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 여행
초베국립공원은 보츠와나에 있지만 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에서 아주아주 가깝기 때문에 사실상 빅폴 여행지로 꼽힌다. 물론 초베국립공원은 단 하루 만에 슥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지 않다. 오히려 엄청나게 크다. 면적이 11,700㎢나 되는데 한반도의 약 20분의 1 크기이다. 이 넓은 초베국립공원 중 빅폴에서 하루 만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은 보츠와나 카사네(Kasane)시 근처의 초베강 유역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실망할 것은 전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끼리가 산다는 초베국립공원이다. 무려 5만 마리가 산다고 하니 공원의 끝자락일 지라도 어느 사파리 못지않게 많은 코끼리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초베강 크루즈 사파리와 육지 자동차 사파리로 구성된 전일 관광을 예약했다.
빅토리아폴스 타운에서 초베 마리나 로지(배 타는 곳)까지는 이동과 입국심사까지 합쳐서 약 2시간이 걸린다. 빅폴 관광이 그러하듯 호텔까지 버스가 픽업을 온다. 보츠와나로 가는 버스 안에서 입국신고서를 작성했다. 초베국립공원이 위치한 보츠와나는 우리나라와 무비자 협정을 체결하고 있어 매우 편했다. 출발 후 40분 정도 지나 국경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 1시간 정도를 마저 가야 한다. 보츠와나에 들어서서 처음 본 것은 아래 사진 같은 풍경이다. 여느 아프리카 관광지가 그러하듯 삐까뻔적한 관광지로 가는 길은 허름하다.
초베 마리나 로지에 도착해서 예약 체크인을 하고 배에 탔다.
나눠주는 음료수를 하나씩 들고 자리를 잡았다. 탁- 트인 초베 강의 풍경, 시원한 바람, 차가운 음료수까지. 덜컹거리는 자동차에서 묵힌 가슴이 뻥 뚫리는 조합이었다. 모든 승객이 자리를 찾자 선장님이 안내 말씀을 시작했고 곧 배가 출발했다.
처음에는 초베강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한참을 가도 코끼리가 보이지 않아 슬슬 지루해졌다. 가끔 선장님이 동물이 보인다고 거창하게 소개했지만 임팔라 몇 마리와 악어 두 마리, 물속에 숨은 하마밖에 보지 못했다.
지루함이 실망감으로 바뀔 때쯤 저 멀리 코끼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 똑같은 물가인 것 같은데 동물들이 좋아하는 물가가 따로 있다는 듯 이 곳으로만 동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코끼리는 물론 하마, 버팔로까지 찾아오는 옹달샘 같은 곳인가 보다. 동물들이 몰려들자 우리 같은 크루즈들도 그들에게 몰려가기 시작했다.
누구를 위한 큰 배인란 말이냐..ㅠㅠ 먼발치에서 남들이 구경하는 모습이나 지켜보는 박탈감이란.. 그래도 버팔로와 신경전을 벌이는 코끼리를 볼 수 있었다.
이 옹달샘(?)이 크루즈 사파리의 하이라이트였다. 배는 다시 방향을 돌려 로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선장님은 점심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돌아간다고 했다. 이렇게 크루즈 사파리가 조금 정신없게, 실망스럽게 끝나갔다. 큰 배는 작은 배들보다 느렸고, 물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 동물을 보기도 불편했다. 혹시라도 이 곳을 방문할 예정이 있는 분들께는 작은 배를 가진 여행사를 찾을 것을 추천한다. 기동력이 높은 작은 배에서 구경하는 초베강과 동물들은 더 멋있을 것이다. 특히 9월~10월에 동물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로지로 돌아오니 생각지도 못한 뷔페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뜻밖의 고퀄 뷔페 덕분에 크루즈 사파리에 대한 실망감이 사그라들었다.
이거 먹여줄려고 그렇게 서둘렀던 거구나. 인정!
생각해보니 원래 공원 입장료 별도로 160달러였던 것을 입장료 포함 150 달러에 흥정하고 온 것이었다. 그 안에서 배 태워줘, 차 태워줘, 가이드해줘, 점심까지 줘.. 되게 많이 주네..? 이렇게 많이 주었으니 오전 투어에 대한 실망은 이쯤에서 접기로 했다. 그리고 오후 사파리 차가 기다리는 정문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