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이프 따라하기_크라비 리조트에서 2주살이(2)

현지인이 추천한 Koh Hong 코홍(홍섬) 투어

by 킨스데이

크라비 주변에는 섬이 많다. 아직 본 적은 없지만 1974년에 영화 <황금총을 든 사나이>를 촬영했다는 제임스 본드섬도 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비치>를 촬영한 피피섬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지 친구가 강력히 추천한 코홍(홍섬) 투어 프로그램을 선택하기로 했다. 스노클링과 국립공원 트레일을 따라 걷기, 전망대에서 주변 풍경 눈에 담기, 해변가에서 점심 식사 그리고 라군에서 사진 촬영으로 구성된 하루짜리 프로그램이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하면 더 재미있을 법한 구성이긴 했지만 참가비 1500 바트 + 국립공원 입장료 300 바트는 나름 리즈너블 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보트 또한 나름 스피드 보트로 업그레이드되어서 25명 정도의 인원을 꽉꽉 채워 빠르게 실어 날랐다. 오늘 프로그램에 함께한 관광객 중 한국인은 무려 6명(부모님과 장성한 아들로 구성된 가족, 신혼(?) 부부 한 쌍 그리고 한국인 아닌 척 투어 내내 입 다물고 있었던 나까지)이나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라비가 한국인에게 다시금 매력적인 휴양지로 선택받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홍섬 킨스데이


홍섬에 도착하자 하늘을 찌를 듯 아찔하면서 거대한 석회 암벽의 웅장함과 에메랄드 블루 컬러의 맑은 바다, 빽빽하게 자리 잡은 야자수 나무까지 엽서에 나올법한 전형적인 동남아 섬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2시간 30분 동안의 자유시간을 이용해 '선 트레일 후 스노클링'을 하기로 한 뒤 먼저 암벽을 따라 국립공원 트레일을 걷기 시작했다. 내 앞에는 같은 배를 타고 왔던 형광 주황색 비치 원피스를 입은 젊은 백인 여성(아래 사진 오른쪽에 위치)이 있었는데 그녀의 발걸음이 상당히 빠르기도 했거니와 굳이 그녀의 솔로 워킹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시간차를 두고 걸음을 옮겼다. 당연히 나도 혼자 트로피컬 나무들과 울퉁불퉁한 암벽의 거친 질감과 물결무늬를 찬찬히 훑어보며 나만의 산책 시간을 만끽했다. 트레일 구간은 길지 않았고 난이도는 하의 쉬운 코스여서 쉽게 마칠 수 있었다.


다음은 전망대. 꾸불꾸불 계속 올라가도 언제 도착할지 모를 숨이 차도록 아찔한 철계단을 따라 마침내 도착한 전망대에서는 마치 한려해상공원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뭔가 친숙한하늘과 바다, 흰 구름 그리고 작은 섬들로 구성되었다. 마치 연한 파스텔 블루 팬톤 컬러가 연상되었고 집에서도 가끔 꺼내볼 수 있도록 작은 액자 속에 담아 가고 싶은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쨍쨍 내리쬐는 햇빛에 무기력하게 노출되어 정성껏 발랐던 자외선 차단제가 땀과 함께 모두 녹아내릴까 봐 서둘러 전망대에서 내려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터라 손잡이를 움켜쥐고 한발 한 발 무릎과 발목 관절을 다치지 않도록 이리저리 대각선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모래사장에 발이 닿았을 때는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스노클링용 구명조끼를 입고 장비까지 가방에 담고서 오르락내리락했던 터라 나도 모르게 땀이 더 쏟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전망대 입구에 던져두고 가볍게 움직여도 됐을 텐데. 나의 고지식함에 몸이 고생한 꼴이 됐다.


이제는 오늘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스노클링 타임이다. 땀을 식히기 위해서라도 해변으로 돌진했다. 몇 년 만에 하는 스노클링이라 바닷속의 풍경이 무척 궁금해서 바로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꺼끌꺼끌한 바위 때문에 행여나 발을 다칠까 봐 다시 뭍으로 나와 비치 샌들을 신고 다시 출격. 생각보다 니모가 나올 정도의 총천연색은 아니었지만 나름 파랗고 노란 작은 물고기 떼를 얕은 바닷물 속에서도 관찰할 수 있었다. 1미터가량의 워터 모니터도 조용히 헤엄치며 내 곁을 지나가서 혼자 놀라 멈춤 상태로 지켜보기도 했다. 이름 모를 작은 넙치 모양의 갈색 물고기와 은빛 물고기들도 볼 수 있었다. 장비를 통해 입으로 하는 호흡이 익숙하질 않고 자꾸 코로 숨을 쉬고 싶어 해서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심호흡을 한 뒤 다시 잠수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옛날 필리핀 어느 바다 한가운데서의 스노클링에 비하면 바닷속 풍경이 기대한 것 대비 환상적이지는 않아서 조금 실망했다. 물이 너무 얕아서일까? 물고기 자체가 많지 않았다. 아니면 바다 온도가 상승해서 그런 것일까? 여기도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것일까? 시끄럽게 배들이 오가고 사람들이 자꾸 몰려오니 물고기의 파라다이스가 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들의 세계에 우리가 쳐들어오니 더 깊은 바다로 이사를 가버린 걸 수도 있다. 웬만하게 물고기들은 거의 다 봤다고 판단됐을 때 물에서 나와 나무 그늘 아래에 깔아 둔 비치 타월 위에 누워 숨을 골랐다. 그러다 모기에 여러 군데 물리고 말았다. 모기만 아니었다면 스르륵 잠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역시 물가에서 놀면 체력이 금방 소진된다. 우리는 다시 배를 타고 근처 섬으로 이동해 해변가 근처에 앉아 달걀 프라이와 채소, 구운 생선, 쌀밥으로 구성된 조촐한 도시락 점심 식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배를 타고 라군으로 향했다. 라군은 환경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배에서 내리지는 못하고 한 명씩 가이드가 라군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형태로 진행됐다. 사진 촬영을 끝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가 되었다. 선장은 아침에 출발했던 선착장을 향해 스피드를 내며 배를 몰랐다. 철썩철썩 파도 부딪히며 배가 앞으로 전진하는 진동을 (피곤해서) 눈을 감고 온몸으로 느꼈다.


홍섬 암벽 킨스데이

이번 당일치기 투어는 만족스러웠다.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왜 현지 친구가 강력 추천한 지도 알겠다. 크라비에 온다면 한 번쯤 체험해 볼 만하다. 리조트에 돌아와 섬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크라비가 갖고 있는 여러 타로 카드 중에 하나를 뒤집어서 본 느낌이 들었다. 다른 카드에는 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2주 만에 모든 카드를 다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중에 2~3개를 본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다. 그래야 크라비를 다시 찾아올 이유가 되겠지. 하지만 홍섬 투어를 끝으로 크라비에서 다른 섬 투어는 하지 않았다. 피피섬이나 제임스본드 섬이나 풍경이 거기서 거기 비슷할 것 같아서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혼자 참여하는 게 좀 심심하기도 해서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이런 투어는 대부분 가족단위나 커플, 동성 친구들 단위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어 혼자 와서 누구를 만나 얘기하고 친해질 그런 분위기는 또 아니었다. 게다가 두싯타니 크라비처럼 내 기준에서는 럭셔리한 리조트에 오래 머물고 있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부담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조트 내의 무료, 유료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편, 오늘 투어를 하고 나니 크라비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생과 회복(Regenerative)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이 생겼다. 태국은 쓰레기 분리수거의 생활화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크라비 곳곳에서 쓰레기를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태국 워케이션 연재에서 환경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관련 내용은 별도로 작성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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