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경이로움, 세렝게티 & 응고로응고로(Ngorongoro)
이른 아침에 아루샤를 출발해서 중간에 도시락도 까먹고, 마사이 부족 마을에도 들어가보고, 시간이 꽤 많이 지났지만 우린 아직 아프리카 땅 한가운데 흙길을 달리고 있었다. 사람도 건물도 아스팔트도 없는, 아무튼 사람의 흔적이란 것은 어디에도 안 보이는 그야말로 허허벌판을 몇 시간째 달리자니 이제 슬슬 허리도 아프고 지루하기 시작했다. 세렝게티 표지판은 그럴 쯔음 나타나서 더욱 반갑다.
세렝게티 안내판을 봤다고 해서 막 대자연의 사파리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여태까지와 같은 흙길을 달려 한참을 더 들어가야 캠핑장이 나오고, 그제서야 주변 흙길, 그리고 오프로드를 들락날락하며 들판 위에서 동물을 찾아다닐 수 있다. 사파리 드라이버의 역량과 운에 따라 얼마나 많은 동물을 볼 수 있을지가 정해진다. 여행사에 많은 돈을 냈다고 해서 많은 동물을 볼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우리의 사파리 드라이버 존은 결과적으로 최고의 가이드 드라이버였다. 범인의 눈에는 풀밖에 안 보이는 곳에서도 귀신같이 동물을 찾아낸다.
수컷 기린 두 마리가 싸우는 장면을 발견했다. 목이 긴 기린은 기다란 목으로 싸우더라는... 저렇게 격렬한 다툼 끝에 목이 부러져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절대로 흔치 않은 광경에 존이 "땡큐 지라프!" 라고 외쳤다.
사자나 표범 치타 같은 맹수는 피라미드상 맨 위에 있으므로 개체수가 가장 적다. 고로 보기 힘들다. 그래서 가이드끼리는 회사가 다르더라도 무전을 통해 희귀한 동물들의 위치를 서로 공유한다. 그래서 한 팀이 발견하면 우르르르 다른 차들이 곧 몰려오고 일대가 혼잡해지곤 한다.
세렝게티같은 동물 사파리 여행시 꼭 여행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4륜 자동차만 빌리면 누구나 셀프로 세렝게티 사파리를 즐길 수 있지만 이런 이유(집단가이드)로 인해 절대로 여행사 가이드가 선사해주는 경험을 따라갈 수는 없다(단,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은 예외). 우리는 가이드 존의 초능력과 다른 이의 무전 찬스까지 쓴 끝에 밤이 오기 전에 부랴부랴 사자까지 보는 데 성공했다. 본격 사파리는 내일 시작이지만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존이 무리를 좀 해주었다. 이제 캠핑장으로~!
캠핑장은 텐트를 칠 수 있는 공터, 식사를 해 먹을 수 있는 공용 식당, 그리고 공용 샤워실, 화장실로 구성된다. 캠핑 사파리 비용 약 800달러에는 3일간 식사를 만들어주실 요리사님 고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요리사님은 겉모습만으로 봐서는 아프리카 현지식만 해주실 것 같았는데 스파게티를 너무 맛있게 만들어주셔서 놀랍고 기뻤다.
식사를 마쳤으면 가이드도 요리사도 우리도 취침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공용 샤워실이 있지만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고, 머리를 감은 후 드라이어를 사용할 수도 없다. 그래도 이런 대자연 속에서 씻을 수라도 있다는 게 어딘가 하는 감사한 마음으로 물을 틀었는데, 감사했지만 아무래도 너무 차가웠다... 아무리 적도에 가깝다고 해도 밤이 된 세렝게티는 춥다.
샤워를 하고 나올 때엔 완벽한 밤이 되어 있었다. 캠핑장에는 가로등 같은 조명이 없기 때문에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텐트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는 별이 정말 많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혹한기 훈련장에서 눈을 뜬 기분이 들었다. 춥고 찌뿌둥하고 피로가 1도 안 풀린 것 같은 그런 느낌. 가이드와 요리사는 훨씬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씻고 아침을 먹고 장비를 차에 싣고서 세렝게티 탐험 출발!!! 세렝게티를 충분히 둘러본 뒤에는 응고로응고로 캠핑장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기다려라 동물의 왕국,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