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코가 아주 심하게 막힌 어느 날
감기로 코가 아주 심하게 막혔던 어느 날 아침 출근길 늘 지나던 골목에 길게 늘어진 배관이 오늘따라 눈에 마치 코끼리 코처럼 보였다.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어 습관적, 반사적으로 한 컷을 찍었다. 이걸 누가 찍으랴 싶지만 찍어놓고 보니 묘하게 자꾸 눈길이 간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이사진이 이상하게 참 좋다. 도심 가운데 점차 사라져 가는 좁고 낡은 골목에서 발견한 코 막힌 날의 코끼리 사진 한 장을 한참 지나서 다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