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 여행
19세기 영국의 제국주의자, 존 세실 로즈는 아프리카 종단(Cape to Cairo)이라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을 좇아 그는 케이프타운으로부터 이집트 카이로까지를 잇는 철도를 기획했었다. 그의 이름을 딴 로디지아(Rhodesia=짐바브웨 남부)에 세워진 빅폴 브릿지만큼 그의 제국주의를 향한 꿈을 잘 보여주는 유산이 없는 것 같다. 빅폴의 물안개를 온몸으로 맞으며 달리는 낭만적인 기차를 꿈꾸었던 그의 바람에 따라 1905년에 128m 높이의 거대한 아치 다리가 놓여졌다.(로즈의 사후 3년 뒤였지만.)
빅폴 타운을 구경하다 보면 타운 한가운데에 기차역을 발견할 수 있다. 다니는 기차와 승객은 없고 조각품만 즐비해있는 그곳은 언뜻 버려진 철로같다. 그러나 우리가 탈 Loco512 기차가 이 길을 지나고 있으니 아직은 사용 중인 철로였다. 다만 우리 기차의 탑승장은 여기는 아니고 빅토리아폴스호텔 부지 안에 있었다. 특이했다.
가이드를 따라 빅폴 호텔 안으로 들어가니 진짜 호텔 부지 안에 기차역이 숨어 있었다. 플랫폼에서 간단하게 체크인을 마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4시 30분쯤) 기차가 뿡뿡대며 들어온다.
1952년에 취역한 Loco512 기차는 맨 앞부분을 제외하고는 관광용으로 새로 제작되어 이어져 있다. 그래도 내부는 고풍스럽게 잘 꾸며져 있다.
투어는 기차에 오른 승객들에게 핌스(Pimms, 영국 술)로 만든 칵테일을 한잔씩 나눠주며 시작한다. 달콤하고 시원한 것이 맛있어서 두 번 리필해 먹었다. 핌스 덕에 승객들이 조금 침착해지면 기장님이 나타나 인사 말씀을 해주고 곧 기차가 출발한다.
기차는 타운의 빅폴역을 지나 로즈의 다리. 빅폴 브릿지로 이동한다.
빅폴 다리 근처의 출입국관리소를 지나 잠비아 쪽으로 들어간다. Bushtracks 승객들은 입국심사를 받지 않고 그대로 다리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빅폴 협곡을 잇는 빅폴 브릿지 한가운데에 도착하면 잠시 내려 빅폴 끝자락을 구경할 수 있다. 존 세실 로즈의 낭만이 지금은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상상도 못 한 바분(원숭이)의 등장으로 다리 위가 시끌벅적 해졌다. 얘네는 무얼 바라고 이 높은 다리까지 왔을까? 기차에서 나오는 잔반인가? 바분이들은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없는 귤껍질을 냠냠하고 있었다. 어찌나 맛있게 먹고 있는지 얼굴에 대고 사진을 찍어대도 눈길만 한번 던져줄 뿐이었다.
이렇게 빅폴 다리의 절경을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는 사이에 디너 준비가 마무리된다. 슬슬 레스토랑 열차로 돌아가 보면..!!
빅폴의 석양 아래, 고풍스러운 기차 안에서의 저녁 식사가 곧 시작된다. 식사를 하는 동안 기차는 다리 한가운데서 정차해 있는다.
코스 요리 서빙이 시작된다. 한껏 기대했지만 맛은.. 잠베지강 디너 크루즈보다 못했다.
메인디쉬로 나온 '비프 웰링턴'은 쇠고기를 듁셀과 햄, 파이로 싸서 오븐에 구운 영국 요리이다. 영국 요리이다. 영국 요리이다... 왜 영국 요리를 주는 거죠? ^^;
솔직히 코스 디너는 조금 별로였다(개인 취향 주의). 게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이 남아공산 레드 와인이었을 정도다.
모든 사람이 식사를 마치니 기차는 다시 경적을 울렸다. 출발역으로 돌아가는 약 30여분 동안은 티타임이다. 빅폴의 야경을 감상하거나 일행과 도란도란한 시간을 보내면 된다.
우리는 알코올의 도움을 받아 옆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봤다. 영국에서 오신 노부부는 은퇴 후 세계 여행을 즐겨 다니신다고 했다. 아시아는 베트남까지만 와봤다고 해서 제주도를 추천해드렸다. 아름다운 세상을 둘러보며 보내는 노년의 생활.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닮고 싶은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기념사진을 부탁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