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퇴사하고 프로젝트PM이 됐습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2020년 여름, 퇴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해외 이주를 계획했지만 국경 봉쇄로 발이 묶여서 '그냥 좀 쉬어야지, '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예전에 알고 지내던 교수님과 점심식사를 하다 얼떨결에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다. 교수님께서 4년 간 잊고 있었던, 미국에 있을 때 쌓았던 경력 -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대상으로 한 리더십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 관리했던 - 을 끄집어내어 한국에서 활용할 기회를 주셨던 것이다. 00 금융 기업의 후원으로 소셜 섹터의 팀 리더급을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을 기획, 개발하는 업무"였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첫 번째 프로젝트:
소셜 섹터의 팀 리더급을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의 커리큘럼 기획, 개발
내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노트북 구매"였다. 새로운 커리어 여정을 출발하는 나를 위한 자축 선물이자 미래의 먹거리 준비를 위한 중요한 도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맥프로가 무거워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어디 가든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무조건 경량으로 화면이 넓은 것을 선택했다. 온라인 주문했더니 벽돌이 왔다는 소문을 많이 듣던 터라 가격 메리트가 조금은 적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카드 할인을 받아 직접 모셔왔다.
그다음으로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개인적인 기준'을 아래와 같이 세워보았다.
미국에서 1년 넘게 주 4회 재택근무를 했었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보수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효율적인 재택근무를 선호. 물론 국경 봉쇄가 풀리면 가려던 그곳으로 이동해서 거기에서도 근무를 할 수 있기 위함이다.
2~3개월로 짧은 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호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언제든 국경 봉쇄가 풀리면 바로 움직이겠다는 소망 때문이기도 하다.
단기간 인텐시브 하게 집중력이 필요한 프로젝트에서는 참여자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해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발휘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 진행이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다.
그동안 했던 업무들이 의미 있고 보람도 있긴 했지만 내 커리어의 스펙트럼을 쫙쫙 확장시켜보고 싶은, 그래서 그 과정을 통해서 내 강점을 강화하고 컴포트 존(Comfort Zone)에서 그로쓰 존(Growth Zone)으로 넓혀가고 싶었다. 마케팅, 브랜드 매니지먼트, 글로벌 파트너십, 대외 협력, 소규모 이벤트 플래닝 외의 또 다른 업무를 경험하고 싶었다.
풀타임 직장이 주는 4대 보험과 같은 안정성은 없었지만,
나는 분명히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했고, 그래서 행복했다.
이런 기준을 가지고 2020년 7월부터 지금까지 진행해온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배우고 느낀 내 고민과 경험 그리고 인사이트를 여기에 시리즈로 연재하려고 한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을, 혹은 앞으로 걷게 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과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돌이켜보면 비록 풀타임 직장이 주는 4대 보험과 같은 안정성은 없었지만, 내 시간과 에너지를 응축적으로 활용해 숨겨진 잠재력을 깨워서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나는 한층 더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행복했다. 주말 내내 노트북 앞에서 지내고 그러다 보니 작년 6개월 동안 월 수입은 예전 풀타임 때 받은 수입보다 높았다(물론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미래의 일자리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헤쳐 모이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렇다. (내 예감에는) 미래의 일자리는 풀타임 잡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헤쳐 모이는 형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지금 내가 이미 그런 일자리를 경험하고 있고, 주위에도 이런 형태로 업무를 하는 분들이 꽤 있다. 이들은 '프리랜서, ' '디지털 노매드, ' 혹은 '인디펜던트 워커'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자신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어떤가? 솔깃한가? 그렇다면 이런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하면 될까? 다음 편에서 차근차근 풀어나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