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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린나 Oct 18. 2019

레소토 여행, 세몬콩으로 가는 길

물보라가 이는 곳, 세몬콩, 말레추냐네 폭포

말레추냐네 폭포로

레소토 여행 명소 1위에 빛나는 말레추냐네(Maletsunyane) 폭포. 이 폭포는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싱글 드롭(단일 물줄기) 폭포라고 한다.

무슨 수식어가 이래저래 많이도 붙었냐...


의미를 부여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구나.. 싶었지만 이 구역에서는 나름 사랑받는 폭포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실제로 말레추냐네 폭포는 '단일한 물줄기가, 바닥까지, 장애물 없이, 자유낙하하는 높이'가 무려 192미터나 된다. 세계 3대 폭포인 짐바브웨의 빅폴보다 두배 높다.

남부 아프리카에서 그럭저럭 가장 높은 말레추냐네 폭포


물보라가 이는 곳, 세몬콩

말레추냐네 폭포는 레소토 중간에서 약간 아랫쪽에 위치한 세몬콩(Semonkong)이라는 지역에 있다. 세몬콩이라는 이름은 수투어로 '물보라가 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 물보라는 말레추냐네 폭포가 만들어낸다.


세몬콩 로지(Semonkong Lodge) 말레추냐네 폭포 주변의 유일한 여행자 시설이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 이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독점이지만 가격과 시설 상태가 나쁘지 않다.


세몬콩까지 가는 길에는 자동차를 타고 남아공에서 카차스넥 국경 사무소를 통해 가는 방법을 택했다. 대략 세시간 정도 걸린다.

세몬콩 위치


남아공에서 세몬콩으로 가기

남아공 이스턴케이프주에 위치한 카차스넥(Qacha's Nek) 국경 사무소는 더반 등의 남아공 남쪽 도시에서 가깝다. 레소토 여행은 비행기보다는 남아공에서 렌터카를 빌리는 이 편하다. 특히 카차스넥 국경으로 들어가서 A5 도로를 따라 레소토를 종단하고, 수도 마세루쪽 국경으로 나와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코스(또는 그 반대 방향)가 추천할 만하다.


남아공이야 레소토야?

카차스넥 국경사무소 까지 가는 길은 의외로 남아공쪽 도로 쪽이 상태가 나쁘다. 흙과 돌과 구덩이 투성이인 무지막지한 길을 20 km 넘게 달려야 국경 사무소가 나온다. 짧은 거리지만 도로 사정 때문에 대략 50분 정도가 걸린다. 시속 20~30km의 느린 속도로 엉덩이 찜질(통칭 아프리카 맛사지)해가며 인의 길을 지나야 한다.


열악한 도로로 사고가 잦아 지역 주민들이 매년 시위를 벌이지만 매년 나아지는 것 없기를 반복한다. 여하튼 레소토에 들어가기도 전에 바퀴가 터질 수 있으니 조심조심 운전해야 한다. 그래도 이 길이 영 나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보아온 남아공과는 전혀 다른 내륙 마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런 길이라 힘들었지만
이런 풍경들이 펼쳐지니 좋다. 벌써 레소토인가 싶겠지만 아직 남아공이다.
레소토스러운 풍경
버려진 것인줄 알았던 공사 표지판

               

카차스넥 국경 사무소

육로 국경을 이용하는 것이 좀 생소할 수도 있지만, 절차는 공항 때와 비슷하니 당황할 것은 없다. 자동차 트렁크 검사가 하나 추가된 것 말고는 공항에서의 절차와 같다. 그나마 레소토는 남아공에서 자동차로 넘어갈 수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해 좀 심플한 편이다.


육로 국경 사무소에는 이용객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일을 하러 남아공에 넘어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계의 미국과도 같은 남아공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카차스넥, 남아공 국경 진입
요기로 들어가서 도장 찍고 옆 문으로 나오면 된다.


남아공 국경에서 출국 심사를 마친 뒤 레소토 국경 사무소로 가서 입국 심사를 받는다.

레소토 국경 사무소의 찢겨진 국기..^^;


비록 레소토 국경 사무소는 많이 남루했지만(국기도 찢어먹고..), 여기서부터는 도로 상태가 확 좋아진다. 국경 사무소를 나오자마자 거짓말처럼 깨끗한 아스팔트 도로가 펼쳐졌다. 길이 이어지는 곳은 카차스넥 타운인데, 여기가 세몬콩으로 가기 전까지 만날 수 있는 가장 번화한 도시다. 기름을 미리 채우고 가는 것이 좋다.

레소토-남아공 국경 마을, 카차스넥
카차스넥 타운의 모습. 이 정도면 상당히 번화한 편이다.
깨끗한 아스팔트 도로를 달려 세몬콩으로~

                   


가는 길이 여행

이제부터 세몬콩 로지까지 3시간 정도를 더 가야 한다. 3시간... 언뜻 길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레소토 풍경을 감상하면서 간다면 금방이다. 도로에 자동차가 거의 없어 '나 혼자' 도로를 전세 낸 것 같은 묘한 재미도 있다.     

도로는 새로 깔았지만 떨어진 바위가 곳곳에 있어 위험하다.
같이 전세낸 동물 친구들도 조심해야 한다.
주인도 없이 바쁘게 달려가는 오리들
레소토 도로에서 자동차보다 많이 본 목동 소년들이다.



레소토 동네 수퍼마켓

한참 가다보니 조금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중간에 휴게소 같은 것이 나오면 기름도 넣고 간식도 사먹기로 했다. 그런데... 그런 거 없다, 레소토에는.


작은 타운이 나왔다. 반갑기 그지 없었지만, 기름을 넣을 곳은 없었다. 다행히도 수퍼마켓이 하나 있어 과자라도 사먹을 수는 있었다. 적당히 안전해 보이는 길가에 차를 대고 마켓으로 들어갔다. 마켓 안은 남아공에서 봤던 물건들로 가득했다. 레소토 수퍼마켓에서 남아공 물건을 남아공 돈으로 샀다. 남아공 화폐 랜드는 레소토에서 1대 1의 비율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거스름돈도 랜드화로 받을 수 있다.

한참 뒤 발견한 타운은 카차스넥이 얼마나 대도시였는지 실감하게 했다.
수퍼마켓 입구. 들어가는데 다들 쳐다보셔서 부담스러웠다.
다 남아공에서 본 것들이구만.

                


길에다 차를 세워 놓은 것이 마음에 걸려서 과자와 빵과 음료수만 얼른 사들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아까 차에서 내릴 때부터 마켓에 들어갈 때까지 부담스럽게 꽂히던 사람들의 시선도 불안했다. 외지인이 생소해서 그랬겠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방심하면 안된다. 레소토 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길거리에 차를 세우는 것은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그리고 다시 출발

여전히 도로에는 나밖에 없다. 자연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길이 끝이 없다. 이런 곳을 안전하게 지나게 해주는 아스팔트 길이 고맙게 느껴졌다. 관광지로 개발된 거창한 명소가 적은 레소토에서는 그냥 여행길 자체가 멋진 관광지다. 중간중간 멋있는 것이 보이면 걱정없이 멈춰서 한숨 돌리고 갈 수 있다.

끼익-. 잠깐 멈췄다 가보자.
지나가다 보는 이런 풍경들은 공짜다.

  

세몬콩 로지 도착

그리고 도착! 당나귀가 달려나와 우리를 반겨주나 했는데 그냥 일하러 가는 아이들이었다. 레소토 사람들은 당나귀를 자동차처럼 이용한다. 언제나 무거운 짐을 싣고 다니는 레소토 당나귀를 볼 때마다 지치고 힘들고 슬퍼보여 마음이 좀 그렇다.

그냥 표정이 원래 울상인거면 좋겠다..ㅜㅜ


당나귀를 뒤로하고 리셉션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갔다. 작은 사무실이 하나 나오는데, 여기서 숙소 체크인, 투어 예약, 기념품 구입을 할 수 있다. 나는 체크인을 마치고 말레추냐네 폭포 투어를 예약했다. 방에 짐을 갖다 놓고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주인도 없이 알아서 어딘가로 가고 있는 당나귀들
저 뒤에 보이는 둥근 지푸라기 지붕이 숙소다.
부담스럽게 큰 열쇠고리. 어디 두고 못찾을 일은 없겠다.
6인용 숙소
나무 장작으로 난방을 해서 조금 매케한 냄새가 났지만 잠은 잘 왔다.
방 안에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다. 생각보다 좋았다.

 

짐을 놓았으면 이제 말레추냐네 폭포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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