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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릭 Jun 13. 2018

리더는 '자기 사용설명서'를 적어야 한다.

팀원이 리더를 잘 사용하게 만들기 위하여 


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에 리더의 '자기 사용설명서'는 아래로 정의하자.  

리더의 '자기 사용설명서'란 리더가 선호하는 업무처리, 소통, 보고, 회의 방식과 리더의 성격과 성향, 추구하는 가치, 미래 지향형 목표 등 리더의 전반적인 업무 스타일과 철학, 사상, 생각이 포함된 글이다. 


회사는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회사를 자세히 설명하여 지원자에게 전달한다. 주로 자기 웹사이트, 자사 서비스, 채용 공고를 이용한다. 지원자들은 이를 보고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하는지를 이해하고 지원한다. 


회사 말고 이런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리더다.  

나는 리더가 '자기 사용설명서'를 적어서 팀원에게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이렇다. 



1. 팀원은 리더의 스타일을 사전에 알아야 효율적으로 일한다. 


리더는 팀원이 한 명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1대 1이 아닌 1대 다의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각각 팀원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리더가 업무를 진행하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소통 방식은 어렵다. 이 때문에 리더는 여러 팀원에게 통일된 업무 방식으로 일하기를 요구한다. 이런 리더 한 명의 요구사항이 다수에 팀원에게 전달되어 적용된다.  

이런 통일된 리더의 업무 스타일을 익히기 위해 팀원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경험상 이런 습득 과정은 3-6개월 정도 걸린다.) 보고서, 이메일, 업무 진행 등 사소한 방식 조차 달라서 서로 맞춰가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리더의 '자기 사용설명서'를 사전에 전달받은 사람에 경우는 다르다. 이를 사전에 전달받아 이해한 팀원은 리더가 원하는 업무 스타일을 알기에 눈치게임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눈치게임 일) 다시 말해, 리더도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팀원에게 두 번 세 번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팀원도 리더의 스타일을 찾고 맞추는 시간낭비가 줄어든다. 이는 서로에게 윈-윈이다.  

결과적으로 리더의 '자기 사용설명서'가 팀원과 리더의 시간을 아껴준다. 팀원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업무 투입을 하기 위해서 리더는 '자기 사용설명서'를 적어서 사전에 공유해야 한다.      



2. 리더의 '자기 사용설명서'는 리더에겐 족쇄, 팀원에게는 안정감 


서면은 기록되고 기록은 남는다. 누구든 언제든 다시 돌아와서 읽거나 질문할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시 증거도 되고, 논쟁이 생겼을 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자기 사용설명서'는 서면이다. 서면인 '자기 사용설명서'는 공유하는 순간 리더는 팀원에게 "저는 이렇게 사용하면 됩니다."라고 약속하는 것처럼 된다. 팀원은 리더는 '자기 사용설명서'에 적힌 내용처럼 행동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리더의 활동은 제약된다. 결국 이 약속은 리더에게 언행의 족쇄가 된다. 

재미있게도 리더의 족쇄는 팀원에게는 반대 효과를 낸다. 리더의 언행 조절용 족쇄는 팀원에게 안정성으로 작용한다. 리더의 '자기 사용설명서'는 서면 약속과 같은 효과를 내어 리더가 상황마다 다르게 판단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걸 방지한다. 이 때문에 팀원은 안정감을 느끼고,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업무를 진행한다. 결론적으로 '자기 사용설명서'가 리더에겐 족쇄, 팀원에게는 흔들리지 않고 편안한 에O스 침대가 되는 셈이다. 이것이 서면으로 작성한 리더의 '자기 사용설명서'가 가진 강력함이다.  

예측 불가능한 리더만큼 피곤한 리더는 없다. 리더라면 자신에게 족쇄를 채워서 팀원이 맘껏 능력을 발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3. 리더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고민과 고찰을 많이 하지 않은 리더는 당연히 자신만의 리더십 기준이 강력하지 않다.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처럼 그런 리더는 세상 풍파에 쉽게 흔들린다. (트렌드에 맞게 리더의 기조를 변경하는 게 아니라 그건 그냥 흔들리는 거다.) 자주 바뀌는 기준과 흔들리는 리더의 모습은 팀원의 피로도 상승과 리더에 대한 불신을 이어진다. 결국 신뢰 붕괴가 팀원의 이탈로 이어지기도 한다. (팀원은 깊이가 얕은 리더를 귀신같이 알아본다. 무슨 특유의 냄새가 있다 보다.) 이렇듯 리더의 자기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고찰은 팀 구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얄팍한 술수로 리더십을 꾸리는 건 한계가 있다. 결국엔 리더는 자기 고찰을 해야 한다. 리더의 자기 고찰을 도와주는 방법이 바로 '자기 사용설명서' 작성이다. 리더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면 '자기 사용설명서' 쓸 수 없다. 결국 자기 사용 설명서가 내적 고찰을 강요한다. 자기 고찰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자기 사용 설명서'를 이용해보자.   





사람들은 어떤 기기를 쓰다가 '이 기능은 어떻게 쓰는 거지?'라는 질문이 들 때 사용 설명서를 찾아본다. 리더의 '자기 사용설명서'도 마찬가지다. 팀원이 '이 리더는 어떻게 쓰는 거지?'라는 질문이 들 때 찾아볼 수 있는 설명서를 리더는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 조언은 이렇다.  

할 거면 지금 빨리 시작해라. 이거 하루아침에 안된다.      







PS. 사실 이 글은 "리더는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라는 주제로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실제로 일관성을 가지기 위해 리더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한 번 적어봤다. 다른 리더분들께 조금이나마 실용적인 도움으로 다가가길 빌며.


PS2. 나도 '자기 사용설명서'를 작성했지만, 공유할 용기는 없었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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