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만큼이나 치열했던 목공 6개월

(과정평가형) 가구제작산업기사 취득과정 A 후기

by 킨스데이

이렇게 6개월 과정이 끝났다고? 캐비닛과 의자 품평회를 마치고 정규반 18기 수료식이 진행됐습니다. 전동 드릴조차 어떻게 잡는지 몰랐던 제로(0) 수준에서 6개월 과정을 거치며 흔들의자를 완성했으니 결코 헛되이 보낸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어찌 보면 고3 때만큼이나 집중했던, 진짜 열심히 6개월 내내 단거리 경주를 달린 기분입니다. 지각과 조퇴 없이 100% 출석을 달성했고, 15회에 달하는 내부 평가를 치렀으며 액자, 스툴, 캐비닛, 의자 이렇게 4개의 작품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완주를 마친 제 자신에게 정말 수고 많았다고 축하해주고 싶네요.


정규반 입학 첫날 오리엔테이션 때 반짝이는 눈빛으로 경청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유니크 마이스터)


돌아보면 과정을 통해서 얻은 혜택이 정말 많은데요. 우선 전동드릴을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됐습니다. 수압대패, 자동대패, 테이블쏘, 슬라이드쏘, 밴드쏘, 각도절단기, 각끌기, 드릴 프레스, 벨트 샌더, 드럼 샌더와 같은 기계의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메꾸미를 하는 방법, 연귀, 사개맞춤, 주먹장 등 암장부와 숫장부를 따는 방법, 도면을 읽는 방법, 집성하는 방법, 리쏘잉 방법, 도미노 사용 방법, 클램프로 조이는 방법, 쫄대 만드는 방법, 하드웨어(손잡이, 3단 레일, 숨은 경첩, 나비경첩, 다보) 설치 방법, 무늬목을 바르는 방법, 건식 밴딩 방법, 서랍 제작 방법도 배웠지요. 또한 캐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고 모델링과 렌더링을 위한 스케치업과 GIMP 프로그램도 기본적인 기능도 익혔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나열한 방법들의 결정체인 가구디자인 및 제작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레퍼런스를 찾고 작도법을 이용해 스케치를 한 다음 미니어처를 만들고 캐드 도면을 그린 후 목취도와 저충실도, 고충실도를 만들고 나뭇결무늬를 고려해 나무를 재단하는 제작 공정까지 빠르게 반복해서 습득했습니다. 이 모든 게 새로웠지만 그래도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잘 따라갔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스툴 다리를 각도에 맞춰 테이블쏘 작업을 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유니크 마이스터)


다사다난했던 6개월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함께 땀 흘리며 작업을 한 강사님과 동료, 선배들 덕분인데요. 사는 곳도, 나이도, 쌓아온 경력도 모두 달랐지만 함께 한 사람들이 그냥 좋았습니다. 어깨너머로 배운 체험 베이스의 지혜와 정보를 아낌없이 나눠주시고 지칠 때마다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거든요. 도움이 되고 싶은 선한 마음의 오지랖을 보여주신 분들 그리고 훈수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했습니다. 특히 무더운 여름 내내 수박 주스를 마시면서 함께 재충전했던 커피 메이트들과 카페 멜로이 사장님, 직원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이스터와 스툴 상판 디자인에 대해 논의 중인 모습 (이미지 출처: 유니크 마이스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액자와 스툴 품평회 때 2등 상으로 월넛 한 덩이를 받은 순간을 뽑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축하해 주기 위해 정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성껏 품평회 발표를 준비했는데 그 순수한 의지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왜 나는 이런 것도 못하는 것인가? 라며 바닥에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수상한 덕택에 용기를 얻고 다시 일어섰거든요. 그 월넛은 아직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데 조만간 작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려고 합니다.


물론 항상 꽃길만 걸었던 6개월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생각보다 프로그램 과정이 몹시 인텐시브 했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이 상당히 컸습니다. 매달 한 두 번 치른 내부평가 때문에 바짝 긴장을 해야 했고요. 너무나 생소한 분야를 배우다 보니 헤매느라 자존감이 바닥을 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집에 가면 밥 먹자마자 뻗었고 주말에는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지인을 만나거나 여행을 가는 것은 언감생심. 몇 달이 지나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늘 피곤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코로나19 시기에 늘어난 체중이 줄지를 않더라고요. 하지만 막상 이렇게 수료를 하고 보니 힘들었던 기억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사고 없이 열 손가락도 멀쩡하기에 오히려 감사함으로 마음이 꽉 차 오르네요.


흔들의자 1:1 고충실도를 위해 밴드쏘 작업을 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유니크 마이스터)


그래서 이 과정을 수료했으니 목수가 되는 거냐고요? 흠... 그게 말이죠. 다음 일정은 가구제작 산업기사 자격증 시험을 보는 거겠죠. 10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될 예정입니다. 자격증 취득 여부에 상관없이 저와 같은 생초보는 이 과정을 수료하고 목수가 되는 여정에서 이제 막 첫 발을 떼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 반에 이 과정 후 공방을 바로 오픈하고 싶어 했던 분들이 여럿 있었는데요.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좀 더 수련의 시간을 갖기로 결심한 분들이 늘었습니다. 저 역시 <(산대특) 가구제작기술 디자인설계과정 (CAD+CAM+CNC)>을 지원해서 9월부터 4개월간 수강할 예정입니다. 우선 2주 동안 나에게 주는 달콤한 휴가를 즐기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목수가 되기 위한 제 여정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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