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은 산대특 과정 마지막날입니다. 오전까지 마무리 작업을 하거나 짐을 싸고 오후에 다 같이 대청소를 한 뒤 수료식을 할 예정입니다. CNC 작업을 하는 사람, 조립을 하는 사람, 퓨전 360에서 디자인을 고민하는 사람, 자리를 정리하는 사람 등 각자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저는 마지막 남은 각재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우리 집 가훈을 레이저로 각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작업도 손쉽고 거실에 두면 다 같이 지나다니며 볼 수 있는 장식품 역할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사이즈였거든요. 일러스트레이터를 열어 각재사이즈에 맞춰 원하는 폰트와 사이즈를 정했습니다. 레이저 기계와 연결해 인쇄를 누르고 사이즈가 잘 들어갔는지 확인 후 파워와 서비스 수치를 입력해 주면 끝. 3분도 채 안되어 우리 집 가훈 “정직하고 성실하게” 장식품이 탄생했습니다. 깔끔하게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탄 부분을 사포로 살살 문질러주어 제거하고 오렌지향이 나는 친환경 왁스를 발라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진짜 마지막 작품이 나왔습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오랜만에 둘째 딸이 가족들을 위해 기특한 일을 해낸 것 같아서요.
느긋한 점심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신 뒤 메인 공방으로 건너가 세탁해 둔 앞치마를 반납했습니다. 이제는 대청소 시간입니다. 다 같이 창문을 활짝 열고 기계실에 에어프레셔로 먼지를 싹 날린 다음 빗자루로 바닥을 쓸기 시작했습니다. 작업대 자리, 2층 강의실, 휴게실, 복도와 계단이 우리가 모두 청소해야 할 공간입니다. 공방에는 먼지가 참 많은데요. 그래서 공방에 집진장치 설치 및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진으로 인한 호흡기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죠. 이와 더불어 수강생들도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저는 범생이라 그리고 코로나 및 독감 보호 차원에서 KF94 마스크를 늘 착용하긴 했습니다. 집진기에 모인 톱밥들을 커다란 비닐봉지에 모아서 밖으로 날라주고 쓰레기도 분리수거 작업을 했습니다. 대걸레로 바닥을 닦아주고 공용 가구들을 제자리로 정리하면서 마지막 청소를 마쳤습니다. 한결 산뜻해진 공간. 앞으로 이 공방을 사용하실 분들이 기분 좋은 시작을 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오후 4시. 메인 공방 2층 강의실로 건너가 수료식을 시작했습니다. 한 명씩 이름이 호명되면 앞으로 나가 수료증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한 다음 소감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4개월이 정말 순식간에 흐른 기분이었어요. 새로운 프로그램들도 배우고 기계를 활용해서 색다른 디자인에 도전해 본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료증에 찍힌 과정 기간과 제 이름을 보면서 "드디어 끝났구나. 해냈어. 수고했어, 축하해!"라고 제 자신에게 속삭였습니다. 서로의 소회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그 수고와 노력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수료증을 받으니 많은 분들이 "버티면 된다"라고 하던데 어느 정도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간이 정해져 있고 목표가 정확한 도전이 저에게도 특히 잘 맞더라고요. 그 과정을 통해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작은 '안타'들이 모이다 보면 언젠가는 '홈런'을 칠 수 있다고 하니까요. 저도 지난 4개월 동안 13개의 가구 소품을 만들었으니 단거리 안타를 하나정도 쳐낸 기분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혼자 할 수는 없었고 함께한 선생님과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요. 색다른 도전이어서 헤매기도 하고 중간에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제 자신을 다시 한번 칭찬하고 싶습니다. 잘했어. 해낼 줄 알았어!
저녁 회식을 끝으로 야탑역과도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아마도 당분간 분당 지역에 올 일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안녕, 야탑역. 그동안 고마웠어. 잘 있어. 분당선 첫 번째 칸에 몸을 실었습니다. 모란역에서 하차해 8호선으로 환승로를 걸어가는 발걸음이 제법 가볍더라고요. 안녕, 모란역. 너와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아. 덕분에 편하게 앉아서 출퇴근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마지막 퇴근길이라서 그런지 평소와 다른 긍정적인 감정이 차올랐습니다. 그동안에는 허기지고 피곤한 몸을 집을 향해 이끌었다면 오늘은 배부르고 에너지 충만한 몸으로 성큼성큼 힘차게 걸었거든요. 내일은 금요일이지만 해도 뜨지 않아 어두컴컴한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 침대에서 뒹굴뒹굴 늦잠을 만끽할 수 있을 테니깐요. 기분이가 좋아서 그런지 신호등의 빨간불과 초록불 마저 크리스마스 전굿불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사람이 참 단순하죠? 그래서 소확행이 필요한가 봅니다. 가족들에게 수료증을 자랑하고 정규반 수료증과 함께 책장에 나란히 꽂아 두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한 챕터가 마무리되었네요. 목공이란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분명히 있을 텐데요.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