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 여행
빅토리아폴스(폭포)가 먹여 살리는 빅토리아폴스(도시)에는 수많은 여행사가 있고, 보통 호텔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가는 방법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픽업 예정 시간에 맞추어 호텔 로비로 나가니 자동차가 하나 나타났다. 픽업 차량은 마치 노선버스처럼 빅폴 지역 호텔을 차례로 들러 예약자를 태워가는 방식으로 운행된다. 우리 버스도 이미 다른 호텔들을 들렀다 왔는지 안에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기사님이 내려 명단을 확인한 후 문을 열어주었다. 먼저 타고 있던 사람들과 짤막하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자동차로 15분 정도 달리니 아프리칸 마사지로 유명한 자갈밭길에 들어섰고 곧 선착장이 나왔다. 지도상으로 선착장들은 빅폴보다 한참 위쪽에 있어서 크루즈 안에서는 빅폴이 보이지는 않는다. 저 멀리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빅폴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배에서 폭포를 바라보는 광경을 떠올리고 간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비록 빅폴은 보이지 않았지만 오늘은 잠베지 강을 실컷 만끽하면 된다. 선장님의 가이드를 곁들여 잠베지 강의 탁 트인 자연을 감상했다. 그러다 강에 사는 하마가 엉덩이를 빼꼼 내미는 것을 보며 흥분하기도 하고, 무한 제공되는 술에 그 유명한 '아마룰라'가 포함됨에 또 흥분했다. 1리터에 1만5천원 정도 하는 비싼 술(한때 한국 수입가는 4만원)을 무한으로 제공하다니.. 참고로 남아공에서는 1리터짜리 캐슬라이트 병맥주가 1,500원 정도 한다.
'마룰라'라는 열매로 만든 아마룰라는 캬라멜을 녹인 듯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도수 17%가 넘는 쎈 술이다. 그런데도 별로 씁쓸하지도 않고 심지어 맛있다. 특히 얼음을 넣어 마시면 쓴맛이 1도 안 나고 그냥 맛만 좋아진다. 하지만 맛있다고 너무 들이켰다가는 코스 요리를 앞두고 만취해버리는 참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자제하며 마셔야 한다. 가이드에 하마에 아마룰라까지. 그렇게 잠베지 강을 즐기고 있다보면 어느샌가 석양이 진다.
해가 완전히 넘어갈 때쯤 테이블마다 놓인 양초에 불을 붙여준다. 그렇게 점점 어두워지면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시원한 아프리카 강물 한가운데서 양초켜고 뱃놀이를 한다는 생각에 뭉클해지고 마음이 벅차오른다.
그 시간, 잠베지강에는 우리말고도 다른 크루즈가 여럿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중에는 아프리카의 흥겨운 리듬이 흘러나오는 배도 있었다. 라이브 공연을 곁들인 디너 크루즈였는데 강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음악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코스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음식이 다 좋았지만 주인공인 스테이크가 아프리카에서 먹은 것 중에 최고였다. 다른 배의 음악을 훔쳐 들으며 무한 레드 와인과 함께하는 맛있는 고기. 또 한 번 뭉클해지는 순간이다.
후식까지 호로록하고 나면 30분가량 더 크루징이 이어진다. 이때쯤 잠베지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여있다. 그리고 달이 없는 밤하늘에 별 하나가 달처럼 혼자 빛나고 있었다. 강물에 비치는 별빛은 또 신기한 광경이었다. 잔잔한 파도에 일렁이는 별빛을 바라보며 와인잔을 다시 채웠다. 마지막 순간까지 꽉꽉 찬 잠베지 디너 크루즈가 끝나가고 있었다.
누군가 빅토리아폴스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굳이 꼽아보라고 한다면..? 어려운 물음이지만 나는 잠베지 디너 크루즈가 최고였다고 추천할 수 있다. 잠베지에는 다른 아프리카에서 만나지 못한 벅찬 감동이 있었다.
잠베지강 디너 크루즈(Dinner Cruise on the Zambezi River)
-가격 : 약 9만 원
-포함 : 크루즈 탑승, 코스 저녁식사, 무한 음료, 가이드, 호텔 픽업
-불포함 : 팁, 국립공원입장료(10달러)
-소요시간 : 약 5시간(호텔 픽업 : 1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