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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린나 Nov 13. 2018

무지개 국가 남아공의 국경일, 헤리티지데이

feat. 넬슨 만델라의 정신을 담은 남아공 국기

남아공에서 9월24일은 헤리티지데이(Heritage Day)라는 이름의 국경일이다. '유산의 날'이라는 뜻의 이 날은 남아공을 구성하는 다양한 민족들의 유산(Heritage)을, 즉 문화, 종교, 믿음 등을 기념하는 날이다. 나는 남아공의 여러 공휴일 중에서 이 날이 가장 남아공스러운 날이라고 생각하는데, '화해와 용서'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기치 아래 세워진 새로운 남아공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레인보우이즘(Rainbowism)'이 된다. 서로 다른 개성의 사람들이 조화롭게 하나의 남아공을 이룬 것을 무지개에 빗댄 것이다. 그래서 남아공은 무지개 국가(Rainbow Nation)로도 불린다. (논외로 무지개는 성 소수자의 상징으로도 쓰인다. 남아공이 세계에서 5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라는 사실이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무지개 정신이 담겨 있는 남아공 국기. 하나의 색깔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반면에 백인의 상징만 담겨 있던 기존 남아공 국기(영국, 오렌지자유국, 트란스발공화국)


무지개 정신, 즉 하나 되는 다양성은 단순히 흑인과 백인 사이의 화합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양성'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남아공은 굉장한 다민족 국가로. 자기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는 수많은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잘못 알고 있기 쉬운 것이 흑인의 구성이다. 남아공 흑인들 전체를 편의상 '반투'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줄루족, 코사족, 수투족, 츠와나족, 스와지족, 은데벨레족 등 10개가 넘는 서로 다른 집단을 포함한다. 남아공의 공식 언어가 무려 11개나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다양성의 정신을 담은 헤리티지데이, 과연 어떻게 기념하고 있을까? 헤리티지데이를 '기념'하는 실제 모습은 '브라이(braai)'라는 이름의 남아공 바베큐 파티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코리안 브라이(=삼겹살)'를 구워 먹으며 이 날을 보냈다. 보어인(네덜란드)의 문화인 브라이로 대표되다니. 좀 의외였지만 정작 재미있는 행사는 그 다음 날에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인 25일에는 평소 인연을 맺고 있는 우리 동네의 한 학교에 방문했다. 헤리티지데이를 기념하여 학생과 선생님 모두 자기 민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학교에 오는 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뿐만이 아니었다. 아침부터 길거리에는 전통 의상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헤리티지데이 정신에 동참하는 의미로 우리는 한복을 입고 갔다. 한국에서 따로 준비해왔으면서도 입을 일이 있을까 싶었던 개량 한복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각자 자기 문화의 아름다움을 뿜뿜하는 레나(학생)들. 그냥 멋진 옷 입고 온 아이도 있음.
교장선생님과 아이들. 줄루, 수투, 코사 중 어느 종족일까?(아래 힌트)

타운에서 멀리 떨어진 이 학교에는 100% 흑인 아이들만 다니고 있다. 평소에는 교복을 입고 있어 잘 몰랐지만 저마다의 전통 의상을 입고 온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비로소 '다름'이 실감됐다. 예를 들면 줄루족 의상은 종이부채 같은 치마와 머리 장식, 그리고 화려한 비즈 장식이 특징이다. 코사족 의상은 머리 장식과 복장 모두 하늘하늘한 느낌이다. 수투족은 전통 짚 모자인 모코로초(Mokorotlo)를 쓰거나, 전통 무늬가 수 놓인 '시아나 마레나(Seana Marena)'를 두르는 것이 특징이다. 결론은 다들 너무 예뻤고 보기 좋았다. '브라이'만으로 끝냈다면 많이 아쉬울 뻔했던 헤리티지데이가 그렇게 지나갔다.


사진 퀴즈 정답: 가운데 아이(코사족) 빼고 모두 수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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