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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Apr 04. 2021

10. 프로젝트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

<도쿄R부동산> 편

도쿄R부동산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일자리에 대한 옵션이 풀타임 잡, 프리랜서, 창업 등 몇 가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처럼 프로젝트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도쿄R부동산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아래 글은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를 참고했다.


건축학과 출신이지만 각자 다른 커리어를 쌓아가던 건축가와 비즈니스 컨설턴트, 광고 에이전트 셋이 모여 2003년 시작한 도쿄 R부동산은 ‘감동’을 주는 오래된 공간을 판매하는 부동산 웹 편집숍으로 한 달에 평균 50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내 눈을 끌었던 점은 무용가, 의류업계 근무 등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보유한 개성적인 직원들이 풀타임으로 월급을 받지 않고 개별적으로 철저히 성과급을 받고 업무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누리며 회사 내에서 프로젝트 별로 헤쳐 모이는 형태를 통해 다양한 협업을 추구한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서 여기 직원들은 다니엘 핑크가 쓴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에서 시간과 공간, 인간관계와 업무 내용에서 타인의 제재를 받지 않으며 본인의 자유재량에 따라 일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프리 에이전트에 해당된다. 도쿄R부동산 직원들은 겸업도 가능한데 이는 겸업이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너지를 가져온다고 모두가 강하게 믿고 있고(특히 창업자들이)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라고. 이는 구글이 직원들에게 업무 시간의 20%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회사가 직원을 믿고 직원의 성장을 지지하는, 그리도 직원과 회사 간의 끈끈한 신뢰가 형성되어야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도쿄R부동산의 비전은 특히나 감동적이다. 일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개성 있는 직원들은 이 비전을 구심점으로 해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헤쳐 모여 일한다. 진지함 가운데 재미와 성과를 추구하면서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웬만한 임팩트 생태계 플레이어보다 낫다고 감탄할 정도다.  ‘베이스캠프’라고  불리는 사무실에서 회의도 하고 테라스에서 바비큐도 해 먹으면서 팀워크를 다진다. 자발적으로 생긴 사내 동아리도 활성화돼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세 명의 창업자가 앞에 나서지 않고(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거부하고) 뒤에서 거들며, 직원들 자발적으로 시스템을 만든다. 때로는 창업자들이 2년 차 직원으로부터 꾸지람도 듣는 열린 형태의 거버넌스를 지향한다. 궁극적으로 도쿄R부동산은 1)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고 2)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와 일하며 3) 제대로 돈을 벌고 4) 끝까지 공정하며 5) 직감을 중시하고 6) 규모가 아닌 영향력에서 성장하며 7) 여행하듯 살고 8) 본질적으로 자유로움을 소중히 하는 이들의 모습에 프로젝트로 밥 먹고 사는 나로서는 이들과 강한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돈을 버는가? 이 조직은 월급이 아니라 자신의 성과를 바탕으로 수입을 얻는 구조라 매물이 성사가 되지 않으면 수입은 0엔이 되는 냉정한 시스템을 운영한다. 직원 모두가 동의하고 지지하는 시스템이라 개인별로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진지함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좋은 매물이 나오면 '가위바위보'를 해서 결정하는 위트와 순수함의 균형을 잘 맞춘다. 매달마다 매출에 대해서 각자 얼마나 기여했는지 회의를 통해 각자의 '지분'을 점검하고 기여한 만큼 공정하게 소득이 갈 수 있도록 보완한다.      


직원들 가운데 밀매도쿄처럼 스핀 오프로 독립하기도 하고 가나자와R부동산, 고베R부동산과 같이 지역 파트너사와 협업하면서 지역 재생과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확장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조직이 되고자 노력한다. 밥 딜런이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했듯이 도쿄R부동산은 모든 직원이 호기심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꿈꾼다.


18년 전에 이런 조직이 일본에 생겼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역시 산업 조직 문화 사이클이 우리보다는 앞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규모 있는 일을 하기 위해 각자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프리 에이전트로 구성된, 모두가 행복한 조직을 만들었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내가 앞으로 프로젝트 베이스로 일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드는 데 도쿄R부동산이 좋은 레퍼런스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 변혁해야 한다는 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들어 이런 비슷한 형태의 프리 에이전트 조직이나 인디펜던트 워커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이런 분들의 스토리도 차근차근 다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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