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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Design Jun 14. 2018

디자인 Cre-Day : 일상 공간의 변신, 구하우스

사무실 밖 디자인 이야기

푸릇푸릇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 벌써 2018년의 반이 지나가고 있네요. 시간이 점점 빠르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5월 말, 이번 크리데이는 UI디자인팀과 BX디자인팀이 함께 서울 근교에 나가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 Cre-Day : Creative Day
크리데이는 사무실을 벗어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방문, 전시 관람 등 문화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디자이너로서 트렌디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 시간입니다.




일상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공간, 구하우스

미술관이자 집인 독특한 컨셉의 미술관


양평 문호리의 한적한 마을 골목에 있는 구하우스(KOO HOUSE)를 아시나요? 구하우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집'을 테마로 꾸며져 있는데, 300여 점의 예술 작품들을 집처럼 편안한 일상 공간 속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습니다. 가구, 그래픽, 회화, 설치 미술, 영상, 사진 등 정말 넓고 방대한 양의 이 작품들은 국내 1세대 CI디자이너인 디자인 포커스 구정순 대표가 30여 년 동안 수집한 개인 예술 소장품들이라고 하는데요, 저희 팀원들은 이 곳에 방문하여 구정순 대표의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직접 느끼고 왔습니다.



산과 물이 있는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는 구하우스는 50m 길이의 긴 복도와 건축물과 개울 사이의 마당, 양평의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옥상 등 다양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건축 디자인은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커미셔너와 큐레이터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매스스터디스의 조민석 소장이 맡았다고 합니다.




들뜬 마음으로 미술관 내부로 들어갔을 때의 첫 인상은 미술관이라기보다 휴식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을 그어놓고 동선을 표시해놓는 일반적인 미술관이 아니라 거실, 침실, 다락방, 손님방 등 10개의 방 구조에 인테리어와 어우러지게 예술 작품들을 전시해놓고 아주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마치 열정적인 예술품 수집가의 집에 놀러온 느낌이랄까요?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수집품들을 보니, 여행 다니면서 마주치는 소품들을 모아 집 한 공간을 이렇게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조그마한 수집품들 외에 앤디 워홀, 제프 쿤스, 키스 헤링, 자비에 베이앙, 데미안 허스트, 백남준, 서도호까지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로랭마틴'로'의 Bass Key / 서도호의 Gate-Small

1층의 수집품이 있던 곳을 지나면, 방 하나가 나옵니다. 그 공간에 있던 로랭마틴'로'의 작품은 '대나무'로 만든 움직이는 조각입니다. 시원한 공간에 놓인 이 작품은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도 작품의 일부가 되어 멋있게 느껴집니다. 또한 서도호의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요, 한국 전통 건축물을 하늘하늘한 실크라는 가벼운 소재로 표현하여, 본래 위치해 있던 맥락에서 옮겨져 매번 새로운 의미가 창출될 수 있는 공간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근세의 수면양(Sleep Sheep) / 블랙 체어들

1층에 있는 기다란 복도에서는 이근세 작가의 작품인 귀여운 '수면양(Sleep Sheep)'과 여러 디자이너들의 블랙 의자 컬렉션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다 다르고 예쁜 디자인의 의자들을 살펴보며 긴 복도를 지나쳐오면 구하우스의 거실이 나옵니다. 


자비에 베이앙의 Mobile(Le Corbusier)

거실의 개념으로 꾸며져있는 이 곳에는 여러 작가의 작품들과 책, 가구들이 촘촘히 아기자기하게 놓여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머물고 싶던 공간인데요! 이 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비에 베이앙의 Mobile은 마르세이유에서 열렸던 <Architctones>전에 전시되었던 작품으로 '르 코르뷔지에'를 오마주한 작품입니다. 각진 면들의 조합을 기본으로 르 코르뷔지에를 특징짓는 동그란 안경과 담배를 든 손이 눈에 띱니다. 연결된 흰 줄을 따라 시선을 위로 올리면, 줄 끝에 아래 사진과 같이 동그란 형태의 조형물이 떠있습니다. 


자비에 베이앙의 Mobile(Le Corbusier)



탐 웨슬만의 Monica Nude with Stockings / 멜 라모스의 Chiquita Banana
앤디워홀의 Mildred Scheel, 나라 요시모토의 Sleepless Night(sitting) / 노상호의 daily fiction

거실 옆에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2층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혁오의 앨범 재킷 일러스트로 유명한 노상호 작가의 "daily fiction"이라는 작품인데, 작가는 매일 다양한 매체에서 수집하는 이미지들을 서로 엮어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합니다. 작품들을 옷걸이에 걸어 전시하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네요 :-)


어윈 올라프의 Keyhole

2층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네덜란드의 국민 작가로 불리는 어윈 올라프의 Keyhole이었습니다. 네덜란드 중산층 가정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인테리어로 꾸민 이 설치 작품은 문에 나있는 열쇠구멍을 통해 영상 작업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구멍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보면 안되는 것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 절로 들어 기분이 묘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클 스코긴스의 Subway Direction to My House / 글렌 카이노의 Hollow Earth

언뜻 보면 낙서처럼 보이는 이 찢어진 대형 종이는 마이클 스코긴스의 작품입니다. 이 작가는 이런 대형 종이에 그림 일기나 메모 형식으로 이야기를 쓰는 작업을 하는데, 이 때 'Michael S'라는 어린 자아를 등장시켜 시시콜콜한 주변의 이야기, 정치 그리고 종교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표현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끝없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글렌 카이노의 작품 Hollow Earth입니다. 끝없는 터널의 착시현상으로 마치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Art & Design과 의자 미니어쳐들


막스 에른스트의 Lit-Cage et Son Paravent (Cage-Bed with Screen)

2층의 다락방에는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의 침대가 있었는데, 이 침대는 막스 에른스트의 1974년 작으로 침대, 우리, 거울, 그래픽 이미지의 조합으로 다다 또는 초현실주의 특유의 비논리적인 오브제의 병치와 몽환적인 분위기가 잘 살아있는 설치 작품입니다. 


2층의 작품을 다 관람한 후, 구하우스의 옥상으로 올라가봤습니다.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 스핀 체어에 앉아 빙글빙글 몸을 돌리니, 양평의 맑은 하늘이 너무 아릅답게 다가왔습니다. 열 개의 방을 다 돌고나면 카페가 있는 라운지로 동선이 이어지는데, 이 곳에 있는 스핀 체어도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니 한번씩 또 타주고 전시 관람을 마무리했습니다. 


Ugo Rondinone의 Big Mind Sky

마당에서 바라본 구하우스의 풍경도 푸릇푸릇하고 너무 좋았는데요, 건물 외벽에 무지개빛으로 크게 걸려있는 Big Mind Sky라는 설치물은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으로 파-란 양평 하늘과 참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습니다. 어느 하나 작품이 아닌 부분이 없는 것 같은 구하우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이렇게 완벽한 집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 소개해드린 작품 외에 다른 작품들과 설명은 아래 KOO HOUSE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작품 설명 출처 : http://koohouse.org/




크리데이를 마치며 - 


한적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품들을 가까이 접할 수 있어서 오랜만에 정말 제대로 즐기고 느끼며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구하우스처럼 개인의 안목과 취향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하여 예술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미술관이 더 많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네요 :) 구하우스에 있는 전시되는 작품들은 시즌에 따라 바뀐다고 하니, 시간이 지나면 또 방문해봐야겠습니다.


그럼 다음 크리데이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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