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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 Aug 06. 2019

내 배가 든든해야 되는 이유

도서, <말하기의 디테일> (강미정, 2019)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남들에게 미움받는 일이 두려웠다.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친구들이 내게 어떠한 부탁을 청해올 때면 되도록 들어주려 노력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했으니까. 이런 성격 덕분인지 나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크게 싸워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의 도덕적 만족감,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라는 마음에 홀로 취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살아오기를 20년,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사람들의 부탁을 모두 들어주는 건 힘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친구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힘든 상황은 계속해서 생겨났고, 나는 거절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초, 중, 고, 그리고 대학교까지 장장 16년간 교육을 받아왔지만, 그 속에서 '거절 잘하는 법'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 거절에 서툰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상대에게도 거절의 상황은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거절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나의 낮은 자존감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거절을 함으로써 내가 다음에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흔쾌히 Yes를 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내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나를 속일 만큼 다른 사람의 시선이 그렇게 중요할까.”



  내가 그동안 거절을 두려워했던 건, 이번에 내가 거절을 하게 되면 ‘다음번에 내가 상대에게 부탁을 했을 때 거절당하지 않을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거절은 일종의 상처였고, 그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나는 내 나름의 방식대로 무던히 노력해왔다. 미래에 대한 보험이라 할까나. 그러나 책을 말한다. 상대는 생각보다 거절에 상처 받지 않는다고. 상대가 받을 상처보다는, 오히려 거절 못 해 불행한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다.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으로 이야기를 귀결 지을 수 있다. ‘눈치 보지 말고, 내 마음을 먼저 보라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스트레스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기 싫어도 관계를 맺어야 하는 우리는, 가끔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것만 같다.


  막연하게 ‘웃긴 짤’ 이라고만 생각했던 이 사진 속에 인간관계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었다. 배가 든든해야, 그러니까 내가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적 여유가 있어야만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다. 말하기의 디테일도 실은 여기서 시작된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먼저 나에게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곁을 떠날 사람이라면, 그냥 떠나보내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가끔은 이 한 마디가 나의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말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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