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마다 쓰레기통을 헤집어 놓았던 범인은 길고양이도 강아지도 아닌 유세윤바분이었다.
비 내리는 날,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우박소리처럼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은 사실 비가 내는 소리가 아니고 바분이 지붕을 넘으면서 나는 발소리였던 것이다. 인가에 바분이 나타나면 사람에게도 바분에게도 좋지 않기 때문에, 전문 레인저스가 출동해서 얌전히 되돌려 보낸다.
사람 소리에 부리나케 달아나는 바분들
귀엽지는 않은 외모로 가끔 혐오감이 들 때도 있지만, 아래 사진에 찍힌 녀석은 과일을 맛있게 냠냠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프리카에서 본 바분 중 가장 귀여웠다..!
주인공 바순씨. 오늘은 운이 좋게 열매 나무를 발견했다.
열매 한 번 쳐다보고
씹고 뜯고
맛 보고 즐기다가
인기척에 놀라 휙!!
무서워 도망칠 때라도 아기 바분을 잊지 않는다. 말 타듯 엄마 등에 올라타는 아기 바분.
다음날, 다른 녀석이 또 방문했고 열매가 다 사라져버렸다.
보기 쉽지 않은 '귀여운' 바분을 동영상으로 감상해보세요.
다음 녀석은 쓰레기통 속에 들어가 음식을 꺼내 먹고는 싶은데 갇히기는 무서워서 내면 갈등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거 좀 잡아주실..?
뚜껑 여는 모습이 영락없이 사람이다.
동영상입니다.
케이프타운 여행을 하다가 바분을 만났을 때는 절대 먹을 것을 주어서는 안된다. 학습이 되어 사람을 공격하게 된다고... 그런 의미에서 희망봉에 사는 바분들은 굉장히 위협적이다. 사람에게서 먹을 것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동차 문 여는 법을 터득한 녀석도 있다.
희망봉 여행길에는 자동차 도로에 자주 출몰하는 바분을 조심하며 운전해야 한다. 특히 등대가 유명한 케이프포인트로 들어가는 구간에서는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그리고 주차할 곳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방심하기 쉬운데 사실은 이곳에 더 많은 바분이 돌아다니므로 더욱더 조심조심해야 한다. 케이프포인트 입구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아기 바분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던 엄마 바분을 봤던 일이 있다. 마음이 아팠다.
희망봉 가는 길의 바분 군단
창문 열고 사진찍을 때는 뺏기지 않도록 조심조심
길고양이 대신 야생 원숭이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곳 케이프타운. 바분을 만날 때마다 이곳이 아프리카였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난다. 오늘도 먹을 것을 찾아 치열하게 살았을 바분들을 떠올려본다. 내일도 꼭 온가족이 배부르게 보내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