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편견이 깨지는 게이트웨이 쇼핑몰(Durban)
남아공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더반에 갔다.
더반에 갈 때마다 항상 들르는 곳이 있다. Umhlanga(발음 : 움흘랑가와 움샹가 중간)에 있는 대형 쇼핑몰 게이트웨이(Gateway)다. 남아공 시골에 살다보니 도시 문명이 고파진 우리는 더반에 올 때마다 이곳에 들른다.
게이트웨이는 너무 잘 돼있어서 올 때마다 놀란다. "와.. 이게 아프리카입니다, 여러분"하고 중얼거리게 된다. 남아공에 오기 전, (매체를 통해 형성된) 아프리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영양실조에 걸려 얼굴에 달려든 파리도 쫓아내지 못하는 아이들의 무기력함에서 비롯됐었다. 거기에 한국에서 남아공행 준비를 한다면서 봤던 "EBS 나눔" 같은 프로그램 덕분에 이렇게 화려한 곳에 올 때마다 인지부조화로 고생하고 있다. 그리고 게이트웨이에서 제법 잘 꾸민 미키마우스 90주년 행사를 마주했을 때, 나는 또 한번 놀랐다.
처음 몰 안에서 현수막을 봤을 때는 "아.. 90년 됐구나.ㅇㅇ" 하는 정도였는데, 막상 이벤트 현장에 가 보니 아주 야무지게 그의 생일을 기리고 있어 더욱 놀라웠다. 성인 키 만한 미키마우스 동상 9개가 서 있었고, 저마다 특별난 아티스트의 영감으로 아이덴티티를 담아 꾸며져 있었다.
아프리카스러워진 아홉의 미키마우스들을 구경해보자.
<기호 1번>
대중 문화의 상징이자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미키마우스로부터 '소통'의 영감을 받아 제작됐으며, 아프리카의 더치왁스 문양과 코사족이 즐겨 입는 슈슈(shewshwe) 문양으로 꾸며졌다. 참고로 더치왁스는 인도네시아 전통 문양 Batik 에서 영향을 받은 프린팅 기법이다. 인도네시아를 통치했던 네덜란드인이 아프리카에 들여오면서 더치왁스로 불리게 되었다.
<기호 2번>
미키마우스의 자유분방함과 생동적인 모습이 남아공의 판출라(Pantsula) 문화와 닮아 있음을 보여준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탄생한 Pantsula Dance 춤꾼들의 복장을 입고 있는 미키마우스.
<기호 3번>
미키마우스는 나라, 인종, 세대를 떠나 친숙한 캐릭터라는 사실에 착안하였다...(는데 잘 모르겠다.)
<기호 4번>
남아공 인구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Zulu 족의 Maskandi 음악 연주자들이 입는 Umblaselo 라는 전통 복장에서 착안하였다. 미키마우스같은 연예인에게 딱 어울리는 옷이 아닐까?
<기호 5번>
제작자가 아프리카 대륙을 여행하며 만났던 아프리카의 다채로운 색을 담아 제작자가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기호 6번>
황토 혹은 분을 사용하는 아프리카 부족의 독특한 얼굴/몸 치장은 축제와 세레모니의 상징이다.
<기호 7번>
아프리카의 은혜로운 태양을 추상적으로 담아내어 '아프리카의 아들'로서의 미키마우스를 표현했다.
<기호 8번>
남아공의 화려한 색감, 패턴, 문양과 남아공에 사는 동식물의 상징을 사용하여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재밌는 미키마우스를 표현했다.
<기호 9번>
남아공 은데벨레(Ndebele) 부족풍의 띠를 다리에 두르고, 말리 전통 Bogolan 문양의 바지를 입고 있다. 콜라주 기법으로 얼굴을 꾸몄으며, 남아공 줄루 부족의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어떤 미키가 가장 좋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