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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Mar 29. 2024

뉴질랜드에는 파타고니아 매장이 왜 하나뿐일까?

  서핑, 피싱, 하이킹, 캠핑 등 아웃도어 액티비티라면 자부심 쩌는 나라 뉴질랜드. 특히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가 변화무쌍하기도 한터라 사람들이 아웃도어 의류를 즐겨 입는다고 들었다. 그만큼 이 나라에서는 아웃도어 의류 및 용품시장도 나름 탄탄하게 성장해 왔다. Statista에 따르면 뉴질랜드 아웃도어 용품 시장의 경우, 2023년 기준 약 1,107억 원 시장 규모로 매년 약 5%씩 성장하고 있고, 아웃도어 의류 및 수영복 시장의 경우 약 2,254억 원 규모라고 한다. 5천만 명의 인구에 3조 원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과 일대일 비교는 당연히 말이 안 되지만 뉴질랜드가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역사가 깊은 나라인 만큼, 키위들은 어떤 제품과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궁금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환경 친화적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여성용 의류에서 좀 더 다양한 디자인 제품이나 깜짝 세일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됐다.

 

카트만두 매장 모습 (이미지 출처: www.stuff.co.nz/business/131222343)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뉴질랜드를 매년 방문하고 있음에도 파타고니아 브랜드는 여기서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대신 쇼핑몰이며 관광객이 많은 도심가에는 처음 보는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들이 줄줄이 늘어서있었다. 카트만두, 맥팩, 아웃도어 웨어하우스, 빌라봉 등. 나도 한 때 수년간 스포츠 클라이밍도 했고 캠핑도 했던 경력이 있어 아웃도어 브랜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빌라봉 외에는 다 새롭게 느껴졌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카트만두"는 뉴질랜드의 국민 브랜드 수준으로 1987년 호주인과 뉴질랜드인이 공동창업해 오세아니아 시장을 대표하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라고 했다. 마침 타우랑가 CBD에 아웃렛 매장이 있어서 방문했더니 클리어런스 제품들이 한켠에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서 잘 고르면 퀄리티 있는 제품을 저렴하게 득템 할 수 있겠다 싶어 부지런히 둘러본 끝에 오렌지색 플리스 후디를 4만 원 대에 구매해서 잘 입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 브랜드가 나름 B Corp 인증도 받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이제는 다들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구나 싶었다. 파타고니아만 고집했던 내가 이번 기회에 뉴질랜드산 카트만두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포용적인(?) 안목이 생겼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뉴질랜드에 파타고니아 제품은 정녕 없는 것인가? 온라인 세일을 한다는 메시지가 떴길래 얼른 파타고니아 뉴질랜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매장 위치를 찾아보니 파타고니아 매장은 남섬 퀸즈타운에 딱 한 곳이 있다고 나왔다. 이럴 수가. 왜 4년 전 퀸즈타운에 갔을 때는 몰랐을까. 타우랑가의 경우, 마운트 망가누이 근처 여기저기 아웃도어 편집샵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나와서 즉시 달려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자나 가방, 티셔츠나 남방 정도로 아주 소량의 제품이 다른 브랜드 제품과 함께 진열이 되어있었다. 서핑 도시 라글란에 갔을 때도 소량의 제품만 편집샵에 구비되어 있더니. 이게 뉴질랜드에서 파타고니아의 현실임을 확인했다. 올리브영에 밀려 우리나라에서 세포라 매장이 철수한 것처럼 뉴질랜드 시장에는 카트만두와 다른 로컬 브랜드의 강세로 파타고니아가 설 자리가 별로 없나 보다고 추측했다. 워낙 시장이 크지도 않으니 ROI(Return on Investment)를 따져봤을 때 온라인으로 집중하고 관광객이 많은 퀸즈타운에만 매장을 운영하는 영업 전략인가 보다. 수긍이 된다. 사실 파타고니아 브랜드를 모르는 현지인도 많았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내가 미국 브랜드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일까?          


파타고니아 트윈룩을 입은 할머니와 나 © 2020 킨스데이

  

  한 번은 웰링턴에 갔을 때 워터프런트 주변 샵들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고 있었는데 주얼리샵을 운영하는 어느 할머니가 나에게 다가와 반갑게 말을 거셨다. 나는 그때 지퍼가 달린 파타고니아 민트블루색 플리스를 입고 있었는데 할머니도 누가 선물로 줬는데 뭔 브랜드인지는 모르겠다고 하시며 내 것과 똑같은 옷을 보여주셨다. 할머니는 파타고니아 브랜드를 모르셨던 거다. 우리는 활짝 웃으면서 트윈룩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 당시 협업으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던 파타고니아 코리아 환경팀장님에게 해당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기까지 했었다.


  나는 왜 파타고니아 브랜드를 좋아하는가. 내가 이렇게 된 것은 파타고니아 덕분에 환경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게 된 어찌 보면 내게는 고마운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스포츠 클라이밍을 배우면서 자연 암벽을 타러 다니다가 환경 보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어 암벽 등반을 마치면 쓰레기를 줍는 캠페인을 혼자 진행했었다. 그 이후에 기회가 되어 파타고니아 브랜드와 협업을 하게 되면서 그들의 비전과 철학, 실행 방법에 대해 좀 더 깊게 배우게 됐다. 진정성이 있다고 느꼈다. 특히 "쓰레기 audit"을 진행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파타고니아 본사에서 진행했다고 해서 우리 조직도 따라 해 봤는데 2주간 일반 쓰레기를 모았다가 무게를 재고 분리수거를 해보는 작업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생각보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분리수거를 할 수 있어 일반쓰레기양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작업 후 동료들과 함께 1층 카페 라운지에 앉아서 서로 대화를 나눠보니 다들 비슷한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이런 일상에서의 작은 수고와 인식이 궁극적으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궁극적으로 환경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덜 소비하고 덜 쓰는 미니멀리즘이 아닐까 싶다. 아웃도어 시장을 살펴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파타고니아 제품을 온라인으로 현지 주문하려고 열심히 해당 쇼핑몰 페이지를 스크롤 다운하고 있던 내 자신이 급 부끄러워졌다. 그래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말자. 그래도 이번 Easter (부활절) 휴일이 끝나면 카트만두 아웃렛 매장에는 한 번 가봐야겠다. 사지는 않고 그냥 구경만 하기로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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