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대화 02

방귀대장 뿡뿡이

by 수진

S : 집의 안사람으로 살아서 좋은 점이 뭔지 알아?

A : 음... 화장 안하는 거? 지옥철 안 타는 거?

S : 그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따로 있어.

A :그럼 뭔데?

S : 뿡뿡뿡

A : 응?

S : 방귀대장 뿡뿡이. 방귀가 나오면 참치 않고, 눈치 보지 않고 맘껏 뀌는 거야.

방귀를 끼고 나면 묘한 성취감마저 들어. 여기는 나의 왕국이다 하고.

A : 하하하

S : 생리현상을 혼자서 참지 않아도 된다는 거, 얼마나 인간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거니?

A : 하긴 좋지. 좋아. 애들도 똥 누고 나면 자기 똥에 애착 가지며 변기에 되고 인사하고, 방귀 끼고 나면 칭찬해달라는 얼굴로 쳐다보잖아.

A : 맞아. 고작 안사람으로 살면서 좋아하는 게 혼자 방귀를 뿡뿡 끼는 거라니. 근데 묘하게 시원한 방귀를 껴도, 지독한 방귀를 껴도 인간으로서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S : 원초적 본능. 아, 샤론 스톤은 그토록 섹시한데, 너의 원초적 본능은 정말 인간적이네.

A : 남편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지만, 내겐 원초적 본능이 방귀인가 봐.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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