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형도 몸무게 한번 재봐! 내가 아빠 이겼어! 난 77킬론데 아빠는 54킬로다? 형도 아빠 이길 수 있을걸?"
오랜만에 간 목욕탕에서 옷을 벗고 두리번거리며 탕에 들어가려는데 몸집이 왜소하고, 깡마른 아저씨와 체중계에 올라가 있는 통통한 아이가 보였다. 몸무게로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아빠를 이겨서 신이 났는지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왜소한 아버지는 아들이 귀여운지 계속 아빠가 졌다는 말을 하며 정말 활짝 웃고 있었다. 처음에는 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생각할수록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들은 타인의 눈총과 잔소리에 주눅 들게 마련이고, 보통의 부모들이라면 살찐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기 마련이지만 그 부자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이는 의젓하고 기특했고, 아이를 그렇게 밝게 키울 수 있는 아버지가 존경스러웠다.
탕에서 가만히 몸을 덥히고 있는데, 가족끼리 외식할 때 봤던 아줌마들이 떠올랐다. 우리 가족 옆 테이블에 앉아선 멀찌감치 떨어진 테이블에서 고기를 먹는 통통한 여자아이 흉을 보고 있었는데, "어릴 때 저렇게 뚱뚱하면 커서도 살 안 빠지는데..."로 시작하더니 말하기조차 민망한 신체 부위까지 언급하며 아이를 비웃었다. 그 아줌마들과 목욕탕 삼부자는 정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목욕을 끝내고 나와선 몸을 말리는 삼부자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아이들과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목욕이 끝난 후 조금 지친 듯 보이던 그 아저씨가 바나나 우유를 사준다고 하자 신이 난 아이들은 목욕탕 밖으로 뛰어나갔다. 웃으며 아이들을 따라 나가는 그 왜소한 아버지의 뒷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미래에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저런 부모가 될 수 있었으면 또 내 아이들도 저렇게 밝게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런 부모와 함께라면 어린 시절 모든 순간이 좋은 추억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