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 탄생 90주년 대규모 회고전 <에르제 : 땡땡> 관람
2019년 1월, 새해 멜론디자인팀의 첫 크리데이로 <에르제:땡땡(HERGE:TINTIN)>전을 다녀왔습니다.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이라는 스티븐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원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만화가 에르제의 전시회로, 아마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벨기에 물랭사르 재단과 함께 1년 간 준비하여 유치한 아시아 최초 대규모 전시회라고 하는데요. 이번 전시에는 '땡땡'에 관한 초기 작품부터 현재까지 오마주 되어 다양하게 재생산되고 있는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Cre-Day : Creative Day
크리데이는 사무실을 벗어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방문, 전시 관람 등 문화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디자이너로서 트렌디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 시간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꿈을 믿음으로써 꿈을 현실로 바꾼다.
에르제는 벨기에 만화가로 평생을 바쳐 '땡땡의 모험'시리즈를 쓰고 그렸습니다. 초기 유럽 만화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유럽 만화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땡땡'은 90년간 전 유럽을 대표하며 과반수 이상이 책을 소유한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입니다. '땡땡의 모험'은 호기심 많고 모험심이 강한 소년 기자 땡땡과 그의 친구 강아지 밀루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갖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에르제의 작품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가 진정 고군분투했던 만화들은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예술가로서의 에르제를 조명하며, 관람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60년대 초 에르제의 회화와 당시 그가 매혹되었던 가장 현대적이었던 예술에 대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에르제는 '20세기 소년'에서 신문사 업무를 접하면서 동시대의 그림과 조각들에 대한 기사는 물론, 먼 과거의 예술 운동까지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신문사 업무를 통해 반 고흐, 투탕카멘, 브뤼헐, 뒤러 등의 다양한 주제와 벨기에의 전시회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에르제는 예술 애호가로서 친구 및 지인들과 항상 질문하고 경청하고 비교하며 예술 운동에 대한 안목을 기르고, 작품을 그릴 때 예술 운동을 참고하기 위해 이미지 기록을 모으기 시작했으며 그 기쁨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에르제는 셀럽이 사랑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앤디 워홀은 에르제가 자신에게 디즈니 이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언급하며 평생 땡땡의 팬임을 자처하였습니다.
'클리어 라인' 드로잉 이란?
에르제의 시그니쳐 드로잉 스타일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이 클리어 라인이라 불리는 표현 방식은 고정되었으며, 이제는 대략적으로 동일한 넓이를 가진 하나의 깨끗한 검은 윤곽선을 체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특징지어지는 드로잉 스타일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기법은 그림자나 명암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색을 선호하며, 해칭(hatching)을 피합니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에르제는 자신은 언제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며,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무성 영화, 흑백 필름, 독일 표현주의를 공부했고, 어린 시절 독서를 즐겨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발상부터 표현까지 다양한 예술 기법을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에르제는 영화 연출에 사용되는 트릭을 비롯, 소설가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변모시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하였습니다.
1940년, 독일 군대가 벨기에를 점령하고 신문사 '20세기 소년'이 문을 닫으면서 에르제는 더 이상 신문사에 그림을 연재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브뤼셀의 일간지 '르 수와르', '플라망어' 신문사와 작업을 하지만 해방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서 체포되어 심문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에르제는 2차 세계대전 때 만화가로서 성공적인 시기를 보냅니다. 에르제는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으며 자신의 원칙인 단순함과 가독성을 지키면서 <별똥별의 모험>을 창작합니다. 그는 음영이나 그라데이션이 없는 은은하고 깔끔한 톤을 선호하였습니다.
물랭사르 성은 가상의 저택이지만 외관은 실제 프랑스 루아르 강가에 자리한 슈베르니 성을 모델로 그려졌으며,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모험을 준비하는 곳입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물랭사르 성의 조형물도 볼 수 있습니다.
'조, 제트와 조코' 시리즈는 잡지 '용감한 심장'의 디렉터들이 의뢰하였습니다. 당시 디렉터들은 땡땡은 부모님이 없고 학교도 가지 않고 밥값을 벌지도 못하니 그냥 부모님,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하였습니다. 에르제는 이런 캐릭터들에게 전혀 애착을 갖지 않았으며, 열정 없이 이 시리즈를 작업하였습니다. '용감한 심장'은 기존 색채 조합을 따르지 않은 채로 성급하게 인쇄하였으며, 에르제는 이 책의 수준에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1930년대에는 아뜰리에 에르제 광고가 출범하였습니다. 에르제와 그의 파트너 조제 드 로누아는 크고 명료한 아름다운 포스터를 디자인합니다. 레터링, 분배, 간격, 색깔을 비롯해 클리어 라인 드로잉 스타일의 기본 원칙을 구성하는 특징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표지, 광고 브로슈어 등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동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에르제의 재능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에르제의 30대 시절, 가장 중요한 순간은 창총첸을 만난 것입니다. 그리고 푸른 연꽃을 출간하며 다작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 무렵(1929년~1940년) 작가는 무려 400개의 표지를 그립니다. 에르제와 창총첸은 예술(그림, 조각, 드로잉, 만화), 종교(창은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언어 등의 공통 관심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런 만남을 통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서사를 보여주는 새로운 땡땡의 모험이 탄생합니다. 창은 '다름'에 대한 포괄적 관념을 바꾸어 놓았고, 에르제의 예술에 중국의 화풍을 도입시켰습니다.
1929년 1월 10일, 에르제의 운명이 바뀌게 됩니다. 땡땡이 움직이는 영상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에르제는 무한한 호기심과 무엇이든지 흡수하는 태도로 서사 기법, 데쿠파주 등 여러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였습니다. 이 파트에서는 그의 첫 역작 드로잉부터 어린 시절 낙서와 능숙해진 보드, 또한 미숙한 복제 기술에서부터 최고의 질을 가진 종이에 찍어낸 아름다운 프린트들까지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데쿠파주 : 시나리오를 분석하여 촬영 대본으로 옮기는 과정
[작품 설명 출처 : <에르제 : 땡땡전> 전시장 내 가이드 설명글]
에르제 : 땡땡전
기간 : 2018.12.21 (금) ~ 2019.04.01 (월)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오픈 시간 : [12~2월] - 오전 11시 - 오후 7시 / [3월] - 오전 11시 - 오후 8시
티켓 : 성인 15,000원 / 청소년 11,000원 / 어린이 9,000원
<에르제 : 땡땡전>은 벨기에의 문화유산급 콘텐츠인 '땡땡(TINTIN)' 작가 에르제를 기리기 위한 전시로,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 소개되어 관람 전부터 기대감이 컸습니다. 실제로 마주한 에르제의 작품들은 그의 성향과 완벽함을 나타내듯 매우 섬세하고 꾸준하였습니다. 그는 여기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는가에 대하여, 그리고자 하는 갈망과 그려야 하는 필요성이 있어서 였다고 말합니다. 그는 항상 나아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그리고 싶은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모든 작품에서 '땡땡(TINTIN)'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열정이 묻어나는 전시회였습니다. 전시회 마지막의 포토존에서의 촬영과 다양한 에르제의 오마주 작품도 꼭 챙겨 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럼 다음 크리데이도 기대해주세요!