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켄스버그 사니 패스(Sani Pass) - 레소토
레소토 국경 사무소 주변으로는 짙은 안개가 끼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 분무기를 얼굴에 대고 뿌려대는 것 같은 거센 안개비가 내렸다. 아무래도 내가 해발 2,800미터 상공의 구름 속에 서 있었나 보다.
짙게 낀 안개가 주는 공포.
으슬으슬 추운 와중에 영화 미스트가 생각났다. 그리고 저 멀리서 두 명의 그림자가 스르르르 다가오고 있던 것이었다. 짙은 안개 덕분에 까맣게 실루엣만 보이는 것이 영락없이 영화속 한장면이었다. 가까워질수록 형체가 또렷해졌는데 모포로 온몸을 두르고 얼굴만 드러내고 있어 두려움은 가시질 않았다. 왠지 우리를 노리면서 다가오고 있는 기분이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ㅠㅠ
얼굴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니 그제서야 우리 동네 사람들처럼 착한 눈빛이 보였다. 이쪽으로 온 것은 이쪽에 볼일이 있어서이고, 모포는 추워서 걸친 거였고, 우리를 응시하던 느낌은 아시아 사람이 신기해서였다. 순박한 동네 청년들이었다. 수줍게 웃으며 사진을 함께 찍어주었다.
가이드가 입국 신고를 마치길 기다렸다가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다. 아프리카의 지붕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하니 비슷한 4륜차 몇 대가 이미 와 있었다. 사니패스에서 이 마을로 오는 것은 꽤나 유명한 관광 코스인가 보다.
마을 모습은 찍어도 되지만, 집 안을 찍거나 사람들을 찍으면 돈을 내야 해요. 단, 나랑 같이 들어갈 집에서는 마음껏 사진을 찍어도 괜찮아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는 당나귀와 강아지는 찍어도 되는지 물었다. 가이드가 대답했다.
물론이죠!(이런 질문은 처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