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대화

십팔, 아니 열여덟 세상

by 수진

S : 노동의 가치가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

P : 응. 벼락부자가 아닌 벼락거지가 되어버렸지. 그저 열심히 살았는데 벼락거지라 불리다니.

S : 맞아. 부동산과 주식을 안했더니 벼락거지가 되었네. 허탈해.

P : 그치? 우리가 세상의 흐름을 못 읽는 걸까?

S : 노동 소득 위에 자본소득이 있는 시대. 우리는 바보일까? 빚내지 않고 사는 건 잘못된 걸까?

난 그저 집값의 70%정도 모아서 집을 사려고 열심히 저축한 것뿐인데...

근데 집값은 하늘을 뚫고, 나만 제자리네.

P : 아는 사진작가는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용기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그런 명언을 부동산과 주식에 쓰는데 나, 할 말을 잃었어.

S : 어이없네. 그 사람.

P : 우리도 매달 애플과 삼성전자 한 주씩 사서 모으자.

테슬라를 10년 전에 천 만 원에 샀으면 지금은 십팔억이 된데.

S : 십팔(18)... 욕 나오네. 우리가 모르는 세상.

P : 응. 욕하자. 십팔(18) 세상. 그래도 이번 달부터 애플과 삼성전자는 한주씩 모으는 거다.

S : 그러자.

P : 로또보단 낫지.

S : 응. 집은 못 사지만, 한 달에 주식을 두 주 살 수 있지.

P : 근데 한주에 얼만지 알아?

S : 글세, 한 오만 원 하나? 검색해보자.

P : 삼성전자는 8만 5천원, 애플은 130달러.

S : 헉 만만치 않군.

P : 사과와 갤럭시가 세계를 정복하길 꿈꾸며. 가즈아!

S : 네가 대기업을 응원하다니!

P : 타임캡슐처럼 10년 뒤에 보자.

S : 10년 후에 보는 거면 세상의 흐름을 읽는 건 아니지 않아?

P : 존버야. 우리는 가진 게 없으므로 존버 정신으로 버티는 거야.

S : 존버?

P : 존나게 버티기

S : 하핫. 그건 자신 있어.

P : 달이 차면 기울어. 기회가 올 거야.

그때까지 우리는 신성하게 노동하며 애플과 삼성전자를 사며 마음의 평화를 찾자.

S : 그 말 좋네. 달이 차면 기운다... 달이 차면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