 여행이 아니라 현장 답사였기 때문에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미팅 일정 동선에 맞게 아내가 현지 숙박 업소를 직접 예약했다.


출장 겸 휴가 기간은 22년 2월 초부터 2월 말까지 계획했으며 말레이이아 KL → 부킷빈탕 → 조호바루 → 싱가포르를 경유했으며 마지막 7일은 오로지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코타키나발루에 들러 휴가를 즐기기로 했다.


현지에 정착한 한국인에게 느낀 삶


말레이시아 방문 후 현지에 정착한 한국인 사업가, 개발사, 개발자, 엑셀러레이터를 만나면서 일을 추진하기 전에 현지 생활에 만족하며 여유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말레이시아에 정착한 한국인들은 한국의 각박한 삶에 지쳐서 떠나온 분들이라 그런지 따뜻한 기후와 느긋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현지에 정착한 한국인들과 만나면서 말레이시아 비자를 알아보았다. 말레이시아는 영주권이 아닌 10년 단위로 장기 체류 비자를 발급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 국제학교 학비도 유럽권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며 현지 생활비뿐만이 아니라 부동산 시세도 한국 보다 저렴하다. 가족들에게 말레이시아 국제 학교에 입학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지만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은 더운 나라가 싫다면 정색을 한다.


잠깐 주제와 다른 이야기로 빠졌지만 업무상 만난 한국인들에게 좋은 얘기만 들어서 그런지 아내와 나는 한국에 입국 후 한 달간의 말레이시아 생활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긴 휴가 후 후유증


긴 휴가를 다녀오면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후유증은 이전과 다른 것 같다. 현실로 복귀하자마자 4개월 미만의 대기업 외주 업무를 끝낸 후 이전과 같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IT 시장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어 있었다.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되고 금리가 올라가며 IT 분야의 일거리가 줄어드는 분위기다. 대기업이 외주 업무를 줄이자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기 시작했으며 영세 기업들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러한 IT 시장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글을 작성하는 24년 5월 현재까지도 IT 시장의 분위기는 이전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에 의존적인 사업이 과연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앞선다. 사실 외주 사업을 하기 위해 창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매출의 대부분이 외주 사업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업 목적에 맞게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보유 기술로 수행할 수 있는 사업과 마케팅 활동을 통해 직접 매출을 만들 수 있는 B2C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전과 같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회사의 규모를 줄이고 재정비하는 시점에 사업을 유지하지 위한 운영비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며 계획한 것들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것이 버거워진다.


번아웃 극복 과정


일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을 때는 서점을 찾는 습관이 있다. 대형 서점에 출관된 자기 계발 서적과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비슷한 분야의 일을 흉내 내 보았다. 블로그, 전자책, 개인 브랜딩 사이트 등

약 6개월간 수업이 많은 콘텐츠를 생산했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콘텐츠 판매, 강의 분야 경쟁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치열한 것 같다.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가진 재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재능을 살려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을 추진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무작정 성공 후기를 따라 하는 것이 무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는 셈 치고 다양한 성공 후기를 따라 해 보면서 약 6개월이란 시간을 허비했다. 사실은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해 무작정 바쁘게 시간을 보내려고 한 것도 있다. 무작정 바쁘게 생활하지만 결과가 없을 때 벗아웃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을까?


번아웃 극복 방법을 찾다 보니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업가 모임과 지식 나눔 스터디를 시작했다. 사업체 운영 경험과 IT 분야에서 20년 이상 일하면서 습득한 지식을 나누면서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면 번아웃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아웃 극복 과정 - 사업과 교류 및 지식 나눔


무작정 사업가 모임을 시작했다. 어려운 시기라 그런지 1인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이나 예비창업자들이 모임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임에는 창업을 준비 중인 프리랜서부터 여러 채의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까지 다양한 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각각의 전문 분야를 주제로 선정해 지식 교류 하려고 하나 아직까지는 필자의 IT 지식과 사업체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세 번의 개인사업 운영, 두 번의 법인기업 운영, 총 13년의 사업체 운영 경험은 결코 적은 경험이 아니다. 폐업과 창업을 반복할수록 기업 생멸 주기도 늘어났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창업 후 7년 이내 폐업률은 95%에 달한다고 한다. 필자가 운영 중인 기업은 현재 7년 차 기업으로 과도기에 접어들었지만 과거의 사례와 경험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재작년 개발사 폐업을 준비하는 후배가 폐업 직전에 찾아와서 상담을 의뢰했다. 개발사 대표는 매출이 오르자 무리하게 직원을 채용하며 기업을 확장했지만 어려운 상황을 대비하지 못했다. 초보 사업가는 잘 나갈 때 어려운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 자금을 확보하지 않고 무리하게 기업을 확장한다.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라면 누구나 어려운 시기를 거치게 된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목적과 방향도 다양하기 때문에 사업가 모임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나누고 교류하면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사업가 모임에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필자 또한 누군가에게 지식을 나누고 도움을 주며 즐거움과 보람을 찾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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